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1평 철창서 평생 웅담 채취…“사육곰들에게도 지옥 밖 알려주고파요”

입력 2023.01.16 (18:10) 수정 2023.01.16 (18: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1월16일(월) 17:50~18:25 KBS2
■ 출연자 : 최태규 /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30116&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오물이 들러붙은 바닥,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악취,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반달가슴곰 대신 '사육 곰'이라고 불리는 비운의 곰들입니다. 최근 울산의 한 농장에서 탈출해 끝내 사살된 곰 역시 사육 곰이었습니다. 이런 비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분이 있습니다. 최태규 대표 함께하겠습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반달가슴곰에만 가슴에 반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대표님도 가슴에 반달을 갖고 나오셨네요?

[답변]
네, 저에게도 있습니다. 저희 유니폼인데 나이키 짝퉁이라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저희 디자이너가 성의껏 만든 예쁜 유니폼입니다.

[앵커]
수의사 자격증도 갖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많은 동물들을 접하셨을 텐데 어쩌다가 곰하고 친해지셨어요?

[답변]
제가 영국에서 공부를 할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곰 생추어리라는 곳에서, 곰 보호시설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는 곰들이 어떻게 살고 있니라고 물어봐서 한국에도 굉장히 나쁜 상황에 살고 있는 곰들이 많다. 그래서 불가리아 친구였는데 한국은 부자 나라니까 당연히 생추어리가 있겠네? 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엔 없다. 한국은 돈이 많지만 이런 시설은 없는데 그것이 왜 없을까 생각하다가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서 우리 곰 생추어리를 한번 만들어 보자라고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앵커]
곰들을 데려다가 보호하는 일을 지금 맡고 계신 거잖아요. 어디서 몇 마리 정도 돌보고 계세요?

[답변]
강원도 화천에서 원래 사육 곰 농장이었던 곳에서 개조를 해가지고 12마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앵커]
12마리. 그런데 이제 곰도요, 종류가 있다면서요? 귀천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지리산에서 정말 새끼만 낳아도 귀한 대접을 받는 귀하신 몸이 있는가 하면, 같은 반달곰인데도 철창에 갇혀서 평생을 음식물쓰레기만 먹고 사는 천한 곰. 이런 구분은 어떻게 생겨나는 겁니까?

[답변]
똑같이 반달가슴곰이라는 같은 종이고요. 종 아래에 아종이라는 분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원래 살던 아종은 우수리 아종이라고 해서 한반도와 중국 북동부 이쪽에서 사는 곰들이고 그 곰들이 한반도에서 멸종을 해가지고 데리고 와서 키우는 게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이고요. 사육 곰들은 70~80년대에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수입을 해서 키우던 외국산 반달가슴곰인 거죠. 그래서 귀천이 나뉘게 됐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조상의 혈통에 따라서 귀천이 나누어진 그런 셈이네요. 개인이 곰을 데려다가 돌보는 게 불법은 아닙니까, 현행법상?

[답변]
돌본다기보다 웅담 채취를 위해서 키우고 있는 농장들이 있고 이것들은 지금 합법입니다. 곰을 10년 이상 키워서 도살을 하고 도살한 곰에서 웅담을 빼서 판매하는 것까지가 합법입니다.

[앵커]
그게 불법이 아니라고요?

[답변]
네. 지금 합법입니다.

[앵커]
그러면 직접 그런 불법 사육 농가가 사실 없단 얘기네요, 그러면 현재 국내에는.

[답변]
지금은 환경부가 파악하기로는 불법 사육 농가는 없고 다 허가받은 합법 사육 농가만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웅담 채취해서 사육하는 농가를 합법으로 보는 법 자체에 지금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답변]
그래서 환경부도 저희 시민단체들과 또 사육 곰 협회 농가들과 함께 이것을 불법화하자라는 것에 동의를 작년 초에 했고요. 그래서 그거를 위해서 법 개정, 사육 곰 특별법이라는 법을 만들려고 제정을 하려고 하는데 국회가 조금 힘을 써야 되는 부분인 거죠.

[앵커]
현장에서 곰들을 데려다가 웅담 채취하는 그런 모습도 많이 목격을 하셨을 텐데 직접 보고 오신 얘기 좀 해 주세요.

[답변]
웅담 채취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고요. 화면을 통해서 잠입 취재한 단체에서 한 것들을 봤고 곰을 키우는 상황들은 대체로 좋지 않죠. 매우 좁고 자극이 한정된 곳. 그러니까 야생동물이니까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살면서 온갖 자극을 계속 받으면서 살도록 만들어진 몸이거든요. 그런데 그 자극이 완전히 차단이 되었을 때 10년, 20년 시간이 흐르면서 입장 바꿔 생각하면 쉽죠.

