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동심리센터·선관위 건물에 ‘리얼돌 매장’…“불법 아냐”

입력 2021.06.19 (09:01) 수정 2021.06.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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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에요. 주변에 학원도 많잖아요."

충북 청주시의 학원과 상가 밀집 지역. 6층짜리 건물 꼭대기 쪽을 멀찌감치 지켜보던 주민은 난생 처음 본 간판에 흠칫 놀랐습니다. Real Doll(리얼돌). 사람의 몸을 본떠 만든 인형인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도심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리얼돌 매장이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2019년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후에 리얼돌 자체를 규제할 마땅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주민은 주민대로 민원을 넣고, 업주는 업주대로 불법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아동심리센터 위 '리얼돌 판매점'… "수차례 민원 소용없어"

충북 청주 도심의 학원과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 최근 리얼돌 판매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대 학부모와 주민들이 지역 교육청과 해당 구청 등에 수차례 항의 민원도 넣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리얼돌 판매점이 들어선 건물에는 이미 '아동·청소년 심리상담센터'와 '선관위 사무실'이 나란히 입주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건물에서 단 1개의 엘리베이터를 쓰는 상담센터가 심리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과 아이들이 호기심에 리얼돌 판매점을 들러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경찰, "나체 리얼돌 사진 철거 명령"… 업주, "불법 체험방 아냐"

최근 주거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리얼돌 체험방이 청소년들의 성인식에 왜곡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찰과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건 지난 7일부터였는데요. 이 판매점도 단속 대상에 포함돼 경찰이 불법 영업 여부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불법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리얼돌이 사람이 아닌 만큼, 성매매하는 것이 아니어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다만 "판매점 내부에 방 8개가 존재했고, 이 가운데 옷을 입은 리얼돌이 있는 방은 5개~6개 정도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바로 앞 판매점 입구에 붙은 리얼돌의 나체 사진에 대해서는 철거 명령이 내려졌고, 다음날 경찰이 재차 확인한 결과 사진은 떼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주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불법 영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체험방 형태의 리얼돌 매장은 아니다"고 강하게 항변했습니다.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규제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현재 단속의 근거로 삼는 법률은 건축법, 청소년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풍속영업규제법 등 4가지입니다.

 경찰이 리얼돌 체험방으로 꾸며진 충북 청주시의 한 오피스텔을 단속하고 있다. 경찰이 리얼돌 체험방으로 꾸며진 충북 청주시의 한 오피스텔을 단속하고 있다.

■ "체험방은 위락시설…오피스텔형 영업은 불법"


지난 16일, KBS는 충청북도경찰청 풍속광역팀의 불법 리얼돌 체험방 단속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충북 청주시의 한 오피스텔 안에 방 여러 개를 임대해 리얼돌 체험방을 차려놓고 영업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에 들이닥친 겁니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에 속하지만, 주거시설로도 활용되는데요. 층마다 주민 여럿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안에서 버젓이 불법 영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경찰 단속 결과, 방 안에 침대가 놓여있었고, 그 위에 나체의 리얼돌이 떡하니 누워있었습니다. 주변으로 피임기구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음란물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기도 발견됐습니다.

김정훈 충북경찰청 풍속광역팀장은 "체험방 업주 30대 A 씨를 건축법과 청소년 보호법,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혐의 3가지를 적용해 입건했다"고 밝혔는데요. "위락시설로 분류된 리얼돌 체험방이 주거시설인 오피스텔에서 영업할 수 없기 때문에 '건축법 위반',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체험방에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는 걸 제대로 알리지 않아 '청소년 보호법 위반', 음란물을 보도록 한 것은 '풍속영업규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얼돌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리얼돌 체험방은 위락시설에 포함된다"는 국토교통부의 질의를 받아 경찰, 지자체와 함께 단속의 근거로 삼은 겁니다.

적발된 체험방 업주는 취재진에게 “오피스텔 영업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다.적발된 체험방 업주는 취재진에게 “오피스텔 영업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다.

■ 체험방 운영 업주 "불법인 줄 몰라"… 경찰 대대적 단속 예고


적발된 체험방 업주는 취재진에게 "불법인줄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습니다. "자신에게 체험방 영업을 자문해준 경기 소재의 모 리얼돌 제작 업체도 '오피스텔 영업은 불법이 아니다'고 말해줬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오피스텔형 리얼돌 체험방이 전국에 100여 곳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는데요.

우후죽순 늘어나는 리얼돌 매장이 성 상품화 논란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경찰은 위 4가지 법률을 적용해 리얼돌 체험방의 불법 영업 실태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2017년부터 수입 여부를 두고 2년여 찬반 논란이 치열했던 리얼돌. 법망을 피해 가는 리얼돌 체험방이 변종 영업 형태로 음지로 숨어들수록 단속 현장의 혼란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관 기사]
도심 파고든 리얼돌 체험방…“불법인지 몰라” [2020.6.16 KBS 뉴스]
아동상담센터 위 리얼돌 매장…“민원 소용 없어” [2020.6.17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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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아동심리센터·선관위 건물에 ‘리얼돌 매장’…“불법 아냐”
    • 입력 2021-06-19 09:01:11
    • 수정2021-06-19 13:54:14
    취재후·사건후

"충격적이에요. 주변에 학원도 많잖아요."

