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 국세청장 가운데 8명 구속 또는 수사받아

입력 2013.07.30 (07:28)

수정 2013.07.30 (15:16)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출국금지를 당하는 등 6년만에 검찰의 수사 대상에 다시 오르며 국세청장의 수난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세청장은 국정원, 검찰, 경찰청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분류되는 국세청의 기관장이자, 국가 재정 징수를 책임지는 책임자로서 권한 또한 막강하다.

서울, 중부, 대전, 부산, 대구, 광주지방청 등 6개 지방국세청에 111개 세무서를 거느리고 있다. 본청 840여명을 포함해 총 2만여명을 지휘하며 과세권 및 세무 조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막강한 권한은 역으로 권력과의 유착이나 검은돈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초대 이낙선 청장부터 김덕중 현 청장의 전임자인 19대 이현동 전 청장 가운데 8명이 구속됐거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먼저 안무혁(5대), 성용욱(6대) 전 청장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안기부장과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면서 불법 선거자금을 거둔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채주(10대) 전 청장은 1997년 대선 당시 '세
풍', 즉 불법 선거자금 모금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안정남(12대) 전 청장은 2001년 9월 건교부 장관으로 기용됐으나 부동산 투기, 증여세 포탈 등의 의혹이 제기되며 취임 20여일만에 장관직을 사퇴해야 했다.

손영래(13대) 전 청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고, 이주성(15대) 전 청장의 경우 알선수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전군표(16대) 전 총장도 6년 전인 2007년에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6차례에 걸쳐 현금 7천만원과 1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상률(17대) 전 청장도 인사 등을 잘 봐달라는 취지로 2007년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하고, 주정회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6천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은 검찰의 혐의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전군표 전 청장의 경우 이미 한차례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이번 수사에서 혐의가 인정돼 구속될 경우 두 차례 구속되는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국세청장의 권한이 막강한 만큼 비리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권에서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14대) 민주당 의원은 "기업들이 (금품을) 제공하는 문화는 발전하고 있고, 국세청장은 인간으로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비리가 개입될 소지가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나는 2003년 3월 부임하자마자 개별 세무조사 사안에 대해 보고받지 않는 등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개별 사안에 대해 보고받지 않으니 청장에게 로비할 이유도 없어지고 현장에서도 원칙대로 일이 진행되면서 당시 개별 세무조사 건당 추징액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국세청장 2년 임기제, 국세청장후보자추천위 구성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는 국세청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검찰의 이번 수사와 맞물려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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