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수상한 법인] ① “부자는 망해도 부동산은 남는다?”

입력 2014.07.01 (15:32) 수정 2014.10.07 (17: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6개월 동안 미국 하와이와 서부 캘리포니아, 동부 뉴욕 등지에서 찾아낸 국내 재벌과 부호들의 미국 부동산은 272건입니다. 개인 명의로 소유중인 부동산도 많았지만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갖고 있는 ‘익명성 거래’도 많았습니다. 272건 가운데 106건 정도입니다. 절반이 훨씬 넘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불법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세금 문제라든가 각종 기업운영의 편의를 위해 LLC(limited liability company,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을 세우는 게 일반화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회사를 악용하는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페이퍼컴퍼니로 거래하면 실제 회사의 ‘주인’을 알기가 쉽지 않죠. 회사의 간판을 세워놓고 진짜 주인은 그 밑에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이용해 개인의 재산을 빼돌리거나, 법인의 재산을 불법으로 이전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 ‘바나나 우유’의 원료는 어디서 수입할까요?


<사진 1> 대주주 일가의 수상한 법인들이 무더기로 확인된 빙그레

빙그레 김호연 전 회장 일가는 미국 하와이와 시카고 등지에서 수 차례 부동산 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에는 항상 페이퍼 컴퍼니가 등장했습니다. CLEARWATER GROVE나 EVERGREEN GLOBAL 등 미국 시카고에 있는 회사였습니다. 김 회장은 이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고 소유했지만, 국회의원 시절에도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것입니다. 부동산 뿐이 아닙니다.
빙그레의 대표적인 상품인 바닐라 우유에는 ‘바닐라향’이 들어갑니다. 이 원료는 어디서 수입할까요? 취재 결과 빙그레는 십 수 년 동안 ‘에버그린 글로벌’을 통해 바닐라나 초콜릿향 등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규모는 연간 40~50억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인은 바로 김호연 전 회장의 외동딸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딸 회사와 서울의 아버지 회사가 무역거래를 해 온 겁니다. 그러나 상장회사 빙그레는 이 같은 사실을 단 한 차례도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김 전 회장 일가와 그들이 관련된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 관련 의혹을 추적했습니다.

■ “금강제화의 이상한 특혜 대출”


<사진 2> 점포정리 할인행사 중인 금강제화 뉴욕 매장

금강제화는 지난 2006년과 2008년에 미국 뉴저지와 뉴욕 플러싱에 각각 직영매장을 개설했습니다. 매장을 운영하려면 점포를 빌려야겠죠. 금강제화는 건물을 소유중이던 RIKKA라는 회사로부터 매장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인은 바로 금강제화 김성환 회장의 딸 부부였습니다. 한마디로 딸 소유의 건물에 금강제화를 입점시켜 놓고 딸에게 임대료를 준 것이죠. 그럼 김 회장의 딸 부부는 이 건물을 어떻게 사게 됐을까요?

김 회장의 딸 부부가 사들인 두 건물의 가격은 720만 달러였습니다. 우리 돈으로 73억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김 회장의 딸 부부는 이 건물을 사면서 395만 달러를 금강제화에서 대출 받았습니다. 대출 조건을 확인해 봤더니 무이자, 무담보의 파격적인 특혜 대출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았습니다. 결국 자기 돈은 하나도 없이 건물을 샀던 거죠. 또 그 건물을 다시 금강제화에 임대할 때는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은 보증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금강제화는 뭐라고 해명했을까요? 인터뷰를 그대로 한 번 올려봅니다.

- 기자 : 따님 회사에 대출해 주신 걸 회장님이 아시는 건가요?
- 금강제화 대표 : 네, 구두로 보고는 드렸죠.
- 기자 : 무이자 무담보로 꿔주라고 하셨나요?
= 금강제화 대표 : 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경영진이 그렇게 해야되겠다고 판단했죠.
- 기자 : 법인 돈을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경우가 흔합니까?
= 금강제화 대표 : 음... 모르겠어요. 많은 기업에서 그렇게 하지 않겠어요?

