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은 빨랐다, 윤석열 전격 입당

입력 2021.07.30 (18:22) 수정 2021.07.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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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전격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도저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딱 한 달 만입니다. "입당 문제보다 정권 교체가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해왔던 윤 전 총장. 어제까지만 해도 '8월 중에는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전광석화처럼 7월에 입당한 겁니다.

■ '전광석화' 입당…윤석열 "정권 교체 위해 정당당당 경선 참여"

윤 전 총장은 오늘 오후 1시 50분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았습니다. 당 외부 인사 영입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과 만난 뒤 바로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윤 전 총장의 첫 마디, "국민의힘의 당원으로서 입당하기 위해 당사를 찾았다"였습니다.

이어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 가는 것이 도리"라면서 "또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힘이 국민에게서 더 높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오늘 입당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이 오늘 당사 방문 사실을 알린 건 오늘 오전 11시 반쯤입니다. 불과 2시간여를 남겨두고 급하게 공지문을 뿌렸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입당이 임박했다', '8월 초, 다음주쯤 입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윤 전 총장 측 핵심 관계자도 오늘 아침 KBS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결정할 사항이고 마지막 숙고의 시간을 갖고 있다. 임박한 건 사실이지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한두시간이 지난 뒤,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을 예고하며 전격 행동에 나선 겁니다.


■ 지도부 단 한 명 없이…단촐한 입당식

한가지 주목할 점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입당을 발표하는 순간에 정작 제1야당 지도부는 단 한 명도 자리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급하게 결정했다는 뜻일 겁니다. 비슷한 시각, 이준석 대표는 전남 여수와 순천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이었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였습니다. 지난 15일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격하게 환영'하며 '꽃가마'를 태웠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총장은 "당 지도부, 또 이 대표와는 지난 일요일 회동 이후부터 교감을 가져왔고, 충분히 입당 관련 교감을 갖고 진행해 오고 있었다"면서도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윤 전 총장을 맞이한 권영세 의원은, 다음 주쯤 전체 지도부가 모여 성대한 입당식을 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 이준석 "8월 경선버스에 윤석열 화답"

지방 일정 중인 이준석 대표는 "보안 관계나 이런 거로 윤 전 총장이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8월 경선 버스에 윤 전 총장이 화답해줬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대표 주변에선 입당은 환영하지만, 이런 식으로 입당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동시에 나왔습니다.

사실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간 문제였을 뿐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여러 취재를 종합해보면, 지난 25일 이 대표와 치맥 회동을 한 윤 전 총장은 8월 10일을 전후해 입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이 대표 휴가 일정과 겹친다는 사실을 알고선, 다음 주 입당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8월 5일이 거론됐는데, 어젯밤 갑자기 2일 입당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 윤석열 "결심한 지 몇시간 안돼"…불확실성 제거

윤 전 총장이 갑작스레 입당을 결심한 배경은 뭘까요? 윤 전 총장 스스로도 "(입당을) 결심한 지 몇 시간 안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 제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 달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보니, "제일 궁금해하는 부분이 언제 입당하느냐"였다는 겁니다. 어차피 국민의힘 후보로서 대선에 나간다고 한 만큼, "불확실성을 정리하고 명확한 입장에서 국민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윤 전 총장 특유의 한 번 결심하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거침없는 성격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입당은 이미 정해진 건데, 시기를 두고 혼선이 이어져 온 게 사실입니다. 윤 전 총장으로선 막판까지 입당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고심했는데, '캠프 내 불화설'까지 제기될 정도로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전 총장 측 핵심 관계자는 "입당은 당연한데, 일부 언론에서 며칠이네 하면서 우리도 시달렸다"면서 "하루 이틀 미루고 당기고 하는 건 사실 비생산적이고 의미가 없다고 봤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극적인 입당을 통해, 지지층 결집과 컨벤션 효과를 노리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도로의 외연 확장보다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지원을 받는 쪽이 더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종인 "왜 저렇게 빨리…이유를 모르겠어"

최근 두 차례나 윤 전 총장을 만나 '11월 단일화 경선'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처음에 (당 밖에) 오래 있을 것 같이 캠프를 꾸린 걸로 알고 있는데, 왜 갑자기 저렇게 빨리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니 했겠지. 제 3자가 뭐라고 하겠나"라고 했습니다.

대선 도전 선언 한 달 만에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국민의힘의 품에 안긴 윤 전 총장. 당내의 '친윤(석열)' 대 '반윤' 대립 구도, 또 '가족 논란' 등에 대한 홍준표 의원을 선두로 한 당내 주자들의 견제와 검증 공세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됐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선 최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 전 총장까지 가세하면서 '8월 경선 버스'를 예정대로 출발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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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고민은 길었지만 결정은 빨랐다, 윤석열 전격 입당
    • 입력 2021-07-30 18:22:50
    • 수정2021-07-30 18:23:47
    여심야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전격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도저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딱 한 달 만입니다. "입당 문제보다 정권 교체가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해왔던 윤 전 총장. 어제까지만 해도 '8월 중에는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전광석화처럼 7월에 입당한 겁니다.

