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카다피 시대’ 기지개 켜는 건설업계

입력 2011.10.25 (06:24)

대우건설 현지 호텔 영업 개시 채비, 발전소도 본격 가동
현대건설도 곧 공사 재개...재건사업 수주는 '신중론' 우세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로 리비아 내전이 막을 내리면서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우리 건설업체들의 어깨가 점점 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아직 불안정한 현지 정세와 리비아 내 영향력을 키운 유럽 국가들을 의식해 향후 재건사업에 대놓고 눈독을 들이기보다는 묵묵히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현지에서 '믿을 만한 친구'라는 인상을 굳히는 데 애쓰는 모습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리비아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은 다음달부터 중단된 공사 현장에 임직원들을 파견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막바지 단계인 사업장은 최대한 빨리 완공해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다.

선봉에 나선 것은 리비아 건설시장의 '맏형'격인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다음달 한국인과 제3국인 임직원 20여명을 리비아로 보내 트리폴리 호텔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내전으로 파손된 유리창 등을 보수할 계획이다.

호텔 건설공사는 100% 끝난 상태여서 유리창 보수만 끝나면 연말 준공식을 열고 곧바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대우건설을 보고 있다.

리비아 최고 수준의 이 호텔이 운영에 들어가면 리비아 내전 종식을 맞아 방문할 외국 귀빈들을 유치해 전 세계에 '포스트 카다피' 시대를 알리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트리폴리 호텔은 370실 규모, 5성급 수준으로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JW메리어트가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또 99% 이상의 공정률을 기록 중인 미스라타 발전소와 벵가지 발전소도 시운전과 마무리 작업이 끝나는 대로 정상 운전해 전력난에 시달리는 리비아인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빨리 돌아와 발전소 공사를 마무리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시급한 기간시설 공사를 가급적 빨리 완료함으로써 1977년 리비아에 진출해 국내 건설업체로는 가장 많은 미화 114억달러어치의 사업을 수행한 '선도기업'의 위상을 굳힌다는 방침이다.

올해만 놓고 보면 대우건설보다도 많은 총 26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리비아에서 진행 중인 현대건설도 잰걸음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오는 28일 트리폴리 지사장 등 3명의 한국인 임직원을 선발대로 파견해 현지 정세와 공사현장 상황을 점검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선발대가 사태 추이를 주시하다가 안정이 되면 공사 장비와 인력 투입시기를 결정해 중단된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운전 단계인 사리르 발전소와 91%의 공정률을 보이는 벵가지~토브룩 송전선로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지 전력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리비아에서 대규모 주택공사를 벌이던 중견 건설업체들도 현장 복귀를 서두르고 있어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공사 외에 향후 발주된 재건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수주전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아직 리비아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완전히 안정된 상황이 아니어서 언제, 어떻게 재건사업이 진행될지 오리무중인 데다 독재정권 종식에 공헌한 서방 국가들을 제치고 먼저 이권을 챙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결코 이롭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의 서방 국가가 리비아에서 발주될 각종 고부가가치 사업을 나눠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우리 건설사들로서는 신중하게 접근해 이들 국가의 업체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시공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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