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입시비리에 ‘전원추첨‘ 극약처방…의견분분

입력 2013.06.13 (13:29)

수정 2013.06.13 (13:30)

"수월성교육 외면"· "지정취소 안 하려는 꼼수"

서울 시내 국제중학교가 특정학생을 입학·탈락시키려고 성적조작까지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자 서울시교육청이 신입생 전원 추첨 선발이라는 '극약처방'을 13일 발표했다.

꿈과 끼가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고 학교 교육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 양성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이 잡음을 피하려고 수월성 교육을 하는 국제중 설립취지를 외면했다는 지적과 국제중 폐지나 지정취소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시내 국제중인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은 2008년 국제특성화중학교로 지정돼 2009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국제중 정원은 각 150명씩 모두 300명에 불과하지만, 국제중에 입학하면 특목고·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퍼지며 경쟁률은 매년 평균 10대 1에 이른다.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 일부 학부모가 학교발전기금 명목의 '뒷돈'을 주고 자녀를 국제중에 들여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지난달 서울교육청 감사에서 학교가 성적을 조작해 특정학생의 당락을 결정
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육청은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중학생 1학년이 되는 2015학년도부터 추첨만으로 국제중 신입생을 뽑는 대대적인 개선책을 마련한 것은 국제중의 입시비리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전형에서 자기개발계획서나 교사의 서술영역 평가와 같은 주관적 평가영역을 없애는 과도기를 거쳐 후년부터는 서류전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병호 교육정책국장은 "국제중 설립 이후 불필요한 사교육비 유발, 과도한 경쟁, 학력 중심의 교육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소수자·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발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이 국제중을 둘러싼 비판에서 벗어나려고 수월성 교육을 한다는 설립 취지를 왜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첨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일반 사립학교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한부모는 "결국 운에 맡기는 것 아니냐"며 "국제중만의 특수성이 많이 희석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국제중 설립취지는 조기유학 해소, 귀국학생 흡수, 글로벌 인재양성에 있다"며 "꿈과 끼가 있고 글로벌 인재가 되길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선발효과'보다는 '교육효과'를 강조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어 "국제중은 특성화 학교의 하나로 영어·수학 수업시간이 일반 학교에 비해 많다"며 "학생들은 국제중 교육과정의 특수성을 보고 자신에게 맞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교육청이 입학전형 변경으로 국제중 지정취소를 피하려는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서류전형이 폐지되는 2015학년도는 국제중 재지정 평가결과가 나오는 해와 같다.

2010년 개정된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국제중은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으며 설립취지에 현격히 위반된다고 판단될 경우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할 수 있다.

앞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당정협의에서 국제중 지정 취소권을 가진 서울교육청이 협의해 오고 문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국제중 지정 취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2일 '국제중의 운영현황과 주요쟁점 및 과제' 보고서에서 "국제중의 지정·운영이 중학교의 교육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국제중 지정취소 등 개선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하병수 대변인은 "서울교육청은 국제중이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라는 근본 문제를 감추려고 국제중의 설립 취지마저 스스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국제중 지정취소와 관련해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현격히 취지에 어긋나는 점이 발견되면 규정과 상황을 신중히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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