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서로 경제를 하나로 묶는 '범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 협정'의 첫 번째 실무 협상이 어제(현지시간 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도청 의혹도 문제지만 여러 장벽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부 류란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협상에 장애가 될 만한 문제는 어떤 것들인가요?
<리포트>
'수두룩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닌데요.
그 중에서 가장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비관세 장벽'입니다.
왜냐하면 관세율이 이미 최저 수준이라서, 관세 쪽은 사실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럽 화학회사들의 경우, 미국 수출 관세는 1.2%에 불과하합니다.
하지만 비관세 장벽이 높아진다면 실질 관세율이 19.1% 정도 올라가는 부담이 발생하는데요.
이건 미국 자동차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에 수출할 때의 관세율은 8% 수준이지만, 비관세장벽이 도입되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 25.5%의 비관세 부담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비관세 장벽은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정부가 국산품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품의 수입을 억제하려는 정책이죠.
여기에는 '보조금'이나 '수입 수량 제한' 같은 조치가 포함되기 때문에 그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감한 산업 부문에 대한 합의도 수월치는 않아 보입니다.
유전자변형작물, GMO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되겠는데요.
EU는 GMO에 대해 비교적 강한 비호감을 가진 편입니다.
근래에 미국 몬산토사에서 실험하던 유전자 변형 옥수수가 일반 노지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우연히 발견된 적이 있는데, 이 때도 국제적으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이 바로 EU였거든요.
반대로 미국은 과학적으로 안정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그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최근 불거진 정보보호법을 둘러싼 논란도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질문> 금융 부문에 대한 합의도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이던데요?
네. '미국 정부가 은행 규제를, FTA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 은행들이 EU를 편드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논란의 핵심은 미국의 '파생상품 시장 규제'와 '외국은행 자본 규제'입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에 파생상품과 글로벌 은행을 그 주범으로 낙인찍고 규제에 열을 올려왔는데요.
그 결실이 바로 2010년 제정한 '도드 프랭크(dodd-frank)법'입니다.
은행들의 파생상품 부문을 분리하도록 한 것이 핵심인데요.
바로 이 법에 기초해서 미국 은행의 해외 법인에도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EU는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융 보호주의'로 '바벨탑'을 쌓게 될 수도 있다"라는, 사실상의 경고까지 한 상태인데요.
서로간의 불신과 오해로 건설적인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질문> 네, 하지만 일단 타결만 되면 양국 모두에 이익인 거죠?
그렇습니다.
일단 지금으로 봤을 땐 올해나 내년까지는 타결이 힘들고, 2015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이지만, 타결만 되면 이익은 상당합니다.
단적으로 미국 경제는 연간 12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40조 5천억 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EU는 이보다 큰 1540억 달러, 천7백6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미국은 GDP의 0.8%, EU는 0.9%가 각각 늘어난다는 얘깁니다.
뿐만 아니라 연간 수출 증가율도 GDP의 2% 수준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멘트>
네, 류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