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 시대를 풍미한 히트작들을 쏟아낸 김종학 PD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연예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김종학 PD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 7편의 드라마를 함께 한 '콤비 작가' 송지나 씨는 23일 고인의 별세 소식에 눈물을 쏟아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송 작가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지금은 통화하기 어렵다"는 말로 슬픔을 전했다.
그와 김종학 PD와의 인연은 지난 1987년부터 무려 26년 동안 이어져 왔다.
송 작가는 지난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종학 PD와 처음 작업한 게 1987년이니 벌써 25년"이라며 "난 그분에게 드라마를 배웠기 때문에 사석에서는 지금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내게는 분명 각별한 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의 대표작 '모래시계'와 유작이 된 '신의'에도 출연한 배우 최민수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통곡했다. 최민수는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만 하며 더는 말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김종학 PD는 지난해 '신의'가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빚자 한 출연자의 소속사 대표인 자신의 조카로부터도 피소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고인은 숱한 히트작을 통해 뛰어난 감각과 연출력을 드러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고인의 유작이 된 '신의'가 방송될 당시 드라마 국장이었던 김영섭 SBS 콘텐츠파트너십 부국장은 "'모래시계'나 '여명의 눈동자' 등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스케일 큰 드라마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던 분"이라며 "송지나 작가와 콤비를 이뤄 사회성이 있는 부분을 건드리면서도, 대중적 요소까지 잘 끌어냈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대표작 '모래시계'를 통해 일약 정상급 대표로 도약한 고현정은 이날 오전 자신이 주연인 MBC TV '여왕의 교실'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의 소속사 관계자는 "김종학 PD는 고현정에게는 부모 같은 분"이라며 "드라마 촬영이 오늘 자정까지 계획돼 있어 아직 소식을 모른다. 알게 되면 당연히 촬영에 지장이 있어 일단 알리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의'에서 주연을 맡은 이민호의 소속사 관계자는 "사적으로 주고받은 것은 없었지만, 촬영장에서 김종학 PD는 분명히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이었다"며 "그분만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모래시대' 세대에게는 상징적인 분"이라며 "이 죽음의 폭주기차는 언제 멈출까요. 안타깝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