[앵커]
20년을 똑같은 철창 안에서 갇혀 지내면 곰들이 이상행동 같은 거 보이지 않습니까?

[답변]
그래서 유명하게 많은 분들이 인지하게 된 것이 정형행동이라고 하는 것이죠.

[앵커]
정형행동,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그런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답변]
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데 곰의 경우는 정형행동이 저렇게 한 동선으로 계속 한 자리를 맴돌거나 고개를 계속 좌우로 젓거나 철창을 계속해서 물어뜯어서 치아가 다 상하는 경우들이 대표적인 정형행동입니다.

[앵커]
저 안에 한 20년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이상행동이 아니라 정상행동 같다는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답변]
저 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어 보면 하루만 있어도 저런 행동을 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죠.

[앵커]
저런 곰들한테 먹을 거는 제대로 줍니까?

[답변]
아무래도 경제 동물이다 보니까 소, 닭, 돼지 같은 어떤 축산의 개념으로 곰을 키우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이윤이 나지 않는 것 이상은 주기가 어렵죠.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들을 많이 주고 있고 개 사료나 소 사료 같은 것들도 주고 있고 그렇습니다.

[앵커]
지금 먹고 있는 저거는 도넛인가요?

[답변]
저건 유통기한이 지난 도넛을 빵 공장에서 얻어와서 농장주분이 주신 거고요.

[앵커]
유통기한 지난 거를?

[답변]
네. 유통기한 지났다고 해서 곰들에게 탈이 막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줘서 먹이고 있는데 죽지 않을 정도만 먹이시는 거죠.

[앵커]
저런 걸 먹은 곰이 과연 건강할까요? 저런 걸 보고도 웅담 먹고 싶을까 싶은데.

[답변]
저도 그런 의문은 드는데 저 장면은 눈여겨 안 보시는 거 같아요.

[앵커]
많은 사람들이 무지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철창 안에 갇혀 있는 곰들을 구조해서 데려다 키운 게 쉬운 게 아닐 텐데 구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 같은 건 없으세요?

[답변]
저희가 지금 기르고 있는 곰들은 농가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고요. 몸이 아프셔서 그 전부터 저희가 조사를 다니거나 이 곰들에게 뭔가 먹을 걸 갖다주고 하던 농장인데 아프시고 곰을 못 키우게 됐다. 그래서 이 곰들을 잘 키워줄 수 있는 곳이 없겠느냐라고 저희한테 먼저 연락을 주셨고. 아직은 보호할 시설이 없으니까 그러면 저희가 곰 키우는 거를 도와드릴 테니 좀 버텨주세요, 그 농장에서. 그래서 그렇게 시작이 됐고 지금도 그 농장에다가 곰들을 그대로 뒀긴 하지만 방사장을 만들고 이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방금 버텨주세요라고 하신 거 보니까 뭔가 계획이 있으신 거 같아요, 앞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이거 추진하고 계시잖아요.

[답변]
저희 이름이 보금자리인 것과 맞닿아 있는데 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 곰들이 죽을 때까지 곰처럼 곰답게 살 수 있는 시설을 만들려고 계획을 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게 혹시 앞서 말씀해 주셨던 생추어리라는 생소한 용어. 아직까지 해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낯선 용어라 설명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답변]
야생동물 생추어리라고 하면 야생동물이 야생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들이 있거든요. 사육 곰처럼 한번 사람이 키워서 다시 야생에 못 나가는 애들이 있는데 이런 야생동물을 죽을 때까지 야생성을 지켜주면서 안락하게 복지를 유지하는 기관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거는 지금 남아있는 곰들에게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거죠. 어쨌든 평생 살아도 25년 사는 건데 생을 다하기 전에 저 생추어리 땅 밟을 수 있을까요?

[답변]
글쎄요. 그렇게 하려고 지금 애를 쓰고 있고요. 사육 곰뿐만 아니라 이런 생추어리가 필요한 야생동물들이 여러 종들이 있어요. 그래서 말씀을 드리자면 동물원 수족관법이라는 법이 전면 개정이 됐고 지금 열악한 동물원들에서 키우는 동물들이 갈 곳이 필요하거든요.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동물원들은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동물들이 아마 생추어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앵커]
국내 1호 생추어리는 언제쯤 우리가 볼 수 있습니까?

