[이슈&뉴스] 불법·탈세로 얼룩진 ‘회장님의 미국 별장’

입력 2014.06.24 (21:13) 수정 2014.10.07 (17: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 곳, 미국 하와이입니다.

하와이에는 최근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매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몇년 전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가 자유화 됐기 때문인데요.

한국 부자들은 하와이를 비롯해 미국에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KBS 탐사보도팀이 부호들의 미국 부동산을 조사해봤습니다.

대상은 국내 8대 재벌일가와 300대 부호, 벌금과 추징금 미납자 등 천 8백여 명.

조사지역은 하와이를 비롯해 서부 캘리포니아, 동부 뉴욕 등 5개주 35개 카운티입니다.

조사결과 한국 부호들의 부동산 272건을 찾아냈습니다.

먼저 성재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LA 인근 뉴포트 비치, 서부에서 부촌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녹취> 부동산 중개인 : "펠리칸 포인트에선 아이들이 해변에 가고 싶어 하면 그냥 바구니만 들고 가면 돼요."

일대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그리고 이미경 CJ 부회장의 저택이 위치해 있습니다.

조현준 사장은 매입 당시 외환거래법의 신고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녹취> "여보세요?....여보세요?.."

취재팀이 LA 등 미 서부에서 확인한 재벌, 부호들의 부동산 거래는 73건.

매입가 기준으로 평균 15억 원 정도였습니다.

뉴욕 맨하튼의 50층짜리 빌딩.

<녹취> 부동산 중개인 : "어때요? 마치 우편엽서 같죠. 너무나 아름답죠. 하하하..."

한국인 부호들이 이웃사촌인 이 콘도는 이른바 '회장님 빌딩'으로 불립니다.

<녹취> 기업 관계자 : "회장님의 평생 소원이 미국에 집 한채 마련하는 것이라고..."

특히 애경 장영신 회장은 조세회피처에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콘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미 동부 89건의 부동산 거래 가운데 뉴욕 맨해튼에만 40여 건이 몰린 가운데 평균 매입가는 15억원 정도였습니다.

해외부동산 투자 자유화 이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하와이.

지난 연말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40여억 원에 별장터를 매입했습니다.

호놀룰루 시내 고급 콘도엔 많은 재벌가들이 소유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와이 지역의 거래건수는 110건으로 가장 많고 평균 매입가도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소유주 명의 중 상당수는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들,

<녹취> 부동산 중개인 :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이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시더라고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하시는 게 안전하고요."

때문에 실제 한인 부호가 소유한 부동산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성재호입니다.

<기자 멘트>

물론 지금 미국에 땅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신고만 한다면 합법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5월 이전엔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사실상 금지돼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찾아낸 272건의 부동산 거래 가운데 64%는 바로 이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집을 산 걸까요?

지난 2008년 해외부동산 투자가 완전 자율화된 뒤에도 많은 재벌과 부호들은 단순한 신고 의무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노윤정 기자가 탈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한국 부자들의 미국 부동산 거래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와이 마우이 섬의 고급 리조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19살 생일에 부모에게 받은 곳입니다.

되팔 때는 8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지만, 거래 신고를 하지 않아 국내에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녹취> 한국타이어 관계자 : "(세금 납부를 왜 못하셨는지 좀 여쭤보려고 왔습니다!)찍지 마세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외동딸, 정경희 씨 부부는 1990년대부터 하와이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 씨 측은 거래 사실마저 부인했습니다.

<녹취> 정희영(선진종합 회장) : "그런 거 없어요. (리조트가 없단 말씀이세요? 회장님께서 싸인도 하셨던데요.) 그런 거 없어요."

중견 기업 KCC정보통신 이주용 회장은 다섯살도 안된 손주들에게 백만 달러가 넘는 땅을 사주는 등 모두 15건의 미국 부동산을 자녀나 손주 명의로 사들였습니다.

<녹취> "이 회장이 마우이 섬 절반을 갖고 있어요."

이 회장 일가는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60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습니다.

<녹취> 이상현(이주용 회장 장남) : "아버님이 사서 제 이름 넣은 거니까, 증여받은 게 죄라면 죄겠네요."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은 미국에서 모두 4건의 사고 팔았지만 신고한 건 한 건 뿐이었습니다.

<녹취> 구자준(전 LIG손해보험 회장) : "아이 참" -신고를 안 하신 건 맞잖아요? "서류 제출했으니까 그걸로 대체하세요."

탐사보도팀이 확인한 재벌가 부동산 거래 가운데 불법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140여 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힌 경우는 5건 뿐이었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불법·탈세로 얼룩진 ‘회장님의 미국 별장’
    • 입력 2014-06-24 21:14:07
    • 수정2014-10-07 17:27:56
    뉴스 9
<기자 멘트>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 곳, 미국 하와이입니다.