■ '전광석화' 입당…윤석열 "정권 교체 위해 정당당당 경선 참여"

윤 전 총장은 오늘 오후 1시 50분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았습니다. 당 외부 인사 영입을 맡고 있는 권영세 의원과 만난 뒤 바로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윤 전 총장의 첫 마디, "국민의힘의 당원으로서 입당하기 위해 당사를 찾았다"였습니다.

이어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 가는 것이 도리"라면서 "또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힘이 국민에게서 더 높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오늘 입당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총장 측이 오늘 당사 방문 사실을 알린 건 오늘 오전 11시 반쯤입니다. 불과 2시간여를 남겨두고 급하게 공지문을 뿌렸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입당이 임박했다', '8월 초, 다음주쯤 입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윤 전 총장 측 핵심 관계자도 오늘 아침 KBS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결정할 사항이고 마지막 숙고의 시간을 갖고 있다. 임박한 건 사실이지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한두시간이 지난 뒤,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을 예고하며 전격 행동에 나선 겁니다.


■ 지도부 단 한 명 없이…단촐한 입당식

한가지 주목할 점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입당을 발표하는 순간에 정작 제1야당 지도부는 단 한 명도 자리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급하게 결정했다는 뜻일 겁니다. 비슷한 시각, 이준석 대표는 전남 여수와 순천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이었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였습니다. 지난 15일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격하게 환영'하며 '꽃가마'를 태웠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총장은 "당 지도부, 또 이 대표와는 지난 일요일 회동 이후부터 교감을 가져왔고, 충분히 입당 관련 교감을 갖고 진행해 오고 있었다"면서도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윤 전 총장을 맞이한 권영세 의원은, 다음 주쯤 전체 지도부가 모여 성대한 입당식을 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습니다.

■ 이준석 "8월 경선버스에 윤석열 화답"

지방 일정 중인 이준석 대표는 "보안 관계나 이런 거로 윤 전 총장이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요한 부분은 8월 경선 버스에 윤 전 총장이 화답해줬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대표 주변에선 입당은 환영하지만, 이런 식으로 입당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동시에 나왔습니다.

사실 윤 전 총장의 입당, 시간 문제였을 뿐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여러 취재를 종합해보면, 지난 25일 이 대표와 치맥 회동을 한 윤 전 총장은 8월 10일을 전후해 입당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이 대표 휴가 일정과 겹친다는 사실을 알고선, 다음 주 입당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8월 5일이 거론됐는데, 어젯밤 갑자기 2일 입당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 윤석열 "결심한 지 몇시간 안돼"…불확실성 제거

윤 전 총장이 갑작스레 입당을 결심한 배경은 뭘까요? 윤 전 총장 스스로도 "(입당을) 결심한 지 몇 시간 안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 제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한 달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 보니, "제일 궁금해하는 부분이 언제 입당하느냐"였다는 겁니다. 어차피 국민의힘 후보로서 대선에 나간다고 한 만큼, "불확실성을 정리하고 명확한 입장에서 국민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윤 전 총장 특유의 한 번 결심하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거침없는 성격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입당은 이미 정해진 건데, 시기를 두고 혼선이 이어져 온 게 사실입니다. 윤 전 총장으로선 막판까지 입당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고심했는데, '캠프 내 불화설'까지 제기될 정도로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전 총장 측 핵심 관계자는 "입당은 당연한데, 일부 언론에서 며칠이네 하면서 우리도 시달렸다"면서 "하루 이틀 미루고 당기고 하는 건 사실 비생산적이고 의미가 없다고 봤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극적인 입당을 통해, 지지층 결집과 컨벤션 효과를 노리려는 포석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도로의 외연 확장보다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지원을 받는 쪽이 더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종인 "왜 저렇게 빨리…이유를 모르겠어"

최근 두 차례나 윤 전 총장을 만나 '11월 단일화 경선'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처음에 (당 밖에) 오래 있을 것 같이 캠프를 꾸린 걸로 알고 있는데, 왜 갑자기 저렇게 빨리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니 했겠지. 제 3자가 뭐라고 하겠나"라고 했습니다.

대선 도전 선언 한 달 만에 여러 논란을 뒤로 하고, 국민의힘의 품에 안긴 윤 전 총장. 당내의 '친윤(석열)' 대 '반윤' 대립 구도, 또 '가족 논란' 등에 대한 홍준표 의원을 선두로 한 당내 주자들의 견제와 검증 공세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됐습니다. 국민의힘으로선 최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 전 총장까지 가세하면서 '8월 경선 버스'를 예정대로 출발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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