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배터리 채우고 청와대행 버스 시동…안철수는?

입력 2021.08.0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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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제(2일) 이준석 대표와 정식 상견례를 했습니다.

장소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로딩 중'이라는 글귀와 충전 중인 배터리 모양 그림이 걸려있는 그 곳입니다. 배터리의 칸은 대선주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더 많은 주자들과 함께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배터리 그림에 남아있던 칸을 모두 빨간색 스티커로 채워 넣도록 했습니다. 두 칸이 남아 있었는데 두 칸 모두 채워 넣게 한 거죠.

그러고선 이 대표는 "국민의당 합당 절차가 끝나면 배터리를 길게 합치는 모양으로 하겠다, 자리는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아있던 마지막 한 칸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자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부연 설명에 나선 겁니다.

최종 목적지 청와대행 버스는 이렇게 윤 전 총장에게 두 자리를 내어주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청와대행 버스의 남은 한 자리를 놓친 안 대표는 그 시각, 먼저 청와대 앞에 와 있었습니다. '드루킹 사건' 관련 1인 시위를 하러 온 건데요.

안 대표는 "제1야당과 제2야당의 플러스 통합만이 정권교체를 담보할 수 있다"며, "마이너스 통합이 된다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금방 성사될 것 같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 '합당 신경전' 발단은 이준석 대표의 '휴가'

두 당간 합당 논의는 지난주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두 대표에게 공이 넘어간 상태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주를 논의의 마지노선으로 못 박고, 안 대표에게 담판을 짓자고 최후 통첩을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이미 오래전에 예고한 바 있는, 자신의 휴가를 가야 하니 이번 주 안에 끝내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 '휴가'가 두 당 간 거친 신경전의 발단이 됐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가 2일 국민의힘 ‘배터리’ 충전 완료를 기념하고 있다.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가 2일 국민의힘 ‘배터리’ 충전 완료를 기념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오늘(3일) 핵심 당직자들을 총 동원해,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 나섰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과 권은희 원내대표, 안혜진 대변인이 잇따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상의 문제점과 이준석 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 국민의당, 이준석 향해 "갑질·말장난·오만" 맹비난

이태규 사무총장은 오늘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상에서 가장 필요한 건 상호 존중 자세인데 이준석 대표가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해버렸다"며, "전형적인 갑질 사고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맹비난했습니다.

특히 " 정당 간 통합이란 중요한 정치사안을 이야기하면서 본인의 휴가를 결부시킨 것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너무 기고만장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많이 나온다"고도 전했습니다. 또 "누가 봐도 국민의힘이 강자인데,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태도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합당이 장난이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본인의 휴가와 국민의당 합당 일정을 연동시키면서 합당을 마치 장난하는 것처럼 대하고 있는데, 거기에 국민의당이 맞장구쳐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만난다한들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보여진다"고 했습니다.

안혜진 대변인은 YTN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당이) 만나자고 하면 '버선발로 맞을 것'이라는 과한 표현을 썼는데, 오히려 굉장히 이중적"이라며, "이런 말로 자신의 행위는 과대포장하고, 지지부진한 합당 책임은 상대방에게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 그런데도 합당하려는 이유?

국민의당에선 이런 상황이 상당히 굴욕적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태규 총장은 "안 대표가 이 대표의 고압적 태도를 견디지 못해 들어가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걸로 보일 수 있다"며, "당 지지자들은 왜 굴욕적으로 굴복하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표면적, 대외적으로는 야권 대통합을 위해서입니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과 제2야당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사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사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오늘 MBC 라디오에 나와 전한 말이 그런 맥락인데요.

김 최고위원은 "안철수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국민의당) 당헌에 선출직 당직은 1년 내에 사퇴해야 하는데, 당헌을 개정하고 않고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출마하기 위해 당헌까지 개정하면 안철수의 새정치가 안되지 않냐"며, "그러니까 합당의 필요를 느낀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언급한 국민의당 당헌은 이것입니다.

국민의당 당헌 제75조(대통령선거후보자의 추천)
③ 대통령후보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여야 한다

이 당헌대로라면 안 대표는 국민의당에서는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는 겁니다. 국민의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를 합당의 압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 대표의 고압적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한 가지 예로 "이 대표가 안 대표를 향해, 지금 상태로는 대선 경선에 못나오니까 합당하면 대선 경선에 나오게 해 줄게,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이 당원들의 자존심을 많이 건드려서 과거 합당에 굉장히 호의적이었던 분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은희 원내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의당 당헌을 개정해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애초에 합당을 추진했을 때는 열린 플랫폼을 통해서 안철수 대표 역할을 제도화 하려 했는데, 합당 성사 여부와 상관 없이 열린 플랫폼은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밖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야권 대선주자들을 모두 제3지대 '빅텐트'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려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플랫폼이 실패했기 때문에 야권의 외연확장을 위해 현재로선 안철수가 대권후보로 출마해서 그런 역할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권 원내대표는 주장했습니다.