[답변]
글쎄요. 저희가 만들려고 애를 쓰는데 1호가 될지는 모르겠고요. 지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생추어리가 두 군데가 있습니다. 전남 구례랑 충남 서천에 정부 주도의 생추어리들이, 곰 생추어리들이 준비가 되고 있습니다. 구례가 아마 먼저 생길 거 같은데

[앵커]
2024년 정도 예상하는 거 같아요.

[답변]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부지 확보나 또 주민들의 여론 수렴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 텐데 그런 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답변]
일단 정부가 하는 거라서 사실 지자체 인허가라든지 이런 것들은 수월하게 되는 거 같고요.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공무원들이 곰을 키우는 거에 대해서 뭔가 생각을 해볼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곰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곰을 보호하는 시설이 동물원 시설과 비슷한 어떤 관광자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고 계속 잔소리를 하고 있죠.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생추어리가 생겨나면 최근에 발생하는 그런 곰 탈출 사건, 곰생크 사건 이렇게도 이야기하던데 이런 것도 줄어들까요? 그런데 이런 사건은 왜 자꾸 반복된다고 보세요? 곰들이 왜 이렇게 사육장을 탈출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개인이 특별히 자격이 없이 곰을 키우게 해놓은 것이 지금 시스템이다 보니 곰 사육시설이 어떤 기준을 갖춰야 한다라는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도 않고 지켜지지도 않는 것이죠. 곰이라는 동물은 문이 열려 있으면 나가는 거죠. 뭔가 자유를 찾아서 나가겠어. 쇼생크는 아니고 열려 있으니까 나갔고 나가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어쨌든 사람이 뭔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곰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한테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죠.

[앵커]
알겠습니다. 사육 곰 산업 종식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하셨는데 지금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거 하나 정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돈입니다. 저희가 생추어리를 만들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이게 한두 푼으로 되는 게 아니고 저희가 지금 대략 추산하기로는 한 3, 40억 정도 들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이것이 정부에서 나오든 기업에서 나오든 어디에서 나와야 되는데 안 나오는 것이 문제라서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대표님의 프로젝트도 꼭 성공했으면 좋겠고 더불어서 우리나라가 웅담 채취국이란 오명도 벗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태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1평 철창서 평생 웅담 채취…“사육곰들에게도 지옥 밖 알려주고파요”
    • 입력 2023-01-16 18:10:29
    • 수정2023-01-16 18:51:53
    통합뉴스룸ET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1월16일(월) 17:50~18:25 KBS2
■ 출연자 : 최태규 /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30116&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오물이 들러붙은 바닥,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악취,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반달가슴곰 대신 '사육 곰'이라고 불리는 비운의 곰들입니다. 최근 울산의 한 농장에서 탈출해 끝내 사살된 곰 역시 사육 곰이었습니다. 이런 비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분이 있습니다. 최태규 대표 함께하겠습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반달가슴곰에만 가슴에 반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대표님도 가슴에 반달을 갖고 나오셨네요?

[답변]
네, 저에게도 있습니다. 저희 유니폼인데 나이키 짝퉁이라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저희 디자이너가 성의껏 만든 예쁜 유니폼입니다.

[앵커]
수의사 자격증도 갖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많은 동물들을 접하셨을 텐데 어쩌다가 곰하고 친해지셨어요?

[답변]
제가 영국에서 공부를 할 때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곰 생추어리라는 곳에서, 곰 보호시설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는 곰들이 어떻게 살고 있니라고 물어봐서 한국에도 굉장히 나쁜 상황에 살고 있는 곰들이 많다. 그래서 불가리아 친구였는데 한국은 부자 나라니까 당연히 생추어리가 있겠네? 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엔 없다. 한국은 돈이 많지만 이런 시설은 없는데 그것이 왜 없을까 생각하다가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서 우리 곰 생추어리를 한번 만들어 보자라고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앵커]
곰들을 데려다가 보호하는 일을 지금 맡고 계신 거잖아요. 어디서 몇 마리 정도 돌보고 계세요?

[답변]
강원도 화천에서 원래 사육 곰 농장이었던 곳에서 개조를 해가지고 12마리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앵커]
12마리. 그런데 이제 곰도요, 종류가 있다면서요? 귀천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지리산에서 정말 새끼만 낳아도 귀한 대접을 받는 귀하신 몸이 있는가 하면, 같은 반달곰인데도 철창에 갇혀서 평생을 음식물쓰레기만 먹고 사는 천한 곰. 이런 구분은 어떻게 생겨나는 겁니까?

