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식물이나 약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약을 '천연물 신약'이라고 하는데요.
정부가 세계적 천연물 신약 개발을 내걸고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왔습니다.
하지만, 개발된 약의 효능을 놓고 의료계 내부에서 찬반 갈등이 심화돼 이 약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소비자 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남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백두옹, 즉 할미꽃의 뿌리 등을 이용한 국내 첫 천연물 항암 주사제입니다.
5년 전 병원 한 곳에서 시판돼 췌장암 말기 환자 등 200여 명에게 처방됐습니다.
<인터뷰> 지주연(삼육서울병원 종합검진센터 소장) : "종양 크기가 뚜렷하게 감소가 되고 또 소실을 보이는 항암제 치료 반응이 매우 좋은 형태입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정된 병원 세 곳에서만 이 약을 쓰게 하는, 이른바 '제한적 시판허가'를 내줬습니다.
초유의 일인데, 규정에도 없는 허가 방식입니다.
식약처 자문기구 소속 일부 의사가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허가 취소를 주장하고 나선 게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식약처 관계자(음성 변조) : "법에 그런 문구(병원 제한)가 정해진 건 아니란 말씀을 드린 것이고. 천연물에서 추출해서 만든 항암제니까요, 그러니까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있는 것이고…."
'아스피린'이나 '타미플루' 등 세계적 신약들도 천연 추출물로 만들어졌지만, 국내에선 이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이 큽니다.
옻나무 추출물로 만든 한방 항암제 치료센터를 추진중인 한 대학병원의 경우 의사협회가 집단 대응하겠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천연물 신약 개발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6천억여 원.
의료계 내부의 갈등과 논란으로 과연 이 약을 써도 될지 환자들의 혼란만 키우고 있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