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새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욕심 때문에 번식 중이 새들이 수난을 당한다고 하죠?
수시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부 탐조객들 때문에 번식 자체가 위협받을 지경입니다.
모은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대표적인 겨울 철새 뿔논병아리, 시화호에서는 한여름에도 볼 수 있습니다.
잘 가꿔진 습지가 새들에게 좋은 안식처를 제공하면서, 북쪽으로 떠나지 않고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은 겁니다.
올 초 20여 마리던 뿔논병아리는 지금 100마리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2차 산란을 마치고 한창 부화가 진행되는 시기.
새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이 때에 불청객들이 나타났습니다.
뿔논병아리 둥지에서 고작 2~3미터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수십 명이 빙 둘러앉아 촬영을 시작합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불안한 어미지만, 차마 새끼를 두고 떠나지 못합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도 사진 찍는 행위를 저지할 도리가 없습니다.
<녹취> 시화호 인근 주민 : "사진작가들의 목표가 되는 거죠. 새가 둥지를 틀었다 하면 전부가, 하나가 알려지면 다 알려져요. 많이 모일 때는 70명씩 이상 몰려요."
번식중인 새를 찍으려면 최소한의 인원으로, 눈에 띄지 않도록 위장막 등을 활용해 촬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좋은 사진을 건지려는 욕심 때문에 새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진영(국립환경과학원 박사) : "가깝게 접근을 해서 촬영을 하게 되면 포란을 못하거나 새끼한테 먹이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새끼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환경부는 번식기 야생동물에 대해 민간인들의 과도한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