[답변]
똑같이 반달가슴곰이라는 같은 종이고요. 종 아래에 아종이라는 분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원래 살던 아종은 우수리 아종이라고 해서 한반도와 중국 북동부 이쪽에서 사는 곰들이고 그 곰들이 한반도에서 멸종을 해가지고 데리고 와서 키우는 게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이고요. 사육 곰들은 70~80년대에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수입을 해서 키우던 외국산 반달가슴곰인 거죠. 그래서 귀천이 나뉘게 됐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조상의 혈통에 따라서 귀천이 나누어진 그런 셈이네요. 개인이 곰을 데려다가 돌보는 게 불법은 아닙니까, 현행법상?

[답변]
돌본다기보다 웅담 채취를 위해서 키우고 있는 농장들이 있고 이것들은 지금 합법입니다. 곰을 10년 이상 키워서 도살을 하고 도살한 곰에서 웅담을 빼서 판매하는 것까지가 합법입니다.

[앵커]
그게 불법이 아니라고요?

[답변]
네. 지금 합법입니다.

[앵커]
그러면 직접 그런 불법 사육 농가가 사실 없단 얘기네요, 그러면 현재 국내에는.

[답변]
지금은 환경부가 파악하기로는 불법 사육 농가는 없고 다 허가받은 합법 사육 농가만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웅담 채취해서 사육하는 농가를 합법으로 보는 법 자체에 지금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답변]
그래서 환경부도 저희 시민단체들과 또 사육 곰 협회 농가들과 함께 이것을 불법화하자라는 것에 동의를 작년 초에 했고요. 그래서 그거를 위해서 법 개정, 사육 곰 특별법이라는 법을 만들려고 제정을 하려고 하는데 국회가 조금 힘을 써야 되는 부분인 거죠.

[앵커]
현장에서 곰들을 데려다가 웅담 채취하는 그런 모습도 많이 목격을 하셨을 텐데 직접 보고 오신 얘기 좀 해 주세요.

[답변]
웅담 채취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고요. 화면을 통해서 잠입 취재한 단체에서 한 것들을 봤고 곰을 키우는 상황들은 대체로 좋지 않죠. 매우 좁고 자극이 한정된 곳. 그러니까 야생동물이니까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살면서 온갖 자극을 계속 받으면서 살도록 만들어진 몸이거든요. 그런데 그 자극이 완전히 차단이 되었을 때 10년, 20년 시간이 흐르면서 입장 바꿔 생각하면 쉽죠.

[앵커]
20년을 똑같은 철창 안에서 갇혀 지내면 곰들이 이상행동 같은 거 보이지 않습니까?

[답변]
그래서 유명하게 많은 분들이 인지하게 된 것이 정형행동이라고 하는 것이죠.

[앵커]
정형행동,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그런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답변]
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데 곰의 경우는 정형행동이 저렇게 한 동선으로 계속 한 자리를 맴돌거나 고개를 계속 좌우로 젓거나 철창을 계속해서 물어뜯어서 치아가 다 상하는 경우들이 대표적인 정형행동입니다.

[앵커]
저 안에 한 20년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이상행동이 아니라 정상행동 같다는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답변]
저 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어 보면 하루만 있어도 저런 행동을 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죠.

[앵커]
저런 곰들한테 먹을 거는 제대로 줍니까?

[답변]
아무래도 경제 동물이다 보니까 소, 닭, 돼지 같은 어떤 축산의 개념으로 곰을 키우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이윤이 나지 않는 것 이상은 주기가 어렵죠.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들을 많이 주고 있고 개 사료나 소 사료 같은 것들도 주고 있고 그렇습니다.

[앵커]
지금 먹고 있는 저거는 도넛인가요?

[답변]
저건 유통기한이 지난 도넛을 빵 공장에서 얻어와서 농장주분이 주신 거고요.

[앵커]
유통기한 지난 거를?

[답변]
네. 유통기한 지났다고 해서 곰들에게 탈이 막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줘서 먹이고 있는데 죽지 않을 정도만 먹이시는 거죠.

[앵커]
저런 걸 먹은 곰이 과연 건강할까요? 저런 걸 보고도 웅담 먹고 싶을까 싶은데.

[답변]
저도 그런 의문은 드는데 저 장면은 눈여겨 안 보시는 거 같아요.

[앵커]
많은 사람들이 무지해서 실수를 저지르는 그런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철창 안에 갇혀 있는 곰들을 구조해서 데려다 키운 게 쉬운 게 아닐 텐데 구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 같은 건 없으세요?

