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부끄러운 자화상, 해외 입양

입력 2011.11.26 (10:04)

수정 2011.11.26 (10:38)

[김승권 객원해설위원]



최근 미국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가정에 입양된 한국아동이 734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미국을 통해 제3국에 입양된 아동을 모두 합할 경우 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인구수를 감안한다면 세계 2위에 해당되는 수준입니다.



1인당 GDP 2만 5천 달러,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이 자기 나라의 아이 양육을 남의 나라에 맡긴다는 것은 매우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포기한 장애아동을 다른 나라에서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입양을 하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것이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2007년 ‘국내입양 우선추진제도’를 도입해 5개월간 국내입양 노력을 한 다음에 해외입양이 가능토록 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07년부터 국내입양이 해외입양 보다 많아지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감안한다면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한 보다 적극인 대책과 제도적 보완이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와 협력에 관한 헤이그 협약’이 1993년에 제정됐지만 우리나라는 국내 사정으로 아직 비준을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협약에서 요구하고 있는 ‘입양허가제’는 유보돼 있습니다. 내년 8월부터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국내입양이 가능하고,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이 점차 확대됩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입양아동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미혼모 아동에 대한 대책이 미흡합니다. 미혼모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출산이후에도 해외로 입양을 보내기 보다는 미혼모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장애아동을 우리 사회가 안고 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혈연중심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세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는 아동보호정책과 입양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고, 입양에 대한 가치관도 이제는 변화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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