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민주당 경선은 어쩌다 ‘퇴행의 강’을 건넜나

입력 2021.07.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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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퇴행의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이른바 ‘적통론’에서 시작된 후보 캠프 간 논쟁이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을 소환했고, 급기야 해묵은 ‘지역주의’ 망령까지 등장했습니다.

앞다퉈 ‘네거티브’ 자제를 외치고는 있지만,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후보 간 공방의 선후 관계, 사실 관계를 따져봤습니다.

■ 민주당 ‘적통론’은 어떻게 시작됐나?

발단은 이른바 ‘적통’ 논쟁이었습니다. 경선 과정에 가장 먼저 ‘적통’이라는 표현을 꺼내든 건 단일화를 한 정세균 후보와 이광재 예비후보였습니다. 지난 6월 28일 정세균-이광재 예비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이광재 예비후보는 “저희 둘이 하나가 되고 민주당 ‘적통’ 후보 만들기의 장정을 이어가 국민과 당원, 지지자 여러분의 염원에 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적통’이 따로 있냐는 논란이 일면서, 7월 4일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국민면접에서 김해영 면접위원이 이광재 예비후보에게 “민주당 적통이 무엇이냐, 적통이 아닌 후보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광재 예비후보는 “모두 적통이지만 누가 더 적통을 이어가느냐, 발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정세균 후보는 7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후보와 비교했을 때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보기에 소위 적통은 이광재 후보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도 훌륭하지만, 순도가 가장 높은 민주당원은 저와 이광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힙니다.

6월 28일 단일화 발표 당시 이광재(좌) 정세균(우)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6월 28일 단일화 발표 당시 이광재(좌) 정세균(우)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여기까지 ‘적통론’의 중심은 사실 정세균 후보였습니다. 그럼 현재 ‘적통’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이낙연 후보는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이낙연 후보가 ‘적통’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7월 5일이었습니다. CBS 라디오에 나와서 “다른 분도 그렇겠지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와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라면서 “세 분 대통령의 철학이 몸에 이미 배어있다는 건 틀림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더 충실히 구현하고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는 국민께서 판단하실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다만 ‘적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적통이란 표현 자체가 썩 국민들께 환영받을 표현인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노무현 탄핵’ 표결은 왜 소환됐나?

후보들 간에 제기된 이른바 ‘적통론’에 대해, 자칭타칭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재명 후보는 여러 차례 불편한 심경을 내비칩니다.

“적통에서 ‘통’은 왕세자를 정할 때 나온 얘기다. 지금은 다른 의미지만. 비의 자식, 첩의 자식 따지는 서얼 논쟁이다. 좀 서글프다. 얼자는 종이다. 민주당 당원 누구나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 피, 혈통을 따진다는 느낌이다.” - 7월 16일 이재명 후보 기자 간담회

“제가 적통은 아니다. 저는 그냥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인데 우리 민주당 내에서 이게 왕조시대도 아닌데 적자, 서자를 따지는 거 우습다. 지금은 민주 정부, 또 민주정당이기 때문에 당원은 모두 다 평등하다. 다만 정통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재명이 훨씬 더 민주당의 정강·정책이나 역사에 더 부합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 -7월 20일 이재명 후보 KBS 라디오 출연

예비경선 TV토론 과정에 이른바 ‘반 이재명 연대’로 곤욕을 치렀던 이재명 후보 측은 ‘적통론’을 아프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가 등장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이었습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이재명 후보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입니다. 7월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후보의 심각한 문제가 뭐냐’는 질문을 받고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할 때 찬성했나, 반대했나, 분명한 입장이 없다.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이날, 이낙연 후보는 KBS 뉴스9에 출연해 탄핵 표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반대했다”고 처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투표하는 이낙연 의원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투표하는 이낙연 의원

하지만 이재명 후보 측 공세는 계속 됩니다.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 표결 당시 이낙연 후보의 사진을 공개하며 ‘탄핵에 반대해놓고 왜 물리력 행사에 동참했냐’고 의혹을 제기합니다. 이재명 후보 역시 7월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후보께서 스크럼까지 짜가면서 탄핵 표결 강행하려고 물리적 행동까지 나서서 하셨던 것 같은데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니 납득이 안된다”고 말합니다.

