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여름을 맞아 중고등학생들이 방학을 하고 또 피서가 시작되면 덩달아 가출도 늘기 시작합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요, 최근 신규 가출 청소년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셉니다.
여성가족부 추산으로는 무려 2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과연 실태가 어떤지, 김영은 기자가 거리로 나가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보고 왔습니다.
<리포트>
늦은 밤, 고가도로 밑 벤치로 청소년들이 속속 모입니다.
<녹취> "지금 여기 사람들도 너무 많아."
이내 으슥한 곳을 찾아 술판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모두 가출 청소년들입니다.
<녹취> "소주 이만큼 맥주 이만큼! (됐어, 됐어, 됐어!) 벌주 완성!"
가출한 지 삼 년째 되는 18살 김모 군은 낮에는 이삿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밤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녹취>김○○(가출 청소년/음성변조) : "집에 있는 것 보단 나아요. (아버지가) 술먹고 들어오면 툭툭치다가 욕하고 때리고. 전치 5주입원까지 해봤어요. 골프채로 맞고."
마땅한 잠자리가 없어 피씨방을 찾은 김군.
아버지가 때릴 때 말려주지 않는 가족들은 여전히 원망스럽습니다.
<녹취>김△△(가출 청소년/음성변조) : "누나도 안 말리죠. 엄마도 안 말리죠. 자기들 피해볼까봐."
가출한 청소년들은 종종 서로 의지하며 모여 살기도 합니다.
16살 이모 양 등 남녀 가출 청소년 9명은 월세 38만원짜리 원룸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른바 ’가출팸’입니다.
<녹취>이 00(16살/음성변조) : " 공부해라 잔소리하고 못 놀게하고. (여기는) 생각도 맞고 다 편해요."
혼숙을 하다보면 성폭행 등 각종 위험도 있지만 이들은 ’쉼터’보다는 가출팸이 더 낫다고 얘기합니다.
<녹취>이 00(가출 청소년/음성변조) : "쉼터에서 부모님한테 연락해도 저희 부모님은 저를 안 찮아요. 그만큼 관심이 없어요."
집을 떠난 청소년들은 가족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가슴 속에 상처만 키우고 있습니다.
<질문> 청소년기의 가출은 한 사람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는데요,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서영민 기자, 이런 청소년들의 가출이 반복되고 있다구요?
<답변>
네, 처음 가출하면 보통 1-2주 안에 집에 들어가지만, 이후 가출이 계속 반복되는 게 문젭니다.
가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남자는 9번 이상, 여자는 5번 이상의 가출 경험이 있었습니다.
기간은 남자가 평균 161일, 여자는 182일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가출의 원인을 조사해봤더니 60% 정도가 가정폭력이나 불화, 가정해체 때문이었습니다.
즉, 돌아갈 곳이 없으니 가출이 반복될 수밖에 없단 겁니다.
이러다 보니 가출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또 강도도 세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리포트>
거리를 배회하던 세 가출 청소년이 갑자기 음식점 유리문을 흔듭니다.
순식간에 문을 열고 가게 안을 뒤지더니 금고를 꺼내 달아납니다.
<녹취>가출청소년 : "유리로 돼 있는 문 그런 음식점을 골랐어요. 열기 쉬워서요."
주차된 차의 창문을 부수고 물건을 꺼내 가는 등 돈이 부족한 가출 청소년들은 항상 범죄 유혹에 노출됩니다.
<녹취>경찰 : "가출을 해서 집에 안들어가다 보니깐 돈이 필요하니까."
10대 가출 소녀들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른바 ’조건만남’이라고 불리는 성매매에 나섭니다.
때로는 패거리를 이룬 남자들이 이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녹취>가출 청소년 : "할 수 있어? (뭐) 아니 됐어"
같은 10대 여중생들을 납치한 뒤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초등학생을 유괴해 성매매를 시키는 엽기적인 일도 일어납니다.
지난해 6월에는 단지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친구를 살해한 뒤 한강에 버린 가출 청소년 다섯 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녹취>시민 : "악 소리 비슷하게 들렸는데, 저는 아이들끼리 장난치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미숙한 판단 능력에다 돈 문제 때문에 가출 청소년에게 범죄는 쉽게 다가옵니다.
<질문> 가출 청소년이 범죄의 늪에 빠져들지 않게 할 방법이 없을까요?
<답변>
네, 무작정 다시 학교와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건 대책이 되기 힘듭니다.
이들이 범죄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움을 줘야 할 텐데, 오히려 정부의 지원은 줄어들 위기에 있습니다.
손은혜 기자가 우리의 책임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분주하게 커피를 내리는 박경민군.
3년 전 집을 나온 뒤, 청소년 쉼터에 살면서 일자리를 찾았지만 가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쉼터에서 신원 보증을 해 준 뒤에야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박경민(18살) : "이 사회에서는 좀 꺼려 하는 것 같아요. 단지 똑같은 사람인데. 쟤는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거역하고 있어."
12년 전 가출해 10년 동안이나 조직폭력배 생활을 한 조모씨.
하지만 지금은 청소년 쉼터에서 일하며 사회복지사 시험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취> "내 자신과 싸우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내가 이것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른들의 무관심. 그게 너무 답답하고 너무 괴로웠어요."
조씨가 조직폭력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안정적인 쉼터 생활 덕분입니다.
이처럼 쉼터는 가출 청소년들의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지만, 전국에 쉼터는 90여 개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늘 예산 부족에 시달립니다.
<인터뷰>송정근(전 한국쉼터협의회 관계자) :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는데. 이제는 한 나라가 그 아이가 20세 될 때까지는 책임을 좀 지자.."
20만 가출 청소년을 위해 배정된 여성 가족부 예산은 불과 61억여 원.
이마저도 내년에는 20%가량 삭감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KBS 뉴스 손은혜입니다.
<예고>
비정규직 570만시대. 통계상으론 줄어든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과 다르고, 차별도 여전합니다.
내일 이슈앤 뉴스에서 이 문제 짚어봅니다.
KBS 홈페이지, 또 트위터에서 여러분의 의견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