참고로 금강제화의 2개 점포는 현재 문을 닫았습니다. 뉴욕에서 만난 누군가는 “원래부터 구두 팔려던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 답은 김 회장님이 알고 있겠죠.

■ “부자는 망해도 부동산은 남는다?”


<사진 3> 김석원 전 쌍용 회장 딸이 살고 있는 맨해튼 콘도

지난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된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 쌍용그룹은 수천억 원 대의 채무를 남기게 됐고 공적자금, 즉 국민 세금도 2천2백억 원 이상 투입됐습니다. 그런 김 전 회장의 딸이 뉴욕 맨해튼에 지난 2008년 집을 샀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무슨 돈으로 샀는지요. 김 전 회장의 수입이라곤 전직 국회의원 자격으로 받는 매달 백만 원의 헌정회 지원금이 전부거든요. 게다가 딸은 20대로 미국에서 공부중인 학생입니다.
은행에서 전액 대출을 받았다는 게 쌍용그룹의 해명이었습니다. 뭘 담보로 받았냐고 물었더니 뉴욕에 사는 전 쌍용그룹 미국 법인장이 ‘손녀처럼 아껴서 아무 조건 없이 담보를 제공해 줬다’고 했습니다. 돈을 빌려줬다는 사람을 수소문해 통화에 성공했지만 그 분의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 자신은 담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김 회장의 딸을 알기는 하지만 특별한 관계도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쌍용 측의 해명은 수개월 동안 계속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적법하게 대출 받았다”고 하더니 “뉴욕에 사는 지인이 담보를 빌려줬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나중에는 ”그 분이 자신의 재산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아 취재진에게 거짓말을 했을 뿐 담보를 제공한 게 맞다“고 우편을 보냈습니다. 쌍용 측의 해명을 ‘저는’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재 김 전 회장의 딸은 2008년 매입한 이 집을 놔두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콘도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집은 케이먼군도 페이퍼컴퍼니 소유였는데요, 쌍용그룹 미국 법인이 예전에 소유하고 있었던 집이더군요. 이래저래 의문이 많이 남는 거래입니다.

■ SK는 ‘부동산 투자’ 기업이다?


<사진 4> 의문의 부동산 투자회사, 티볼리가 입주해 있던 건물

“SK는 부동산 투자 기업입니까?” 미국에서라면 “맞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SK는 티볼리라는 회사를 세워서 뉴욕 맨해튼 등지에서 모두 7건의 거래를 했습니다. 거래 금액은 3천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티볼리라는 법인의 정체가 정말 수상합니다.
미국에서 티볼리란 기업의 연례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지난 1991년 티볼리의 이사로 등재됐던 사람은 SK 미국 법인장 김 모 씨더군요. 김 씨에게 티볼리가 거래한 부동산 내역에 대해 물어 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안했어요, 절대로 안 했어요. 그런 거 없어요. 내가 그거는 기억을 하지, 다른 건 기억을 못해도...” 티볼리라는 회사의 부동산 거래를 당시 SK 법인장도 몰랐던 셈입니다. 티볼리라는 회사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졌습니다.
티볼리의 대표를 맡았던 또 한 명, 구 모 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 씨는 자신은 이런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 요청을 완강하게 거부했고요. 회사와 알아서 이야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SK 본사나 미국법인에서도 티볼리 관련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지난 2003년 SK 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최태원 회장이 검찰에 기소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모든 회계서류를 파기해서 취재팀에게 알려줄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팀은 티볼리가 샀던 부동산에 최태원 회장이 한동안 살았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티볼리란 회사의 이름이 나중에 OCMP로 바뀌는데 이 단어가 SK 미국법인에서는 ‘회장실’로 통했다는 제보도 받았습니다. 최태원 회장 일가와 티볼리란 회사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든 대목이었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단서가 아주 없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거래는 ‘꼬리’를 남기기 때문이죠. 재벌과 부호들이 세운 페이퍼컴퍼니 취재 결과를 오늘밤 KBS1TV 시사기획 창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2편 ‘회장님의 수상한 법인’편에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회장님의 수상한 법인] ① “부자는 망해도 부동산은 남는다?”
    • 입력 2014-07-01 15:32:54
    • 수정2014-10-07 17:27:56
    사회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6개월 동안 미국 하와이와 서부 캘리포니아, 동부 뉴욕 등지에서 찾아낸 국내 재벌과 부호들의 미국 부동산은 272건입니다. 개인 명의로 소유중인 부동산도 많았지만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갖고 있는 ‘익명성 거래’도 많았습니다. 272건 가운데 106건 정도입니다. 절반이 훨씬 넘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불법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세금 문제라든가 각종 기업운영의 편의를 위해 LLC(limited liability company,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을 세우는 게 일반화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회사를 악용하는 겁니다.
잘 아시다시피 페이퍼컴퍼니로 거래하면 실제 회사의 ‘주인’을 알기가 쉽지 않죠. 회사의 간판을 세워놓고 진짜 주인은 그 밑에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이용해 개인의 재산을 빼돌리거나, 법인의 재산을 불법으로 이전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 ‘바나나 우유’의 원료는 어디서 수입할까요?


