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단속하는 줄 몰랐습니다. 어차피 내달부터 지키면 되는 것 아닙니까"
문을 열고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개문냉방' 영업장에 대한 단속이 시작된 18일 홍보부족 탓에 관리 대상 건물주들조차 단속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가게는 단속 사실을 알면서도 버젓이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어 놓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명동 거리에는 장맛비가 내리면서 대부분 화장품 매장들은 에어컨을 끈 채 문을 열어놓고 상품을 진열하며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맞은 편 명동길에서 화장품을 홍보하던 한 여성 점원은 "올해는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정부 규제 정책을 지키려는 분위기"라며 "지금은 덥지 않고 손님도 많지 않아 에어컨 가동을 안 했는데 오후에는 문을 닫고 에어컨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화장품 상점들은 문 개방 여부에 따라 매출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다"며 "단속을 해도 눈치껏 문을 열고 영업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매장 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명동 밀리오레 주변 한 화장품 매장의 책임자는 정부 규제인 만큼 지켜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보여주기식' 아니겠느냐며 단속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늘부터 단속이 나온다고 해서 일단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은 껐다. 과태료도 적지 않은 돈이니 결국 규제를 지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체념한 듯 말했다.
이날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대형 쇼핑몰에도 정부 합동단속반이 들이닥쳤다. 단속반이 온도계를 들이대자 직원들이 허겁지겁 쫓아왔다.
온도계 수치는 섭씨 25.8도. 계약전력 100㎾ 이상인 전기 다소비 건물의 실내 온도 기준(26도)을 적용하면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사정은 주변 상가 밀집지역의 소규모 점포도 마찬가지였다. 장마철 무덥고 습한 날씨 탓에 상당수 점포가 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단속반이 홍보 전단을 들고 가게에 들어서자 업주들은 출입문 송풍기와 비닐커튼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지만 시큰둥한 반응도 많았다.
한 상인은 "작년에도 요란을 떨었는데 실제로 단속에 걸린 적은 없었다"면서 "에너지 절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겁만 줄 뿐 실제로 단속을 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에서도 이날 오후 정부 합동단속반이 중구 광복동과 해운대 등 일부 지역에서 '개문냉방' 단속에 나섰지만, 때마침 내린 장맛비 탓에 문을 열고 냉방기를 켠 곳은 별로 없었다.
일부 점포가 점심때 때 에어컨을 켜고 개문 영업을 했다가 단속반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상인들은 '개문냉방'에 대한 단속이 이날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대전시도 이날 오후 2시 특별관리지역에 포함된 서구 갤러리백화점 타임월드점 주변 점포들을 불시에 점검했지만, 새벽부터 내린 많은 비 때문에 에어컨을 켠 곳은 많지 않았다.
홍보 부족에 대한 일선 기초단체의 불만도 쏟아졌다.
부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개문 냉방에 대한 단속 방침을 어제 연락받았다"면서 "이 때문에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지역 내 상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준비 부족으로 '개문 냉방' 단속 첫날은 대부분 홍보활동에 집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3기의 가동 중지 사태 등으로 올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됨에 따라 이날부터 8월 30일까지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영업장과 규정 냉방 온도 26도 미만인 전기 다소비 건물은 내달부터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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