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대한항공은 23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과의 4라운드 홈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배했다.
대한항공이 1세트를 내준 뒤 2, 3세트를 연달아 따냈을 때만 해도 현대캐피탈이라는 대어를 낚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4세트에서 역대 한 세트 최장인 48분간의 듀스 접전을 펼치다 34-36으로 아쉽게 세트를 내주면서 흐름을 다시 내주고 말았다.
결국 대한항공은 5세트에서는 크게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역대 최장 시간 혈투(2시간35분)의 패자가 됐다.
신영철 감독이 사실상 경질된 뒤 지휘봉을 잡은 김종민 감독대행은 첫 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4위 대한항공(승점 27)으로서는 2위 현대캐피탈(승점 33), 3위 LIG손해보험(승점 30)과의 2위 싸움에서 한 걸음 뒤처지는 입장이 됐지만 소득이 적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삼성화재전에 이어 이날도 용병 네맥 마틴(슬로바키아)을 레프트로, 김학민을 라이트로 돌리는 공격 진용을 실험했다.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이 전술은 이날만큼은 그 효과를 제대로 입증했다.
시즌 전 어깨 수술의 여파로 전반기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마틴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8점을 올리며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라이트로 기용되면서 수비 부담을 던 김학민도 공격 성공률 50%에 19득점을 수확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다음 경기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인지 김종민 감독대행의 표정은 밝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결정적일 때 서브 범실이 발목을 잡았다"면서도 "아직 2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이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