[답변]
저희가 지금 기르고 있는 곰들은 농가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고요. 몸이 아프셔서 그 전부터 저희가 조사를 다니거나 이 곰들에게 뭔가 먹을 걸 갖다주고 하던 농장인데 아프시고 곰을 못 키우게 됐다. 그래서 이 곰들을 잘 키워줄 수 있는 곳이 없겠느냐라고 저희한테 먼저 연락을 주셨고. 아직은 보호할 시설이 없으니까 그러면 저희가 곰 키우는 거를 도와드릴 테니 좀 버텨주세요, 그 농장에서. 그래서 그렇게 시작이 됐고 지금도 그 농장에다가 곰들을 그대로 뒀긴 하지만 방사장을 만들고 이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방금 버텨주세요라고 하신 거 보니까 뭔가 계획이 있으신 거 같아요, 앞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이거 추진하고 계시잖아요.

[답변]
저희 이름이 보금자리인 것과 맞닿아 있는데 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 곰들이 죽을 때까지 곰처럼 곰답게 살 수 있는 시설을 만들려고 계획을 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게 혹시 앞서 말씀해 주셨던 생추어리라는 생소한 용어. 아직까지 해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낯선 용어라 설명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답변]
야생동물 생추어리라고 하면 야생동물이 야생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들이 있거든요. 사육 곰처럼 한번 사람이 키워서 다시 야생에 못 나가는 애들이 있는데 이런 야생동물을 죽을 때까지 야생성을 지켜주면서 안락하게 복지를 유지하는 기관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거는 지금 남아있는 곰들에게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거죠. 어쨌든 평생 살아도 25년 사는 건데 생을 다하기 전에 저 생추어리 땅 밟을 수 있을까요?

[답변]
글쎄요. 그렇게 하려고 지금 애를 쓰고 있고요. 사육 곰뿐만 아니라 이런 생추어리가 필요한 야생동물들이 여러 종들이 있어요. 그래서 말씀을 드리자면 동물원 수족관법이라는 법이 전면 개정이 됐고 지금 열악한 동물원들에서 키우는 동물들이 갈 곳이 필요하거든요.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동물원들은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동물들이 아마 생추어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앵커]
국내 1호 생추어리는 언제쯤 우리가 볼 수 있습니까?

[답변]
글쎄요. 저희가 만들려고 애를 쓰는데 1호가 될지는 모르겠고요. 지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생추어리가 두 군데가 있습니다. 전남 구례랑 충남 서천에 정부 주도의 생추어리들이, 곰 생추어리들이 준비가 되고 있습니다. 구례가 아마 먼저 생길 거 같은데

[앵커]
2024년 정도 예상하는 거 같아요.

[답변]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부지 확보나 또 주민들의 여론 수렴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 텐데 그런 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답변]
일단 정부가 하는 거라서 사실 지자체 인허가라든지 이런 것들은 수월하게 되는 거 같고요.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공무원들이 곰을 키우는 거에 대해서 뭔가 생각을 해볼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곰을 잘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곰을 보호하는 시설이 동물원 시설과 비슷한 어떤 관광자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고 계속 잔소리를 하고 있죠.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생추어리가 생겨나면 최근에 발생하는 그런 곰 탈출 사건, 곰생크 사건 이렇게도 이야기하던데 이런 것도 줄어들까요? 그런데 이런 사건은 왜 자꾸 반복된다고 보세요? 곰들이 왜 이렇게 사육장을 탈출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개인이 특별히 자격이 없이 곰을 키우게 해놓은 것이 지금 시스템이다 보니 곰 사육시설이 어떤 기준을 갖춰야 한다라는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도 않고 지켜지지도 않는 것이죠. 곰이라는 동물은 문이 열려 있으면 나가는 거죠. 뭔가 자유를 찾아서 나가겠어. 쇼생크는 아니고 열려 있으니까 나갔고 나가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어쨌든 사람이 뭔가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곰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한테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죠.

[앵커]
알겠습니다. 사육 곰 산업 종식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하셨는데 지금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거 하나 정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돈입니다. 저희가 생추어리를 만들겠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이게 한두 푼으로 되는 게 아니고 저희가 지금 대략 추산하기로는 한 3, 40억 정도 들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 이것이 정부에서 나오든 기업에서 나오든 어디에서 나와야 되는데 안 나오는 것이 문제라서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대표님의 프로젝트도 꼭 성공했으면 좋겠고 더불어서 우리나라가 웅담 채취국이란 오명도 벗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태규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