이재명 후보 측의 이런 공세에 이낙연 후보 캠프 오영훈 대변인은 같은 날 “민주당의 적통인 이낙연 후보를 흔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재명 캠프의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고 ‘적통론’을 꺼내 듭니다.

이재명 후보는 7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후보를 향해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찬성표를 던진 거다. 본인도 그렇게 행동과 말로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세월이 지난 다음에 ‘나는 반대했다’ 그런 태도는 좀 국민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것 아니냐. 너무 불투명하다. 그 자체도 문제다. 앞에서는 찬성해서 밀어붙이고 뒤에서는 반대했으면 그 것도 이중행위 아니냐.” -7월 23일 이재명 후보 중앙일보 인터뷰

■ ‘지역주의론’으로 옮겨붙은 탄핵 논쟁

‘적통’ 논쟁에서 ‘탄핵’ 논쟁으로 이어지던 후보들 간 감정 싸움은 급기야 ‘지역주의’ 논쟁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낙연 후보가) 탄핵 찬성표를 던진 거다.“라고 한 이재명 후보의 인터뷰에서, 다른 발언이 단초가 됐습니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제가 진심으로 잘 준비해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이 발언을 놓고 이낙연 후보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하루가 지나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마침 이재명 후보가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호남 지역 일정을 소화하던 날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이기는 게 중요한데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는 안된다. 확장력이 있는 내가 후보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것이었나. (중략)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국민화합에 힘쓸 때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은 호남’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인가. -7월 24일 이낙연 후보 캠프 배재정 대변인 논평

이재명 후보 캠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호남 불가론’을 언급한 바 없고 도리어 이낙연 후보를 극찬하며 지역주의 초월의 새 시대가 열리길 기대했다“면서 ”떡 주고 뺨 맞은 격“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인터뷰 당시 음성녹음 파일과 기사에서 편집된 녹취 원문도 공개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공개한 녹음 파일 내용을 보면, 이른바 ‘백제’ 발언을 하면서 ‘호남 불가론’을 직접 유추하도록 말한 대목은 사실 없습니다.

뒤이어 이재명 후보 본인의 지역적 확장성을 내세우긴 했지만, 이낙연 후보가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호남 출신으로 전국적 지지를 받았다고 하면서 ” 내가 이기는 것보다는 이 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 실제로 그렇게 판단했다. 그래서 진심으로 꼭 잘 돼서 이기시면 좋겠다 말씀드렸다. 진심이었는데 뭐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잘 모르겠다. 근데 그때 마음은 진짜 그랬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는 오늘 CBS 라디오에서 ”‘백제가 전국을’ 이런 식의 접근에 상식적인 반응을 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재명 후보가 해당 인터뷰에서 ‘백제 발언’에 앞서 ‘이낙연 후보가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낙연 후보 캠프의 한 의원은 ”인터뷰 전체 내용을 보라“면서 ”그런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이낙연 후보를 극찬했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역주의 발언 소동은 다시 탄핵 논쟁, 적통 논쟁으로 되돌아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싸움입니다. 논쟁이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서 곡해가 일어났는지를 따져도 매듭을 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 ”종친회 회장 뽑나“, ”퇴행적이고 자해적인 네거티브“

두 후보 간 감정의 온도만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혈통 따져 종친회 회장 뽑느냐?’, ‘삼국시대로 돌아갔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퇴행적이고 자해적“이라고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심판을 자처했습니다.

”탄핵 당시 이낙연 후보가 반대표를 던진 건 그 당시에 다 알려져 있던 사실“이라며 ”당시 현장에도 없던 사람들이 왜 인제 와서 따지냐“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백제’ 발언을 놓고는 ”지역주의 발언은 아니다. 호남 출신이 1등 달리고 있으니까 좋은 일 아니냐는 취지인데 그걸 뭘 또 지역주의라고 하냐“고 지적했습니다.

이를테면 ‘ 쌍방과실’이란 건데, 당장 양 후보 측이 겸허하게 수용할 것같은 분위기는 아닙니다. 과열된 경쟁, 끝없는 네거티브라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후보 캠프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어 보입니다. ‘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 라는 주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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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민주당 경선은 어쩌다 ‘퇴행의 강’을 건넜나
    • 입력 2021-07-26 18:54:25
    여심야심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퇴행의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이른바 ‘적통론’에서 시작된 후보 캠프 간 논쟁이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을 소환했고, 급기야 해묵은 ‘지역주의’ 망령까지 등장했습니다.