<사진 1> 대주주 일가의 수상한 법인들이 무더기로 확인된 빙그레

빙그레 김호연 전 회장 일가는 미국 하와이와 시카고 등지에서 수 차례 부동산 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에는 항상 페이퍼 컴퍼니가 등장했습니다. CLEARWATER GROVE나 EVERGREEN GLOBAL 등 미국 시카고에 있는 회사였습니다. 김 회장은 이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고 소유했지만, 국회의원 시절에도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것입니다. 부동산 뿐이 아닙니다.
빙그레의 대표적인 상품인 바닐라 우유에는 ‘바닐라향’이 들어갑니다. 이 원료는 어디서 수입할까요? 취재 결과 빙그레는 십 수 년 동안 ‘에버그린 글로벌’을 통해 바닐라나 초콜릿향 등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규모는 연간 40~50억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인은 바로 김호연 전 회장의 외동딸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딸 회사와 서울의 아버지 회사가 무역거래를 해 온 겁니다. 그러나 상장회사 빙그레는 이 같은 사실을 단 한 차례도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김 전 회장 일가와 그들이 관련된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 관련 의혹을 추적했습니다.

■ “금강제화의 이상한 특혜 대출”


<사진 2> 점포정리 할인행사 중인 금강제화 뉴욕 매장

금강제화는 지난 2006년과 2008년에 미국 뉴저지와 뉴욕 플러싱에 각각 직영매장을 개설했습니다. 매장을 운영하려면 점포를 빌려야겠죠. 금강제화는 건물을 소유중이던 RIKKA라는 회사로부터 매장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인은 바로 금강제화 김성환 회장의 딸 부부였습니다. 한마디로 딸 소유의 건물에 금강제화를 입점시켜 놓고 딸에게 임대료를 준 것이죠. 그럼 김 회장의 딸 부부는 이 건물을 어떻게 사게 됐을까요?

김 회장의 딸 부부가 사들인 두 건물의 가격은 720만 달러였습니다. 우리 돈으로 73억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김 회장의 딸 부부는 이 건물을 사면서 395만 달러를 금강제화에서 대출 받았습니다. 대출 조건을 확인해 봤더니 무이자, 무담보의 파격적인 특혜 대출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았습니다. 결국 자기 돈은 하나도 없이 건물을 샀던 거죠. 또 그 건물을 다시 금강제화에 임대할 때는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은 보증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금강제화는 뭐라고 해명했을까요? 인터뷰를 그대로 한 번 올려봅니다.

- 기자 : 따님 회사에 대출해 주신 걸 회장님이 아시는 건가요?
- 금강제화 대표 : 네, 구두로 보고는 드렸죠.
- 기자 : 무이자 무담보로 꿔주라고 하셨나요?
= 금강제화 대표 : 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경영진이 그렇게 해야되겠다고 판단했죠.
- 기자 : 법인 돈을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을 해 주는 경우가 흔합니까?
= 금강제화 대표 : 음... 모르겠어요. 많은 기업에서 그렇게 하지 않겠어요?