하와이에는 최근 한국 부자들의 부동산 매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몇년 전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가 자유화 됐기 때문인데요.

한국 부자들은 하와이를 비롯해 미국에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KBS 탐사보도팀이 부호들의 미국 부동산을 조사해봤습니다.

대상은 국내 8대 재벌일가와 300대 부호, 벌금과 추징금 미납자 등 천 8백여 명.

조사지역은 하와이를 비롯해 서부 캘리포니아, 동부 뉴욕 등 5개주 35개 카운티입니다.

조사결과 한국 부호들의 부동산 272건을 찾아냈습니다.

먼저 성재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LA 인근 뉴포트 비치, 서부에서 부촌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녹취> 부동산 중개인 : "펠리칸 포인트에선 아이들이 해변에 가고 싶어 하면 그냥 바구니만 들고 가면 돼요."

일대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그리고 이미경 CJ 부회장의 저택이 위치해 있습니다.

조현준 사장은 매입 당시 외환거래법의 신고 의무를 위반했습니다.

<녹취> "여보세요?....여보세요?.."

취재팀이 LA 등 미 서부에서 확인한 재벌, 부호들의 부동산 거래는 73건.

매입가 기준으로 평균 15억 원 정도였습니다.

뉴욕 맨하튼의 50층짜리 빌딩.

<녹취> 부동산 중개인 : "어때요? 마치 우편엽서 같죠. 너무나 아름답죠. 하하하..."

한국인 부호들이 이웃사촌인 이 콘도는 이른바 '회장님 빌딩'으로 불립니다.

<녹취> 기업 관계자 : "회장님의 평생 소원이 미국에 집 한채 마련하는 것이라고..."

특히 애경 장영신 회장은 조세회피처에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콘도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미 동부 89건의 부동산 거래 가운데 뉴욕 맨해튼에만 40여 건이 몰린 가운데 평균 매입가는 15억원 정도였습니다.

해외부동산 투자 자유화 이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하와이.

지난 연말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40여억 원에 별장터를 매입했습니다.

호놀룰루 시내 고급 콘도엔 많은 재벌가들이 소유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와이 지역의 거래건수는 110건으로 가장 많고 평균 매입가도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소유주 명의 중 상당수는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들,

<녹취> 부동산 중개인 :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이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쓰시더라고요.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하시는 게 안전하고요."

때문에 실제 한인 부호가 소유한 부동산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성재호입니다.

<기자 멘트>

물론 지금 미국에 땅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신고만 한다면 합법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5월 이전엔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사실상 금지돼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찾아낸 272건의 부동산 거래 가운데 64%는 바로 이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어떻게 돈을 마련해서 집을 산 걸까요?

지난 2008년 해외부동산 투자가 완전 자율화된 뒤에도 많은 재벌과 부호들은 단순한 신고 의무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노윤정 기자가 탈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한국 부자들의 미국 부동산 거래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와이 마우이 섬의 고급 리조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19살 생일에 부모에게 받은 곳입니다.

되팔 때는 8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지만, 거래 신고를 하지 않아 국내에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녹취> 한국타이어 관계자 : "(세금 납부를 왜 못하셨는지 좀 여쭤보려고 왔습니다!)찍지 마세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외동딸, 정경희 씨 부부는 1990년대부터 하와이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 씨 측은 거래 사실마저 부인했습니다.

<녹취> 정희영(선진종합 회장) : "그런 거 없어요. (리조트가 없단 말씀이세요? 회장님께서 싸인도 하셨던데요.) 그런 거 없어요."

중견 기업 KCC정보통신 이주용 회장은 다섯살도 안된 손주들에게 백만 달러가 넘는 땅을 사주는 등 모두 15건의 미국 부동산을 자녀나 손주 명의로 사들였습니다.

<녹취> "이 회장이 마우이 섬 절반을 갖고 있어요."

이 회장 일가는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60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습니다.

<녹취> 이상현(이주용 회장 장남) : "아버님이 사서 제 이름 넣은 거니까, 증여받은 게 죄라면 죄겠네요."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은 미국에서 모두 4건의 사고 팔았지만 신고한 건 한 건 뿐이었습니다.

<녹취> 구자준(전 LIG손해보험 회장) : "아이 참" -신고를 안 하신 건 맞잖아요? "서류 제출했으니까 그걸로 대체하세요."

탐사보도팀이 확인한 재벌가 부동산 거래 가운데 불법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140여 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힌 경우는 5건 뿐이었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