앞다퉈 ‘네거티브’ 자제를 외치고는 있지만,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후보 간 공방의 선후 관계, 사실 관계를 따져봤습니다.

■ 민주당 ‘적통론’은 어떻게 시작됐나?

발단은 이른바 ‘적통’ 논쟁이었습니다. 경선 과정에 가장 먼저 ‘적통’이라는 표현을 꺼내든 건 단일화를 한 정세균 후보와 이광재 예비후보였습니다. 지난 6월 28일 정세균-이광재 예비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이광재 예비후보는 “저희 둘이 하나가 되고 민주당 ‘적통’ 후보 만들기의 장정을 이어가 국민과 당원, 지지자 여러분의 염원에 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적통’이 따로 있냐는 논란이 일면서, 7월 4일 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국민면접에서 김해영 면접위원이 이광재 예비후보에게 “민주당 적통이 무엇이냐, 적통이 아닌 후보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광재 예비후보는 “모두 적통이지만 누가 더 적통을 이어가느냐, 발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정세균 후보는 7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후보와 비교했을 때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제가 보기에 소위 적통은 이광재 후보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들도 훌륭하지만, 순도가 가장 높은 민주당원은 저와 이광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힙니다.

6월 28일 단일화 발표 당시 이광재(좌) 정세균(우)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여기까지 ‘적통론’의 중심은 사실 정세균 후보였습니다. 그럼 현재 ‘적통’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이낙연 후보는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이낙연 후보가 ‘적통’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7월 5일이었습니다. CBS 라디오에 나와서 “다른 분도 그렇겠지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와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라면서 “세 분 대통령의 철학이 몸에 이미 배어있다는 건 틀림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더 충실히 구현하고 절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는 국민께서 판단하실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다만 ‘적통’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적통이란 표현 자체가 썩 국민들께 환영받을 표현인지는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노무현 탄핵’ 표결은 왜 소환됐나?

후보들 간에 제기된 이른바 ‘적통론’에 대해, 자칭타칭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재명 후보는 여러 차례 불편한 심경을 내비칩니다.

“적통에서 ‘통’은 왕세자를 정할 때 나온 얘기다. 지금은 다른 의미지만. 비의 자식, 첩의 자식 따지는 서얼 논쟁이다. 좀 서글프다. 얼자는 종이다. 민주당 당원 누구나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 피, 혈통을 따진다는 느낌이다.” - 7월 16일 이재명 후보 기자 간담회

“제가 적통은 아니다. 저는 그냥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인데 우리 민주당 내에서 이게 왕조시대도 아닌데 적자, 서자를 따지는 거 우습다. 지금은 민주 정부, 또 민주정당이기 때문에 당원은 모두 다 평등하다. 다만 정통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재명이 훨씬 더 민주당의 정강·정책이나 역사에 더 부합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 -7월 20일 이재명 후보 KBS 라디오 출연

예비경선 TV토론 과정에 이른바 ‘반 이재명 연대’로 곤욕을 치렀던 이재명 후보 측은 ‘적통론’을 아프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가 등장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이었습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이재명 후보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입니다. 7월 2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낙연 후보의 심각한 문제가 뭐냐’는 질문을 받고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할 때 찬성했나, 반대했나, 분명한 입장이 없다.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이날, 이낙연 후보는 KBS 뉴스9에 출연해 탄핵 표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반대했다”고 처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투표하는 이낙연 의원
하지만 이재명 후보 측 공세는 계속 됩니다.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 표결 당시 이낙연 후보의 사진을 공개하며 ‘탄핵에 반대해놓고 왜 물리력 행사에 동참했냐’고 의혹을 제기합니다. 이재명 후보 역시 7월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후보께서 스크럼까지 짜가면서 탄핵 표결 강행하려고 물리적 행동까지 나서서 하셨던 것 같은데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니 납득이 안된다”고 말합니다.

