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유엔 제재 강경 대응 그 속내는?

입력 2013.02.02 (08:06)

수정 2013.02.04 (11:43)

<앵커 맨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해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은 김정은이 주도하는 안보와 외교, 핵.미사일 관련 핵심 인물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중대 조치’를 천명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 속내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티비는 김정은 제1 비서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권력의 핵심 인물 7명이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국가 안전 및 대외 부문 일꾼 협의 회의 모습이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7일) : "조성된 정세에 대처하여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하실 단호한 결심을 표명하시고 해당부분 일꾼들에게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하셨습니다."

김정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중대조치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인 과업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 내 안보와 외교, 핵 그리고 미사일에 관련된 핵심인물들이 참석한 것으로 봐서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인터뷰>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참석하는 멤버 하나하나를 보면 박도춘 당핵과 미사일을 담당하는 군사 담당 비서가 참여했고 또 그리고 이러한 핵과 미사일을 자재와 장비를 지원하는 홍승무 당 기계 공 업부 부부장이 참석했습니다. 이 회의 결과를 직접 언론을 통해서 발표했다는 측면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실험을 직접 결심한 것이 아닌가 이러한 의지도 보여준 측면이 있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 된 당일부터 연일 수위와 주체를 달리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달 23일 외무성 성명을 시작으로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3일/외무성 성명) : "미국의 주도하에 꾸며진 결의는 우리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감히 비법화하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국방력강화를 저해하기 위한 제재 강화를 노린 포악한 적대적 조치들로 일관되어 있다."

이튿날인 24일에는 미국을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을 천명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4일/국방위 성명) : "우리가 계속 발사하게 될 여러 가지 위성과 장거리 로켓도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 시험도 우리 인민의 철천지원수인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27일,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김정은 주재 회의 결과까지 공개했다.

북한이 이런 형태의 회의를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전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노동당 정치국회의 등을 거쳐 의사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 과정이나 회의 장면은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김정은의 권위를 쌓는 선전의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일단 김정은이 사실상의 지도자라고 하는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고요. 김정은 중심으로 이런 협의회를 구성했다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그만큼 북한 체제가 국제 사회와 어떤 어깨를 겨눌 수 있는 그런 상황에 진입했다. 그래서 국제 사회가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그런 모습들을 북한에서도 작동하고 있는. 선군 정치에서 김정은 시기에 새로운 당국가 체제로 또 당의 중앙 위원회나 아니면 김정은의 리더십이 정상화되고 있다, 이런 것을 이제 보여주는 그런 사진이라고 봅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주장은 일단 유엔 안보리의 제재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이면에는 또 다른 고도의 전략이 깔 려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왜 지금 핵실험을 강행 하는가’ 라는 의문이다.

미국과 남한의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주변 정세나 대북 정책 변화를 지켜본 뒤 입장을 드러내도 늦지 않다는 것 이다.

전문가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줄곧 적대시정책의 포기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을 미국에 요구해왔고, 오마바 2기 행정부에도 기대를 걸었다는 것이다.

<인터뷰>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미국의 대선 기간까지 핵실험과 같은 도발 행위, 또 그리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 시점에 맞춰서 북미 간 직접 대화 또는 대북 지원 문제를 논하겠다. 이런 하나의 묵시적인 서로 합의가 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서 당선된 이후에도 미국의 대화 분위기 또는 대북 지원 분위기, 이런 것이 전혀 변화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일종의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

북한은 자신의 유리한 입지를 위해서 미국과 동등한 입장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국제사회와 좀 더 수평적인 관계가 돼야 평화 협정이나, 경제지원 등 북한이 원하는 대로 협상 국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실제적인 요인은 그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핵과 미사일 그리고 평화 협정과 관계 정상화라는 현안들을 그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과 통 크게 협상하겠다. 다시 말해서 핵 대 핵. 핵 국가끼리 만나서 핵 군축 협상을 하겠다. 이런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평양에선 북한 노동당 최하위 조직 책임자들이 참석하는 ‘당세포비서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참석한 만여 명의 당원들은 박수로 김정은을 열렬히 맞이했다.

그리고 김정은은 직접 개회를 선언했다.

<녹취> 김정은 제1비서(지난달 28일) : "우리 당의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강성국가건설에서 역사적인 이정표를 마련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조선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 개회를 선언합니다."

2007년 이후 5년여 만에 열린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는 김정은이 개회사를 낭독하고 참관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대회와 큰 차이가 있다.

과거 세 차례의 대회에선 김일성과 김정일의 서한만 전달됐다.

하지만, 이번엔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대회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첫해인 지난 1년간 당대표자회의를 열고 정치국 회의를 하는 등 당의 상층 조직을 강화하는 데 힘써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집권 2년째를 맞아 하층 조직의 민심을 한데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을 정상화시켜서 이런 당 조직을 모든 조직 내에 침투시켜서 이 당 조직의 지도력으로, 지도를 통해서 안정화시켜 나가는 거죠. 당 세포 비서들이 그것을 지도해 나가는 비서들을 전체적으로 통합시켜서 이것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체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그런 필요성의 측면에 있다고 볼 수가 있죠."

조선 중앙티비는 대회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18일부터 대회가 폐막되는 29일까지 당세포비서대회 행사 모습을 연일 공개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달 26일) : "전당 전국 전민이 필승의 신심과 낙관에 넘쳐 새해에 총 진군을 힘있게 다그치고 있는 격동적인 시기에 진행되는 조선 노동당 제 4차 세포비서대회에 참가할 함경북
도, 양강도, 자강도, 강원도, 나선시 참가자들이 26일 열차로 혁명의 수도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노동신문에도 당세포비서대회 행사에 관련된 기사가 쏟아 졌으며, 신문의 1면에 김정은의 사진과 함께 나란히 실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회의 개최 목적을 핵실험의 정당성을 알리고, 내부 통제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강공책을 해서 국제 사회가 타협적으로 나오고 북한 입장에서는 핵도 보유하고 경제 지원도 받게 된다면 김정은의 새로운 리더십이 인민들이나 엘리트들 사이에 호응을 얻을 가능성, 그래서 결국 3대 세습을 지속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대내외적인 성과를 모두 얻어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핵실험은 조만간 실시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보통 북한이 핵실험 할 경우에는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주위 국가들의 관심을 이끄는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핵실험을 한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이전, 그렇다면 2월 10일부터 15일 사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고... 조금 늦어진다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이전인 4월 10일부터 14일 사이가 가능성이 높고..."

국제 사회의 고립을 감수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북한의 앞날은 과연 어떨까?

전문가들은 체제 생존과 경제난 극복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뷰>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그러나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국제사회의 중대 조치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해외 투자 유치라든지 인도적 지원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핵실험에 의한 손실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당분간 강경 대응 이외에는 별 다른 정책 수단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북한.

새로운 돌파구가 모색될 때까지 북한을 둘러싼 한반도의 긴장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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