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간의 정상회담이 9년만에 열렸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동북지방을 열차편으로 돌며 바이칼 호 부근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다소 소원했던 양국관계를 복원해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려는 자리였습니다. 나름대로 의미있는 합의를 일궈내긴 했지만 그 이행여부는 물론 낙관할 수 없습니다.
북러 정상회담은 크게 2가지 분야에서 합의를 봤습니다. 우선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가 필수적이란 인식에 동의했습니다. 이를위해 북핵문제를 매듭짓기위한 6자회담이 조건없이 무조건 재개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사실 지난 북한과 중국간 정상회담에서도 나왔었지만 이번엔 조금 더 진전됐습니다. 즉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한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잠정중단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데 여기엔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도 포함될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과 러시아간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는 보다 구체적입니다. 먼저 북한의 수해와 고질적인 식량난에 대해 러시아가 상당량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사할린 천연가스의 육상 송유관 건설과 시베리아와 한반도 철도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 북한이 어느때보다 적극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천연가스 송유관을 북한에 건설하기위해 남북한과 러시아간 3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데도 합의했습니다. 물론 실현이 되려면 난관이 많습니다. 천연가스가 추가개발되고 가스관건설의 공동참여방식도 원만하게 매듭지어야합니다. 무엇보다 합의사항을 제대로 지킬 지 북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합니다.
이번 북러회담은 양측 모두 잇속을 충분히 따져본 자리였습니다. 북한으로선 그동안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려고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부담이 컸습니다.
이번 회담은 따라서 북한으로선 향후 대중의존도를 분산시켜 6자회담 등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으려는 자리였고 러시아로선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유지와 한반도, 특히 남한과의 경협기반을 확대하는 실리 목적이 컸다고 볼 수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은 한때 그랬던 것처럼 러시아와 중국, 어느 한쪽에 기울 수 없는 조심스러운 외교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위원장이 귀국길에 굳이 중국을 거쳐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통해 회담내용을 설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로선 북중, 북러관계 활성화에 대해 현실적이고 선제적인 대안을 마련해 변화하는 동아시아 정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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