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분석 ‘업종별 암 지도’…폐암·백혈병 잘 걸리는 일터는?

입력 2021.01.31 (21:23) 수정 2021.01.3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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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재해 피해자 중에는 끔찍한 사고 뿐 아니라 일터의 유해환경으로 질병을 얻는 근로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서 산재로 인정받기가 힘든데요.

KBS가 국내 언론 최초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업종별 암 발병률을 분석했습니다.

어떤 일터에서 암 발병률이 높은지,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과학고에서 3D 프린터실을 관리했던 서 울 선생님.

육종암에 걸려 투병하다, 지난해 7월 숨졌습니다.

육종암은 10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암, 3D 프린터를 쓰는 교사들에게 유독 발병이 잇따랐습니다.

[전○○/동료 교사/육종암 진단 : "(출력물을) 왕창 뽑았거든요. 뽑을 때까지 뽑는다고. 다른 과학고 선생님이 또 걸렸대. 뭐가? 그랬더니 그 선생님도 육종암이래. 뭔 소리야?"]

지금까지 확인된 사례만 3명.

서 울 교사는 "3D 프린터 출력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 자신의 병을 키운 것 같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최 민/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 "이 일이 질병을 일으켰다는 걸 (유족들이) 입증해야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어렵죠. 장기적인 건강 영향이 아직 덜 밝혀진 물질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KBS는 연세대 의대와 함께 어떤 업종이 암에 취약한지 국내 최초로 분석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1500만 명 전체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먼저 혈액암.

총 208개 업종 중에 34개가 근로자 평균보다 발병 위험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경우 '철광업' 종사자가 56배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과 '정비수리업'처럼 일상에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종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윤진하/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세척제라든가 시너에 10년~20년 전에는 불순물로 벤젠이 들어 있었습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세척제로 세척하는 분들에서는 벤젠 노출로 인한 백혈병이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승무원 등 '항공여객운송업' 종사자의 혈액암 위험이 41배 높았습니다.

염색제 등을 자주 쓰는 '미용업' 종사자는 3배.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도 평균보다 10배 높았습니다.

[윤진하/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병원에서) 포름알데하이드를 소독제와 방부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포르말린은 백혈병, 구강암 이런 것들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암 발병률이 높은 업종은 16개로 집계됐습니다.

'알코올 음료 제조업'과 '액세서리 제조업' 종사자의 발병률이 '석탄광업'보다도 더 높았습니다.

혈액암과 폐암 모두 발병률이 높은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업'과 '전문공사업' 등 9개인데, 의외로 '양식 어업'도 여기에 속했습니다.

'직업성 암' 분석이 처음 시도된 만큼,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윤진하/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지금 이 분석 100% 신뢰할 수 있나요?)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이 데이터 말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암 환자 가운데 산재로 공식 인정 받은 건 0.1%뿐.

서울성모병원에서 최근 2년 6개월 간 혈액암 환자 380명의 직업을 추적한 결과 55명, 14%에서 직업병이 의심됐습니다.

그만큼 숨은 직업성 암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강모열/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물질명 혹시 아시냐, 이러면 잘 모르세요. 직업을 물어보고 이런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거를 정리하고 있죠."]

사고성 재해와 달리 서서히 나타나는 질병 재해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데서 예방이 시작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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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분석 ‘업종별 암 지도’…폐암·백혈병 잘 걸리는 일터는?
    • 입력 2021-01-31 21:23:15
    • 수정2021-01-31 2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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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재해 피해자 중에는 끔찍한 사고 뿐 아니라 일터의 유해환경으로 질병을 얻는 근로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서 산재로 인정받기가 힘든데요.

KBS가 국내 언론 최초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업종별 암 발병률을 분석했습니다.

어떤 일터에서 암 발병률이 높은지,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과학고에서 3D 프린터실을 관리했던 서 울 선생님.

육종암에 걸려 투병하다, 지난해 7월 숨졌습니다.

육종암은 10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암, 3D 프린터를 쓰는 교사들에게 유독 발병이 잇따랐습니다.

[전○○/동료 교사/육종암 진단 : "(출력물을) 왕창 뽑았거든요. 뽑을 때까지 뽑는다고. 다른 과학고 선생님이 또 걸렸대. 뭐가? 그랬더니 그 선생님도 육종암이래. 뭔 소리야?"]

지금까지 확인된 사례만 3명.

서 울 교사는 "3D 프린터 출력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 자신의 병을 키운 것 같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최 민/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 "이 일이 질병을 일으켰다는 걸 (유족들이) 입증해야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어렵죠. 장기적인 건강 영향이 아직 덜 밝혀진 물질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KBS는 연세대 의대와 함께 어떤 업종이 암에 취약한지 국내 최초로 분석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1500만 명 전체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먼저 혈액암.

총 208개 업종 중에 34개가 근로자 평균보다 발병 위험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경우 '철광업' 종사자가 56배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과 '정비수리업'처럼 일상에서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종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윤진하/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세척제라든가 시너에 10년~20년 전에는 불순물로 벤젠이 들어 있었습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세척제로 세척하는 분들에서는 벤젠 노출로 인한 백혈병이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경우 승무원 등 '항공여객운송업' 종사자의 혈액암 위험이 41배 높았습니다.

염색제 등을 자주 쓰는 '미용업' 종사자는 3배.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도 평균보다 10배 높았습니다.

[윤진하/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병원에서) 포름알데하이드를 소독제와 방부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포르말린은 백혈병, 구강암 이런 것들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암 발병률이 높은 업종은 16개로 집계됐습니다.

'알코올 음료 제조업'과 '액세서리 제조업' 종사자의 발병률이 '석탄광업'보다도 더 높았습니다.

혈액암과 폐암 모두 발병률이 높은 업종은 '소프트웨어 개발업'과 '전문공사업' 등 9개인데, 의외로 '양식 어업'도 여기에 속했습니다.

'직업성 암' 분석이 처음 시도된 만큼,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합니다.

[윤진하/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지금 이 분석 100% 신뢰할 수 있나요?)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이 데이터 말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암 환자 가운데 산재로 공식 인정 받은 건 0.1%뿐.

서울성모병원에서 최근 2년 6개월 간 혈액암 환자 380명의 직업을 추적한 결과 55명, 14%에서 직업병이 의심됐습니다.

그만큼 숨은 직업성 암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강모열/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물질명 혹시 아시냐, 이러면 잘 모르세요. 직업을 물어보고 이런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거를 정리하고 있죠."]

사고성 재해와 달리 서서히 나타나는 질병 재해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데서 예방이 시작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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