■ 이준석 "합당에 예, 아니오 답하시면 된다"

국민의당 총공세에 이준석 대표는 발끈했습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당이 며칠 사이에 만들어 낸 용어와 개념들을 보면 '오픈 플랫폼을 만들면 합당하겠다', '마이너스 통합이라서 안되고 플러스 통합을 해야 한다', '지분 요구는 아니고 야권이 확장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29명의 지역위원장은 필요하다'고 한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용어로 시간을 끌려고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국민들은 희한한 단어들 원하지 않는다"며, "그냥 합당에 대해서 (예)Yes냐 (아니오)No냐가 중요하고, 만나는 것에 대해서 (예)Yes냐 (아니오)No냐 답하시면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 국민의힘이 안철수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이렇게 애증 관계인데도 이번엔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특히 안철수 대표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안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세력 때문입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2% 안팎의 고정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중도 세력의 지지층이어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이를 두고,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런 논리를 폈습니다. "국민의힘이 지금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최근에 다시 민주당을 이겼다고 보는데 거기에 열린민주당을 합치면 여전히 게임이 안 된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대통령 지지율도 40%로 다시 견고하다"고 했습니다.

중도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2% 부족"이 패배로 이어질 수 있고, 그 부족한 2%를 국민의당이 채워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총장은 이어 "우리가 돈과 조직이 없지, 우리가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는 말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이번 대선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 될 거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가 "51% 대 49%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누가 중도층을 조금 더 가져가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과는 별개로, 안 대표를 못 본 체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윤 전 총장이 예상보다 빨리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한 이후 이제 남은 최대 변수는 안 대표가 버스의 닫힌 문을 두드려 마지막 탑승자가 될지, 아니면 제3지대 후보로서 국민의힘과 또 한 번 단일화를 시도하게 될지 여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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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배터리 채우고 청와대행 버스 시동…안철수는?
    • 입력 2021-08-03 17:27:55
    여심야심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제(2일) 이준석 대표와 정식 상견례를 했습니다.

장소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로딩 중'이라는 글귀와 충전 중인 배터리 모양 그림이 걸려있는 그 곳입니다. 배터리의 칸은 대선주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더 많은 주자들과 함께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배터리 그림에 남아있던 칸을 모두 빨간색 스티커로 채워 넣도록 했습니다. 두 칸이 남아 있었는데 두 칸 모두 채워 넣게 한 거죠.

그러고선 이 대표는 "국민의당 합당 절차가 끝나면 배터리를 길게 합치는 모양으로 하겠다, 자리는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아있던 마지막 한 칸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자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부연 설명에 나선 겁니다.

최종 목적지 청와대행 버스는 이렇게 윤 전 총장에게 두 자리를 내어주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청와대행 버스의 남은 한 자리를 놓친 안 대표는 그 시각, 먼저 청와대 앞에 와 있었습니다. '드루킹 사건' 관련 1인 시위를 하러 온 건데요.

안 대표는 "제1야당과 제2야당의 플러스 통합만이 정권교체를 담보할 수 있다"며, "마이너스 통합이 된다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금방 성사될 것 같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 '합당 신경전' 발단은 이준석 대표의 '휴가'

두 당간 합당 논의는 지난주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두 대표에게 공이 넘어간 상태입니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주를 논의의 마지노선으로 못 박고, 안 대표에게 담판을 짓자고 최후 통첩을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이미 오래전에 예고한 바 있는, 자신의 휴가를 가야 하니 이번 주 안에 끝내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 '휴가'가 두 당 간 거친 신경전의 발단이 됐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가 2일 국민의힘 ‘배터리’ 충전 완료를 기념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오늘(3일) 핵심 당직자들을 총 동원해, 이 대표를 향한 공세에 나섰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과 권은희 원내대표, 안혜진 대변인이 잇따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상의 문제점과 이준석 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 국민의당, 이준석 향해 "갑질·말장난·오만" 맹비난

이태규 사무총장은 오늘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협상에서 가장 필요한 건 상호 존중 자세인데 이준석 대표가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해버렸다"며, "전형적인 갑질 사고다,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맹비난했습니다.

