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번번히 세이부 투수에 ‘농락’

입력 2008.11.08 (21:38)

수정 2008.11.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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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프로야구 일본시리즈 6차전에서 결정적인 순간 세이부 라이온스 우완 투수 기시 다카유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1-4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1,3루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기시의 커브와 체인지업에 잇달아 헛스윙한 뒤 3구째 바깥쪽 빠른 볼에 물끄러미 서서 삼진을 당해 그를 연호하던 많은 팬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그에 앞서 이승엽은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기시의 바깥쪽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기시는 사흘 전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 세이부 돔에서 벌어진 일본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147개를 던져 완봉승(5-0)을 거뒀다. 이승엽은 당시 기시에게 3연타석 삼진으로 돌아섰고 결국 5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수모를 겪었다.
이승엽이 기시에게 당한 삼진만 5개째. 기시는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이승엽의 바깥쪽과 몸쪽을 절묘하게 오갔고 이승엽은 좀처럼 목적구와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기시에게 완패했다.
요미우리 타선은 4차전 당시 기시에게 단 4안타로 꽁꽁 묶였고 와타나베 히사노부 세이부 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고 6차전에서 요미우리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마구잡이로 등판하는 고교야구와 같은 일이 프로에서 벌어졌으나 벼랑에 몰린 세이부로서는 요미우리 타선을 막으려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불펜에서 요미우리에 밀리기에 선발 투수를 박는 초강수를 쓴 셈.
와타나베 감독은 1-3으로 쫓긴 4회 1,3루 위기를 맞자 선발 호아시 가즈유키를 내리고 기시를 마운드에 올렸다.
요미우리 주포 알렉스 라미레스는 5차전을 이겨 우승에 1승만을 남긴 뒤 "이제 기시와 상대를 안 해도 되기에 기쁘다"고까지 소감을 밝히기도 했으나 기시가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오르자 요미우리 벤치는 뭔가 한 방 맞은 표정이 역력했다.
기시는 4회 위기에서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 급한 불을 끈 뒤 9회말까지 5⅔이닝 동안 역투, 이번 시리즈에서만 2승째를 거뒀다.
요미우리 타선은 이날 기시를 상대로 안타 4개를 때리긴 했으나 산발적이었고 득점과 직결된 집중타는 없었다. 와타나베 감독의 작전이 통한 것이었다.
요미우리는 지난해 주니치 드래곤스와 일본시리즈 진출 결정전 1차전에서도 선발 투수를 잘못 예상해 패했고 결국 센트럴리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일본시리즈 진출권을 주니치에 내주고 말았다.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를 찔리면서 결국 승부는 9일 오후 6시15분 도쿄돔에서 열리는 7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현지 관계자들은 세이부가 7차전에서 리드를 잡으면 기시가 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두 차례나 굴욕을 맛본 이승엽이 기시와 세 번째 대결에서는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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