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녹취> 후세인 아브니(이스탄불 주지사) : "탁심광장이 안전해지기 전까지 시민들은 광장에 나가지 말 것을 촉구합니다"
연막탄과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장갑차까지 나서 시위대 앞을 막아섭니다
글로벌24에서도 지난 주 전해드렸던 터키 얘긴데요
터키경찰이 철수 열흘 만에 반정부 시위의 거점 탁심 광장을 기습적으로 진압했습니다
<녹취> 시위대 : "우리는 저항하고 있습니다. 집권자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침 여섯시 (진압이 시작됐을 때) 매우 공포스러웠습니다. 우리는 우리 노인층 실수의 댓가를 치루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어떻게 됐는지를 보십시오. 얼굴을 가려야 할 정도입니다."
현지 시각 지난 11일, 수백명의 터키 무장경찰은 장갑차와 물대포를 앞세워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습니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고 선언한 에르도안 총리, 이에 맞서 더욱 거센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위대까지...
일촉즉발의 터키사태를 중동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봅니다.
이영석 특파원 !
<질문> 터키 반정부 시위가 13일째로 접어들었어요.
대화로 사태가 풀릴 거란 기대도 있었는데, 오히려 강경 진압에 나섰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터키 경찰의 기습 진압 작전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습니다 .
지난 11일 오전 일곱 시, 무장한 경찰 수백 명이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시위 진압용 물대포를 앞세워 진입했는데요.
이 탁심 광장은 지난 달 31일 반정부 시위가 처음으로 시작된 곳이자 그동안 반정부 시위대의 거점이었던 곳입니다.
해가 진 뒤 다시 경찰의 2차 진압 작전이 펼쳐지면서 다시 격렬한 충돌이 재개됐습니다.
시위대 수천 명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이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재 시위대들은 탁심 광장에서 쫓겨나 인근 게지 공원으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공식 집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충돌로 적어도 스무 명 가까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라덴(시위대) : "우리 젊은이들은 사생활의 권리를 침범한 정부에 맞서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정부의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질문> 이렇게 시위가 중장기화 되면서 터키의 금융시장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이스탄불 증시 대표지수는 15%까지 급락했고, 국채가는 지난 6개월간 최저치인 6.9%까지 떨어졌습니다.
내부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다 보니 에르도안 총리의 '시위대의 배후가 따로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에르도안 총리는 시위대 배후로 이자율 로비와 마지널 그룹 등을 되풀이해 지목하고 있는데요
총리가 "시위대에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언급할 때마다 쓰는 마지널 그룹이란 공산당과 노동당,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를 한 '혁명 민족 해방전선'등을 가리킵니다.
이번 진압 역시 시위대를 전면 해산하기보다는 '마지널 그룹'의 과격 행동을 끌어내 진압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시위대 해산이 목적이라면 새벽에 대규모 경력을 투입해 속전속결해야 했지만 터키 경찰은 이날 오전 미리 진입 계획을 밝혔고 오후까지도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데 그쳤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럼 에르도안 총리가 주장하는 '이자율 로비 집단'은 실체가 있습니까?
어딜 지칭하는 건지도 확실하지 않은데요.
<답변> 네, 에르도안 총리는 연설을 통해 여러 차례 이자율 로비에 대해 경고를 보냈는데요.
지난 9일엔 '이자율 로비를 질식시키겠다'는 다소 수위 높은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채권을 판매하는 민간은행이 수수료를 더 챙기기 위해 이자율을 높이려 한다는 게 이자율 로비 주장인데요.
최근의 터키 리라화 가치 급락과 주식 시장 폭락이 터키 경제를 해치려는 이자율 로비 세력들의 소행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고 이자율 로비라는 집단도 실체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총리의 거듭된 언급은 시위의 배후를 외부로 돌려서 시위의 순수성을 떨어뜨리고 진압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른바 '가상의 적'을 만들어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겁니다.
<질문> 에르도안 총리는 그동안 어느정도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게다가 시위대와의 대화도 바로 몇시간 후로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다시 불을 붙인 셈이죠.
이유가 뭘까요?
<답변> 네.에르도안 총리의 입장 선회는 신의 탄탄한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켜 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는 해석이 많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까지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겁니다.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정의개발당은 지난 10년간 집권하며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도 터키를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5%를 넘는 나라로 이끌었습니다.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 높은 국민적 지지 덕분에 에르도안 총리도 세 차례 연속 집권에 성공했는데요.
하지만 집권당이 보수적인 종교 이념을 강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산 세속층과의 갈등이 사회 전반에 우려의 목소리로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순 세력에 맞서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포장해 다시 한 번 지지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계산이 담겨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미국 등 현재 터키 당국의 강공책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시위대도 이제는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외치며 방향을 틀었는데요.
위기의 터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까요?
시위대와 총리가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답변> 네,총리의 강경 입장을 보면 조만간 극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에르도안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이번 사태는 이제 끝났다, 더 이상의 관용을 보이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총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레제프 에르도안(터키 총리 ) : "이같은 시위를 계속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끝났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더이상 용납할 수 없음을 경고하는 바입니다. "
시위대도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백기 투항하며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충돌로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시위대의 불신이 더 커지면서 평화로운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렵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여파 등에 따른 국내 여론의 향방과 국제 사회의 압력 등이 사태 해결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