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후보 못 낸 정의당, 원내입성 넘보는 진보당…엇갈린 명암?

입력 2023.03.16 (07:00) 수정 2023.03.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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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오늘(16일)부터 공식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습니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은 단 한 석,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는 전북 전주시을 재선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이 지난해 5월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서, 이곳 지역구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낙마 책임을 지고 무공천을 결정했죠.

그런데 '정의당' 후보가 보이지 않는 건 뜻밖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한 호남 지역인 데다, 이 지역 '터줏대감'인 민주당이 공천을 포기했는데도 아무도 출마하지 않은 겁니다.

반면, 원외 정당인 '진보당'은 당선을 기대하며 선거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데 이어 이번엔 원내 입성을 노리며 진보 정치의 주도권까지 잡아 오겠단 각오입니다.

■ 정의당은 왜 후보를 못 냈을까?

지난 1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규탄대회'.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연단에 선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향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노골적인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이 대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중간중간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최근 정의당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지난달 말, 정의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원칙을 들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 표결을 하면서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긴 데는 정의당의 책임이 있다'는 해묵은 감정까지 꺼내 드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규탄대회’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지난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규탄대회’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전북 전주을 지역구도 예외는 아니겠죠. 정의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지지자분들이 쓴소리를 많이 한다"며 "체포동의안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은 것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편인 거라며 서운해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라고 해서 (불체포특권 포기) 당론을 변경할 순 없고, 심상정 대표였다고 하더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서운하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우리 입장은 변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전북도당 관계자는 이번에 후보를 내지 못한 건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전북 전주을에 출마했었던 후보자가 개인적 사정 때문에 갑작스럽게 출마를 못 하게 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급하게 후보를 세우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당 중앙당 관계자는 '당의 침체된 분위기'를 출마 포기의 이유로 꼽기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조직적으로 선거를 준비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일단 당이 조직적으로 많이 침체돼있기도 하고 선거를 치를 만한 역량이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들과의 갈등과 당 지지율 하락 등 여러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 빈틈 파고든 진보당…"원내 진입 기대"

이런 상황을 틈타, 강성희 후보를 앞세운 진보당은 원내 진입까지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정태흥 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가 나왔고, 아직 더 공개된 게 없긴 하지만 피부로 느끼기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 공동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우리 진보당은 정확하게 반대 입장이고, 대장동 50억 클럽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쌍 특검'을 해야 한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내 1당인 민주당과 정책적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의당과는 반대되는 모습입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쟁자인 정의당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 공동대표는 "정의당은 지금 두말할 나위 없이 현장 분위기가 안 좋다"며 "얼마 전 강제동원 해법 규탄대회 때보다도, 지역에 내려오면 더 민심이 안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의당이 검찰의 부당한 탄압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히려 탄압의 희생양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게 영장 심사를 받으러 나가라고 한 거라든지, 쌍 특검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애매모호 한 것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얽혀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 역시 "진보당이 엄청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호남에서 지금 정의당은 (분위기가) 심각하다. 정의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이 호남이었는데 다 빠졌다. 정의당이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 '안갯속' 정의당…"누구의 2중대도 되지 않겠다"

최근 '재창당 전국대장정'에 나선 정의당은 당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그 방향을 놓고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정의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우리는 특정 정당이 오랫동안 독점해 온 호남이나 영남의 체제가 타파되지 않으면 정치 발전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누구의 2중대도 아니고 누구의 정쟁에 동조하는 것도 아닌, 제3당으로서의 본연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상황상 이번엔 후보를 못 낸 것이 매우 아쉽고 안타깝지만 바로 내년 총선 준비로 들어가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전북 전주 시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양당 정치 혁파, 정치개혁을 내걸고 여의도 중앙 무대에서 제3당의 입지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 이번엔 단 한 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조차 내지 못하며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또다시 드러냈습니다.

진보당이 이번 선거에서 원내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면, '진보정치의 대표주자'라는 타이틀을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정의당 안팎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조사개요>
- 조사의뢰자: 뉴스1 전북취재본부
- 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
- 조사일시: 2023년 2월 24~25일(2일간)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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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후보 못 낸 정의당, 원내입성 넘보는 진보당…엇갈린 명암?
    • 입력 2023-03-16 07:00:22
    • 수정2023-03-17 09:24:39
    여심야심

다음달 5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오늘(16일)부터 공식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습니다.

