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새벽 1시지만 서울 동대문 패션타운은 이렇게 사람들로 붐빕니다.
불경기라고 해도 이곳의 하루 유동인구는 100만 명을 넘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9조 원에 달했는데요.
최신 유행을 반영해 빠르게 옷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패스트 패션' 흐름은 동대문 타운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모든 걸 동대문 주변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과 반나절이면 신상품을 만들 수 있는 동대문 패션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주변 봉제 산업이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겁니다.
이윤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젊은 디자이너 두 명이 작은 봉제공장을 찾아갑니다.
<녹취> 김세미(동대문 의류 디자이너) : "이거 원단 이렇게 해 가지고 한 절(묶음)씩 들어오면 한 절씩 재단해 주시면 돼요. 프리 사이즈로!"
견본품을 따라 설계도를 그리고 원단을 잘라냅니다.
재봉틀이 요란해지는 건 이때부터입니다.
20년 경력 재봉사의 손에서 하루 100여 벌의 옷이 만들어집니다.
<녹취> 재봉사 : "(손목에 항상 파스를 붙이세요?) 이런 일 하다 보니까 팔목이 아파서요."
이곳저곳에서 재봉틀 소리가 들려오는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직원 수 대여섯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과거 우리 섬유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이런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이 곳 창신동 일대에만 3천여 개에 달합니다.
문제는 30~40년 전 재봉틀 앞에 처음 앉았던 소녀들이 지금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인력의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 소재 봉제공장 종사자 75%가 50~60대, 20대는 2%뿐이어서 심각한 인력난으로 산업의 맥이 끊길 위기입니다.
<인터뷰> 서미옥(53살) : "여기 50대, 60대...사람이 없어서 어머니도 오셔 가지고...우리 시어머니..."
이미 동대문 패션타운의 봉제 일감 상당량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빠져나간 상황입니다.
<인터뷰> 최홍(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봉제도 하나의 산업으로서 근로 환경 개선과 기술 지원을 통해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때 한국경제 발전의 디딤돌이었던 봉제 공장들이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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