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에 모처럼 동시에 등장한 거포 용병 세 명이 불꽃 튀는 화력 대결을 벌이고 있다.
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대한항공의 슬로바키아 출신 용병 네맥 마틴이 드림식스를 상대로 홀로 35점을 쏟아내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마틴은 후위득점 10개와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4개를 터뜨려 4경기 만에 벌써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하는 괴력을 뽐냈다.
이날 팀 공격의 44.83%를 책임진 마틴은 53.85%의 공격 성공률을 찍어 일단 스파이크를 때리고 나면 절반 이상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같은 시간 성남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KEPCO의 '크로아티아 특급' 안젤코 추크가 28점을 몰아쳐 3-0 완승의 선봉에 섰다.
안젤코는 3세트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후위공격 9점에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1개를 잡아내 마틴 못지않은 폭발력을 과시했다.
마틴과 안젤코가 눈에 띄는 파괴력을 자랑하면서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으로 프로배구 코트를 지배했던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삼성화재)와의 경쟁이 더욱 흥미를 끈다.
3일까지 마틴은 4경기에서 146점을 터뜨려 3경기를 치른 가빈(118점)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3경기를 치른 안젤코는 103점으로 4위다.
세트당 평균 득점을 따지면 가빈이 9.83점으로 가장 앞서고 안젤코가 7.92점, 마틴은 7.68점을 냈다.
공격종합 순위에서는 가빈이 62.36%로 1위에 올라 있고 마틴이 57.48%로 3위, 안젤코가 54.60%로 5위를 달린다.
역시 가빈이 가장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마틴도 오픈 공격에서는 가장 높은 56.63%를 찍었고 서브에이스 역시 세트당 0.684개로 2위 신영석(세트당 0.429개)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다.
안젤코 역시 대부분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뒤를 쫓고 있다.
마틴과 안젤코가 보여주는 해결사로서의 결정력 역시 가빈에 뒤지지 않는다.
두 선수 모두 김학민(대한항공)과 박준범(KEPCO)이라는 동료 공격수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홀로 결정적인 득점을 책임지고 있다.
마틴은 6일 대전에서, 안젤코는 12일 수원에서 각각 가빈이 이끄는 삼성화재와 연달아 맞붙어 최고의 용병 거포를 가릴 예정이다.
마틴은 "가빈과 맞붙는 게 아니라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대결"이라며 "우리 팀에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 좋은 선수들이 많다. 누가 잘하느냐를 떠나 팀이 3-0이나 3-1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