이 가운데 국회의원은 단 한 석,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는 전북 전주시을 재선거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이 지난해 5월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으면서, 이곳 지역구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낙마 책임을 지고 무공천을 결정했죠.

그런데 '정의당' 후보가 보이지 않는 건 뜻밖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강한 호남 지역인 데다, 이 지역 '터줏대감'인 민주당이 공천을 포기했는데도 아무도 출마하지 않은 겁니다.

반면, 원외 정당인 '진보당'은 당선을 기대하며 선거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데 이어 이번엔 원내 입성을 노리며 진보 정치의 주도권까지 잡아 오겠단 각오입니다.

■ 정의당은 왜 후보를 못 냈을까?

지난 1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규탄대회'.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연단에 선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향해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노골적인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이 대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중간중간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최근 정의당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지난달 말, 정의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원칙을 들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 표결을 하면서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긴 데는 정의당의 책임이 있다'는 해묵은 감정까지 꺼내 드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규탄대회’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전북 전주을 지역구도 예외는 아니겠죠. 정의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지지자분들이 쓴소리를 많이 한다"며 "체포동의안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은 것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편인 거라며 서운해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라고 해서 (불체포특권 포기) 당론을 변경할 순 없고, 심상정 대표였다고 하더라도 그랬을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서운하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우리 입장은 변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전북도당 관계자는 이번에 후보를 내지 못한 건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전북 전주을에 출마했었던 후보자가 개인적 사정 때문에 갑작스럽게 출마를 못 하게 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급하게 후보를 세우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의당 중앙당 관계자는 '당의 침체된 분위기'를 출마 포기의 이유로 꼽기도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조직적으로 선거를 준비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일단 당이 조직적으로 많이 침체돼있기도 하고 선거를 치를 만한 역량이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들과의 갈등과 당 지지율 하락 등 여러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 빈틈 파고든 진보당…"원내 진입 기대"

이런 상황을 틈타, 강성희 후보를 앞세운 진보당은 원내 진입까지도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정태흥 진보당 공동대표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5%가 나왔고, 아직 더 공개된 게 없긴 하지만 피부로 느끼기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 공동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우리 진보당은 정확하게 반대 입장이고, 대장동 50억 클럽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쌍 특검'을 해야 한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내 1당인 민주당과 정책적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의당과는 반대되는 모습입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전북 전주을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경쟁자인 정의당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정 공동대표는 "정의당은 지금 두말할 나위 없이 현장 분위기가 안 좋다"며 "얼마 전 강제동원 해법 규탄대회 때보다도, 지역에 내려오면 더 민심이 안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의당이 검찰의 부당한 탄압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히려 탄압의 희생양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게 영장 심사를 받으러 나가라고 한 거라든지, 쌍 특검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애매모호 한 것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얽혀서 그런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민주당 전북도당 관계자 역시 "진보당이 엄청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호남에서 지금 정의당은 (분위기가) 심각하다. 정의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곳이 호남이었는데 다 빠졌다. 정의당이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 '안갯속' 정의당…"누구의 2중대도 되지 않겠다"

최근 '재창당 전국대장정'에 나선 정의당은 당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그 방향을 놓고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정의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우리는 특정 정당이 오랫동안 독점해 온 호남이나 영남의 체제가 타파되지 않으면 정치 발전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누구의 2중대도 아니고 누구의 정쟁에 동조하는 것도 아닌, 제3당으로서의 본연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상황상 이번엔 후보를 못 낸 것이 매우 아쉽고 안타깝지만 바로 내년 총선 준비로 들어가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전북 전주 시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양당 정치 혁파, 정치개혁을 내걸고 여의도 중앙 무대에서 제3당의 입지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 이번엔 단 한 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조차 내지 못하며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또다시 드러냈습니다.

진보당이 이번 선거에서 원내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면, '진보정치의 대표주자'라는 타이틀을 넘겨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정의당 안팎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조사개요>
- 조사의뢰자: 뉴스1 전북취재본부
- 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
- 조사일시: 2023년 2월 24~25일(2일간)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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