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뒤늦은 조폭 단속…‘축소 보고’ 징계

입력 2011.10.25 (00:02)

<앵커 멘트>
인천의 조폭 난투극을 멀거니 지켜봤던 경찰이 뒤늦게 바빠졌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TV뉴스를 보고서야 사태를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취재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김도영 기자, 먼저 도심 난투극 얘기부터 해보죠. 시민들이 있는 곳에서 벌어진 조폭의 싸움을 경찰이 방관했다는 얘긴데요. 어떻게 된겁니까?

<답변>
네, 조직폭력배들이 도심의 한 장례식장 앞에서 집단 싸움을 벌였는데요.

싸움이 시작되기 전 경찰은 이미 현장에 있었는데도 흉기를 휘두르는 폭력사태가 발생해 경찰 대응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폐쇄회로 화면을 보시죠.

인천에 있는 한 장례식장입니다.

두 조직의 폭력배 수십명이 떼를 지어 쫓고 쫓깁니다.

화면 오른쪽에 경찰차 주변으로 흉기에 찔려 쓰러진 조직원이 보입니다.

경쟁 조직 간 싸움이 벌어지면서 폭력배 백여명이 몰려들어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서 동향을 살피고 있었지만 폭력사태를 막지도 못했고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해 비난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넉 달 전,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기만 해도 조폭들을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집단 싸움 현장에서는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겁니다.

<질문>
경찰이 최소한의 책임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내부적으로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요.

<답변>
네, 경찰의 고질적인 허위 보고 관행이 또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인천경찰청 지휘부가 상황을 본청에 '우발적인 충돌'정도로 축소해 허위 보고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청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조현오(경찰청장):"TV보도를 보고 나서야 경찰관이 현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할인 인천남동경찰서장이 직위해제됐고 형사과장 등 경찰 8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보고를 제대로 안해 적절한 경찰력이 배치되지 못한데다 현장 경찰들의 검거 의지도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허위 보고나 비리와 같은 문제를 더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는데요.

오늘 저녁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경찰에게 뒷돈을 준 장례식장 업주가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조폭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비리, 허위 보고 이같은 일련의 사건이 겹치면서 경찰은 강도높은 내부 감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대대적인 조폭 단속에 나선다고요?

<답변>
네, 오늘 오전 경찰청은 전국의 수사과장과 형사과장들을 모아 화상 회의를 열었습니다.

올해 말까지 조직 폭력 특별 단속을 벌이겠다는 겁니다.

경찰청 수사국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경찰청 (수사국장):"완전히 뿌리 뽑아서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조직 폭력배로부터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인천지역에는 수사본부를 구성해 사건을 재수사하는 등 지역 조직 폭력배에 대해서도 전면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6월에도 석 달 동안 조직폭력배 특별 단속을 벌였습니다.

지난번 특별 단속 기간이 끝난 지 겨우 2달만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지, 강력한 징계가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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