특히 " 정당 간 통합이란 중요한 정치사안을 이야기하면서 본인의 휴가를 결부시킨 것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너무 기고만장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많이 나온다"고도 전했습니다. 또 "누가 봐도 국민의힘이 강자인데,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태도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합당이 장난이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본인의 휴가와 국민의당 합당 일정을 연동시키면서 합당을 마치 장난하는 것처럼 대하고 있는데, 거기에 국민의당이 맞장구쳐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와) 이준석 대표가 만난다한들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보여진다"고 했습니다.

안혜진 대변인은 YTN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당이) 만나자고 하면 '버선발로 맞을 것'이라는 과한 표현을 썼는데, 오히려 굉장히 이중적"이라며, "이런 말로 자신의 행위는 과대포장하고, 지지부진한 합당 책임은 상대방에게 전가하려는 듯한 모습"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 그런데도 합당하려는 이유?

국민의당에선 이런 상황이 상당히 굴욕적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이태규 총장은 "안 대표가 이 대표의 고압적 태도를 견디지 못해 들어가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걸로 보일 수 있다"며, "당 지지자들은 왜 굴욕적으로 굴복하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합당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표면적, 대외적으로는 야권 대통합을 위해서입니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과 제2야당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사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오늘 MBC 라디오에 나와 전한 말이 그런 맥락인데요.

김 최고위원은 "안철수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다. (국민의당) 당헌에 선출직 당직은 1년 내에 사퇴해야 하는데, 당헌을 개정하고 않고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작은 정당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출마하기 위해 당헌까지 개정하면 안철수의 새정치가 안되지 않냐"며, "그러니까 합당의 필요를 느낀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언급한 국민의당 당헌은 이것입니다.

국민의당 당헌 제75조(대통령선거후보자의 추천)
③ 대통령후보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여야 한다

이 당헌대로라면 안 대표는 국민의당에서는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는 겁니다. 국민의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를 합당의 압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 대표의 고압적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한 가지 예로 "이 대표가 안 대표를 향해, 지금 상태로는 대선 경선에 못나오니까 합당하면 대선 경선에 나오게 해 줄게, 이런 뉘앙스의 말을 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이 당원들의 자존심을 많이 건드려서 과거 합당에 굉장히 호의적이었던 분들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권은희 원내대표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의당 당헌을 개정해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애초에 합당을 추진했을 때는 열린 플랫폼을 통해서 안철수 대표 역할을 제도화 하려 했는데, 합당 성사 여부와 상관 없이 열린 플랫폼은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밖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야권 대선주자들을 모두 제3지대 '빅텐트'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려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플랫폼이 실패했기 때문에 야권의 외연확장을 위해 현재로선 안철수가 대권후보로 출마해서 그런 역할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권 원내대표는 주장했습니다.

■ 이준석 "합당에 예, 아니오 답하시면 된다"

국민의당 총공세에 이준석 대표는 발끈했습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당이 며칠 사이에 만들어 낸 용어와 개념들을 보면 '오픈 플랫폼을 만들면 합당하겠다', '마이너스 통합이라서 안되고 플러스 통합을 해야 한다', '지분 요구는 아니고 야권이 확장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29명의 지역위원장은 필요하다'고 한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용어로 시간을 끌려고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국민들은 희한한 단어들 원하지 않는다"며, "그냥 합당에 대해서 (예)Yes냐 (아니오)No냐가 중요하고, 만나는 것에 대해서 (예)Yes냐 (아니오)No냐 답하시면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 국민의힘이 안철수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이렇게 애증 관계인데도 이번엔 국민의힘이 국민의당, 특히 안철수 대표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안 대표를 지지하는 중도세력 때문입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는 2% 안팎의 고정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중도 세력의 지지층이어서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이를 두고,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런 논리를 폈습니다. "국민의힘이 지금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최근에 다시 민주당을 이겼다고 보는데 거기에 열린민주당을 합치면 여전히 게임이 안 된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대통령 지지율도 40%로 다시 견고하다"고 했습니다.

중도 외연 확장을 해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2% 부족"이 패배로 이어질 수 있고, 그 부족한 2%를 국민의당이 채워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총장은 이어 "우리가 돈과 조직이 없지, 우리가 가오까지 없는 정당은 아니다"라는 말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이번 대선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 될 거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가 "51% 대 49%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누가 중도층을 조금 더 가져가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입당과는 별개로, 안 대표를 못 본 체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윤 전 총장이 예상보다 빨리 국민의힘 경선 버스에 탑승한 이후 이제 남은 최대 변수는 안 대표가 버스의 닫힌 문을 두드려 마지막 탑승자가 될지, 아니면 제3지대 후보로서 국민의힘과 또 한 번 단일화를 시도하게 될지 여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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