충북 청주시의 학원과 상가 밀집 지역. 6층짜리 건물 꼭대기 쪽을 멀찌감치 지켜보던 주민은 난생 처음 본 간판에 흠칫 놀랐습니다. Real Doll(리얼돌). 사람의 몸을 본떠 만든 인형인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도심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리얼돌 매장이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2019년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후에 리얼돌 자체를 규제할 마땅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인데요. 주민은 주민대로 민원을 넣고, 업주는 업주대로 불법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아동심리센터 위 '리얼돌 판매점'… "수차례 민원 소용없어"

충북 청주 도심의 학원과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 최근 리얼돌 판매점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대 학부모와 주민들이 지역 교육청과 해당 구청 등에 수차례 항의 민원도 넣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리얼돌 판매점이 들어선 건물에는 이미 '아동·청소년 심리상담센터'와 '선관위 사무실'이 나란히 입주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건물에서 단 1개의 엘리베이터를 쓰는 상담센터가 심리 상담을 받으러 오는 학생과 아이들이 호기심에 리얼돌 판매점을 들러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경찰, "나체 리얼돌 사진 철거 명령"… 업주, "불법 체험방 아냐"

최근 주거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리얼돌 체험방이 청소년들의 성인식에 왜곡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경찰과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건 지난 7일부터였는데요. 이 판매점도 단속 대상에 포함돼 경찰이 불법 영업 여부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불법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리얼돌이 사람이 아닌 만큼, 성매매하는 것이 아니어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다만 "판매점 내부에 방 8개가 존재했고, 이 가운데 옷을 입은 리얼돌이 있는 방은 5개~6개 정도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바로 앞 판매점 입구에 붙은 리얼돌의 나체 사진에 대해서는 철거 명령이 내려졌고, 다음날 경찰이 재차 확인한 결과 사진은 떼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업주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불법 영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체험방 형태의 리얼돌 매장은 아니다"고 강하게 항변했습니다.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규제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현재 단속의 근거로 삼는 법률은 건축법, 청소년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풍속영업규제법 등 4가지입니다.

 경찰이 리얼돌 체험방으로 꾸며진 충북 청주시의 한 오피스텔을 단속하고 있다.
■ "체험방은 위락시설…오피스텔형 영업은 불법"


지난 16일, KBS는 충청북도경찰청 풍속광역팀의 불법 리얼돌 체험방 단속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충북 청주시의 한 오피스텔 안에 방 여러 개를 임대해 리얼돌 체험방을 차려놓고 영업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에 들이닥친 겁니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에 속하지만, 주거시설로도 활용되는데요. 층마다 주민 여럿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안에서 버젓이 불법 영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경찰 단속 결과, 방 안에 침대가 놓여있었고, 그 위에 나체의 리얼돌이 떡하니 누워있었습니다. 주변으로 피임기구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음란물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기기도 발견됐습니다.

김정훈 충북경찰청 풍속광역팀장은 "체험방 업주 30대 A 씨를 건축법과 청소년 보호법, 풍속영업규제법 위반 혐의 3가지를 적용해 입건했다"고 밝혔는데요. "위락시설로 분류된 리얼돌 체험방이 주거시설인 오피스텔에서 영업할 수 없기 때문에 '건축법 위반',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체험방에 청소년 출입을 금지하는 걸 제대로 알리지 않아 '청소년 보호법 위반', 음란물을 보도록 한 것은 '풍속영업규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얼돌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여성가족부가 지난 5월 "리얼돌 체험방은 위락시설에 포함된다"는 국토교통부의 질의를 받아 경찰, 지자체와 함께 단속의 근거로 삼은 겁니다.

적발된 체험방 업주는 취재진에게 “오피스텔 영업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다.
■ 체험방 운영 업주 "불법인 줄 몰라"… 경찰 대대적 단속 예고


적발된 체험방 업주는 취재진에게 "불법인줄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습니다. "자신에게 체험방 영업을 자문해준 경기 소재의 모 리얼돌 제작 업체도 '오피스텔 영업은 불법이 아니다'고 말해줬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오피스텔형 리얼돌 체험방이 전국에 100여 곳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는데요.

우후죽순 늘어나는 리얼돌 매장이 성 상품화 논란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한 경찰은 위 4가지 법률을 적용해 리얼돌 체험방의 불법 영업 실태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2017년부터 수입 여부를 두고 2년여 찬반 논란이 치열했던 리얼돌. 법망을 피해 가는 리얼돌 체험방이 변종 영업 형태로 음지로 숨어들수록 단속 현장의 혼란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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