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자신을 해치려 한 범죄자에게 내 주소가 알려진다면 얼마나 두려울까요.
범죄 내용을 기술하는 공소장에 피해자의 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피해자들이 협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곽선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3월 초, 귀갓길에 강도를 당한 이모 씨.
범인은 일주일만에 붙잡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지만 문제는 이때부텁니다.
이 씨의 집에 협박 편지가 오기 시작한 겁니다.
알고보니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되는 '공소장'에 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이 씨가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씨의 집 주소를 번지수까지 노출한 겁니다.
지금까지 받은 편지만 15통이 넘습니다.
<녹취> 이OO(공소장 주소 노출 피해자) : "제가 구토를 시작했어요. 편지를 받은 그때부터. (강도) 사고는 운이 없어서 생겼다 쳐요. 다른 사람 시켜서 협박할 수도 있는 거고..."
임모 씨도 비슷한 경웁니다.
폭행 사건 가해자가 집까지 찾아와 합의를 해 달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몸에서는 길이 30cm가 넘는 흉기까지 발견됐습니다.
역시 공소장이 문제였습니다.
임 씨가 가해자에게서 협박 전화를 받은 장소가 집이었다는 이유로 집 주소가 나와 있었습니다.
<녹취> 임OO(공소장 주소 노출 피해자) : "지금도 (교도소에서) 나오면...우리 가족은 불안에 떨고 있죠. 이사갈 형편은 안되고."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특정범죄신고자보호법'에는 주소 등 개인 정보를 가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데다, 범죄 사실을 특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석구(한국형사정책연구원) : "강력 범죄의 경우 가명을 활용하고 공소장과 조서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을 기재하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일한 관행이 가뜩이나 불안한 범죄 피해자들을 또 다른 고통 속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