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의 20일(현지시간) 판결로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전쟁에서 중요한 첫 승리를 거뒀으나 이는 `제한적 승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보통신(IT) 전문지 `웹베렐트' 등 네덜란드 언론은 IT 전문가인 독일의 플로리안 뮐러 등의 말을 인용, 이번 판결로 삼성은 애플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각국에서 제기한 소송전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이 네덜란드 법원에 제기한 애플 제품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했으나 특허 침해를 주장한 본안 소송에선 승리한 점을 주목했다.
그러나 웹베렐트는 삼성의 승리는 여러 점에서 `제한적인 승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애플이 모두 4개의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법원은 애플이 이 가운데 1개의 특허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으며 이 마저도 특허가 `부분적으로만 유효'하다고 판정했다.
둘째, 2개의 특허와 관련해서는 애플의 어떤 제품도 삼성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네 번째 특허는 효력 조차 없다고 판정했다.
셋째, 특허 침해가 인정된 것은 인텔-인피니언이 만든 베이스밴드 칩이 장착된 애플의 구 모델 제품들에만 해당된다는 점이다. 최신 주력 제품인 `아이폰4S`와 `아이패드2` 등에 사용된 기술은 관계가 없다. 퀄컴이 삼성에 이미 기술사용료를 내고 칩셋을 만들었고 애플의 입장에선 퀄컴 칩을 사들여 제품을 만들어 특허권이 `사실상 소멸된'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특허권 침해가 인정된 기술을 포함해 4개의 특허를 애플이 사용하는 것을 삼성이 원천 차단할 수 없다. 이 특허들은 소위 `프랜드(FRAND) 의무'가 도입된 필수 표준 특허이기 때문이다. 프랜드 특허 보유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기술 사용을 누구에게나 허용해야 한다.
이는 특허권자인 삼성이 가격 협상에서 반드시 유리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자칫 특허권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으로 판정되면 유럽연합(EU)이 삼성을 상대로 진행 중인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법원은 애플에 `2010년 4월 이후에' 네덜란드에서 판매한 문제의 제품과 관련해서만 `적절한 보상'을 삼성에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이 청구할 보상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역시 양측의 합의가 없으면 새로운 소송에서 결정난다.
한편, 인터넷 매체 `NU.nl'은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특허 1건에 대해선 삼성의 손을 들어줬으나 3건에 대해선 기각했기 때문에 삼성은 애플에 소송비용 80만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