이재명 후보 측의 이런 공세에 이낙연 후보 캠프 오영훈 대변인은 같은 날 “민주당의 적통인 이낙연 후보를 흔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재명 캠프의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고 ‘적통론’을 꺼내 듭니다.

이재명 후보는 7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후보를 향해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찬성표를 던진 거다. 본인도 그렇게 행동과 말로 강력하게 주장했는데, 세월이 지난 다음에 ‘나는 반대했다’ 그런 태도는 좀 국민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것 아니냐. 너무 불투명하다. 그 자체도 문제다. 앞에서는 찬성해서 밀어붙이고 뒤에서는 반대했으면 그 것도 이중행위 아니냐.” -7월 23일 이재명 후보 중앙일보 인터뷰

■ ‘지역주의론’으로 옮겨붙은 탄핵 논쟁

‘적통’ 논쟁에서 ‘탄핵’ 논쟁으로 이어지던 후보들 간 감정 싸움은 급기야 ‘지역주의’ 논쟁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이낙연 후보가) 탄핵 찬성표를 던진 거다.“라고 한 이재명 후보의 인터뷰에서, 다른 발언이 단초가 됐습니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제가 진심으로 잘 준비해서 대선에서 이기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이 발언을 놓고 이낙연 후보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하루가 지나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마침 이재명 후보가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호남 지역 일정을 소화하던 날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이기는 게 중요한데 호남 후보라는 약점이 많은 이낙연 후보는 안된다. 확장력이 있는 내가 후보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것이었나. (중략)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국민화합에 힘쓸 때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은 호남’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인가. -7월 24일 이낙연 후보 캠프 배재정 대변인 논평

이재명 후보 캠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호남 불가론’을 언급한 바 없고 도리어 이낙연 후보를 극찬하며 지역주의 초월의 새 시대가 열리길 기대했다“면서 ”떡 주고 뺨 맞은 격“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인터뷰 당시 음성녹음 파일과 기사에서 편집된 녹취 원문도 공개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공개한 녹음 파일 내용을 보면, 이른바 ‘백제’ 발언을 하면서 ‘호남 불가론’을 직접 유추하도록 말한 대목은 사실 없습니다.

뒤이어 이재명 후보 본인의 지역적 확장성을 내세우긴 했지만, 이낙연 후보가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호남 출신으로 전국적 지지를 받았다고 하면서 ” 내가 이기는 것보다는 이 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 실제로 그렇게 판단했다. 그래서 진심으로 꼭 잘 돼서 이기시면 좋겠다 말씀드렸다. 진심이었는데 뭐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잘 모르겠다. 근데 그때 마음은 진짜 그랬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는 오늘 CBS 라디오에서 ”‘백제가 전국을’ 이런 식의 접근에 상식적인 반응을 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재명 후보가 해당 인터뷰에서 ‘백제 발언’에 앞서 ‘이낙연 후보가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낙연 후보 캠프의 한 의원은 ”인터뷰 전체 내용을 보라“면서 ”그런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이낙연 후보를 극찬했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역주의 발언 소동은 다시 탄핵 논쟁, 적통 논쟁으로 되돌아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싸움입니다. 논쟁이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서 곡해가 일어났는지를 따져도 매듭을 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 ”종친회 회장 뽑나“, ”퇴행적이고 자해적인 네거티브“

두 후보 간 감정의 온도만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혈통 따져 종친회 회장 뽑느냐?’, ‘삼국시대로 돌아갔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퇴행적이고 자해적“이라고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심판을 자처했습니다.

”탄핵 당시 이낙연 후보가 반대표를 던진 건 그 당시에 다 알려져 있던 사실“이라며 ”당시 현장에도 없던 사람들이 왜 인제 와서 따지냐“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백제’ 발언을 놓고는 ”지역주의 발언은 아니다. 호남 출신이 1등 달리고 있으니까 좋은 일 아니냐는 취지인데 그걸 뭘 또 지역주의라고 하냐“고 지적했습니다.

이를테면 ‘ 쌍방과실’이란 건데, 당장 양 후보 측이 겸허하게 수용할 것같은 분위기는 아닙니다. 과열된 경쟁, 끝없는 네거티브라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후보 캠프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어 보입니다. ‘내가 하면 검증, 남이 하면 네거티브’ 라는 주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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