참고로 금강제화의 2개 점포는 현재 문을 닫았습니다. 뉴욕에서 만난 누군가는 “원래부터 구두 팔려던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 답은 김 회장님이 알고 있겠죠.

■ “부자는 망해도 부동산은 남는다?”


<사진 3> 김석원 전 쌍용 회장 딸이 살고 있는 맨해튼 콘도

지난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된 쌍용그룹 김석원 전 회장. 쌍용그룹은 수천억 원 대의 채무를 남기게 됐고 공적자금, 즉 국민 세금도 2천2백억 원 이상 투입됐습니다. 그런 김 전 회장의 딸이 뉴욕 맨해튼에 지난 2008년 집을 샀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무슨 돈으로 샀는지요. 김 전 회장의 수입이라곤 전직 국회의원 자격으로 받는 매달 백만 원의 헌정회 지원금이 전부거든요. 게다가 딸은 20대로 미국에서 공부중인 학생입니다.
은행에서 전액 대출을 받았다는 게 쌍용그룹의 해명이었습니다. 뭘 담보로 받았냐고 물었더니 뉴욕에 사는 전 쌍용그룹 미국 법인장이 ‘손녀처럼 아껴서 아무 조건 없이 담보를 제공해 줬다’고 했습니다. 돈을 빌려줬다는 사람을 수소문해 통화에 성공했지만 그 분의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 자신은 담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김 회장의 딸을 알기는 하지만 특별한 관계도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쌍용 측의 해명은 수개월 동안 계속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적법하게 대출 받았다”고 하더니 “뉴욕에 사는 지인이 담보를 빌려줬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나중에는 ”그 분이 자신의 재산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아 취재진에게 거짓말을 했을 뿐 담보를 제공한 게 맞다“고 우편을 보냈습니다. 쌍용 측의 해명을 ‘저는’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재 김 전 회장의 딸은 2008년 매입한 이 집을 놔두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콘도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집은 케이먼군도 페이퍼컴퍼니 소유였는데요, 쌍용그룹 미국 법인이 예전에 소유하고 있었던 집이더군요. 이래저래 의문이 많이 남는 거래입니다.

■ SK는 ‘부동산 투자’ 기업이다?


<사진 4> 의문의 부동산 투자회사, 티볼리가 입주해 있던 건물

“SK는 부동산 투자 기업입니까?” 미국에서라면 “맞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SK는 티볼리라는 회사를 세워서 뉴욕 맨해튼 등지에서 모두 7건의 거래를 했습니다. 거래 금액은 3천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티볼리라는 법인의 정체가 정말 수상합니다.
미국에서 티볼리란 기업의 연례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지난 1991년 티볼리의 이사로 등재됐던 사람은 SK 미국 법인장 김 모 씨더군요. 김 씨에게 티볼리가 거래한 부동산 내역에 대해 물어 봤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동산 거래는 안했어요, 절대로 안 했어요. 그런 거 없어요. 내가 그거는 기억을 하지, 다른 건 기억을 못해도...” 티볼리라는 회사의 부동산 거래를 당시 SK 법인장도 몰랐던 셈입니다. 티볼리라는 회사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졌습니다.
티볼리의 대표를 맡았던 또 한 명, 구 모 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 씨는 자신은 이런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 요청을 완강하게 거부했고요. 회사와 알아서 이야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SK 본사나 미국법인에서도 티볼리 관련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지난 2003년 SK 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최태원 회장이 검찰에 기소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모든 회계서류를 파기해서 취재팀에게 알려줄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취재팀은 티볼리가 샀던 부동산에 최태원 회장이 한동안 살았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티볼리란 회사의 이름이 나중에 OCMP로 바뀌는데 이 단어가 SK 미국법인에서는 ‘회장실’로 통했다는 제보도 받았습니다. 최태원 회장 일가와 티볼리란 회사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든 대목이었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단서가 아주 없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거래는 ‘꼬리’를 남기기 때문이죠. 재벌과 부호들이 세운 페이퍼컴퍼니 취재 결과를 오늘밤 KBS1TV 시사기획 창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2편 ‘회장님의 수상한 법인’편에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