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난 1.2월 두달 동안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7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새 정부 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데, 정작 급전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겐 다른 세상 얘기라고 합니다.
먼저 조빛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벤츠와 볼보 등에 상용차 부품을 수출하는 이 중소기업은 IMF 외환위기 때도 자금난을 겪지 않은, 신용등급 초우량 기업입니다.
요즘엔 은행들의 구애전화가 성가십니다.
3년 전 새 건물을 사면서 전 소유자에게서 승계한 은행 대출을 싼 금리로 바꿔주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형종호(삼공기어공업 회장) : "각 은행에서 어떻게 알고 서로 금리를 낮춰서 주겠다는 바람에 좀 경쟁적으로 줄려고 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올들어 시중은행 지점장들은 이렇게 돈 빌려줄 중소기업 찾는 게 현안 중의 현안입니다.
<녹취> 은행 관계자 : "요즘 은행 지점장들은 슈퍼 을이에요. 우량한 곳에 돈 좀 쓰라고 부탁하느라..."
문제는 15단계 정도인 기업 신용등급 중 상위 5등급 이상 우량기업만 대출해줄 수 있게 한 은행들의 내부지침입니다.
때문에 금융권의 지원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중소기업은 1/4도 되지 않습니다.
당장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엔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얘깁니다.
<녹취> 중소기업 관계자 : "작년 재무제표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은행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부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위험을 감수하며 대출을 늘릴 수는 없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어서 중소기업 대출 양극화는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빛나입니다.
<앵커 멘트>
은행들은 기업의 부동산 등 담보여부, 재무제표상 매출과 이익을 보고 대출을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기술력이나 장래성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대출기준이 될 수 없을까요?
한보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 지하철의 출입문 제어장치에는 대부분 프랑스 업체의 특허기술이 들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출입문 한 짝에 12만 원씩 특허 사용료를 내왔습니다.
이 특허를 대체할 신기술을 국내 한 중소기업이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습니다.
문제는 생산자금, 한 대기업과 50억 원 규모의 납품계약까지 맺었지만, 은행 대출은 어림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노경원(소명 대표) : "담보를 갖고 오든지 매출을 훨씬 더 많이 일으키고 좋은 재무제표를 갖고 와라,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그런 거죠."
우여곡절 끝에 공장을 가동한 건 지난달 초.
갖고 있는 특허를 은행에 팔아 생산자금 50억 원을 마련한 겁니다.
특허를 계속 쓰는 대신 은행에 사용료를 내고, 3년 후에는 그 특허를 되살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와 산업은행이 조성한 특허 펀드 규모는 천억 원.
매출과 담보에 의존하는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김용진(서강대 교수) : "기업 전체적인 역량을 평가하고 기업가치를 대상으로 대출을 활성화하는 방식이 돼야만 실제로 은행 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80% 이상을 은행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출 통로를 벤처 캐피탈 등으로 다양화시킬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