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수상한 법인] ③ “회장님,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입력 2014.07.01 (15:32) 수정 2014.10.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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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시사기획 창에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1편 – 회장님의 미국 땅>이 방송된 뒤,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중 하나가 이른바 회장님들의 반응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나이 지긋한 회장님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도망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했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사실 ‘흥미진진’이라는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취재 과정이 그만큼 지난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한 뒤 각 기업마다 해명과 자료 요청에 들어간 게 지난 2월의 일입니다. 그런데 방송 한 달 전인 5월 말까지도 변변한 설명 한번 안 해준 회장님도 적지 않았습니다. 불법이 명백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해명을 안 해준다고 해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집 앞, 회사 앞 등 곳곳에서 무작정 기다리기에 들어갔습니다.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사진 1. 빙그레 김호연 전 회장 자택 앞에서 질문하는 취재팀>

먼저 ‘잠적’ 유형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빙그레 김호연 전 회장이었습니다. 빙그레 측에 질의서를 보내도 “대주주이긴 하지만 지금은 회장직을 맡지않고 있기 때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반응뿐이었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직접 회장 가족을 접촉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자택을 찾아갔는데 벨을 누르고 면담을 요청해도 매번 무시만 당했습니다. “집에 안 계십니다”는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집 주소로 질의 내용을 내용증명으로 띄워봤더니, 이번에는 주소가 집이 아닌 마당 주소라 아무도 살지 않는다며 반송이 돼왔습니다.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종일 집 앞에서 기다린 날도 있었지만 외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취재팀은 김호연 전 회장의 대문 앞에서 고래고래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빙그레 김호연 회장님, 시카고 회사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사진 2. 금강제화 김성환 회장 아들의 차를 따라가는 취재팀>

다음은 ‘대리인 내세우기’ 형입니다. 금강제화 김성환 회장 일가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면서, 취재팀은 직접 서울 신문로에 있는 김 회장의 자택을 찾았습니다. 회사 측에 거듭 공식 질의서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우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벨을 누르고 면담을 요청하자 김 회장의 아들은 “회사에다 얘기하라”며 버럭 화를 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강남에서 금강제화 대표이사가 득달같이 김 회장의 집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동안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하더니, 회장님 집 벨을 눌렀다고 한달음에 달려온 거죠.


<사진 3.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과의 추격전>

모르쇠나 도망치기 형도 있었습니다. 1편에 소개된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은 “하와이 부동산 관련해 질문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런 것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대체 뭐가 없다는 걸까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건지, 하와이에 부동산이 없다는 건지, 질문을 바꿔가며 계속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 없다”는 답변만 무한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은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예고와 프롤로그 등 각종 영상에 황급히 얼굴을 가리는 모습으로 ‘주인공’처럼 등장하신 분입니다. 현재 모 체육단체의 수장을 맡고 계신데요. 이 단체의 공식행사가 있길래 찾아갔다가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진 겁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얘기하자더니,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틈에 다급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취재팀에 포착됐습니다. 열심히 따라가 질문을 던졌지만, 체육단체 수장답게 달리기 실력이 수준급이셨습니다. 결국 KBS 카메라에는 구 전 회장의 달리는 모습만 담겼고, 정면 얼굴은 단 한 컷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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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의 수상한 법인] ③ “회장님,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 입력 2014-07-01 15:32:54
    • 수정2014-10-07 17:27:56
    사회

지난주 시사기획 창에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1편 – 회장님의 미국 땅>이 방송된 뒤,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중 하나가 이른바 회장님들의 반응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나이 지긋한 회장님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도망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했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사실 ‘흥미진진’이라는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취재 과정이 그만큼 지난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한 뒤 각 기업마다 해명과 자료 요청에 들어간 게 지난 2월의 일입니다. 그런데 방송 한 달 전인 5월 말까지도 변변한 설명 한번 안 해준 회장님도 적지 않았습니다. 불법이 명백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해명을 안 해준다고 해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집 앞, 회사 앞 등 곳곳에서 무작정 기다리기에 들어갔습니다.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사진 1. 빙그레 김호연 전 회장 자택 앞에서 질문하는 취재팀>

먼저 ‘잠적’ 유형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빙그레 김호연 전 회장이었습니다. 빙그레 측에 질의서를 보내도 “대주주이긴 하지만 지금은 회장직을 맡지않고 있기 때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반응뿐이었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직접 회장 가족을 접촉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자택을 찾아갔는데 벨을 누르고 면담을 요청해도 매번 무시만 당했습니다. “집에 안 계십니다”는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집 주소로 질의 내용을 내용증명으로 띄워봤더니, 이번에는 주소가 집이 아닌 마당 주소라 아무도 살지 않는다며 반송이 돼왔습니다.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종일 집 앞에서 기다린 날도 있었지만 외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취재팀은 김호연 전 회장의 대문 앞에서 고래고래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빙그레 김호연 회장님, 시카고 회사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사진 2. 금강제화 김성환 회장 아들의 차를 따라가는 취재팀>

다음은 ‘대리인 내세우기’ 형입니다. 금강제화 김성환 회장 일가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면서, 취재팀은 직접 서울 신문로에 있는 김 회장의 자택을 찾았습니다. 회사 측에 거듭 공식 질의서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오히려 의혹을 더 키우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벨을 누르고 면담을 요청하자 김 회장의 아들은 “회사에다 얘기하라”며 버럭 화를 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강남에서 금강제화 대표이사가 득달같이 김 회장의 집 앞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동안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하더니, 회장님 집 벨을 눌렀다고 한달음에 달려온 거죠.


<사진 3.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과의 추격전>

모르쇠나 도망치기 형도 있었습니다. 1편에 소개된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은 “하와이 부동산 관련해 질문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런 것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대체 뭐가 없다는 걸까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건지, 하와이에 부동산이 없다는 건지, 질문을 바꿔가며 계속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 없다”는 답변만 무한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은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예고와 프롤로그 등 각종 영상에 황급히 얼굴을 가리는 모습으로 ‘주인공’처럼 등장하신 분입니다. 현재 모 체육단체의 수장을 맡고 계신데요. 이 단체의 공식행사가 있길래 찾아갔다가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진 겁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얘기하자더니,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틈에 다급하게 빠져나가는 모습이 취재팀에 포착됐습니다. 열심히 따라가 질문을 던졌지만, 체육단체 수장답게 달리기 실력이 수준급이셨습니다. 결국 KBS 카메라에는 구 전 회장의 달리는 모습만 담겼고, 정면 얼굴은 단 한 컷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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