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멘트>
지난 5월까지 세수에 9조 원이나 구멍이 났죠?
연말까지 20조 원 이상으로 늘까 우려되는데요.
어려운 경기도 문제지만 가만히 보면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서 세금이 새고 있습니다.
당장 집앞 골목만 나가봐도 현금 주면 값을 깎아준다는 곳 많은데, 현금 받아 세금 피하겠다는 얘기죠?
먼저, 자동차 타이어 가게부터 가 볼까요?
<리포트>
타이어 가게에 가서 중형 승용차 타이어 가격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한 타이어에 값이 두 개입니다.
<녹취> "14만 5천 원. 현금일 때는 그렇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상가격인 17만 원을 받아야 해요."
현금이냐, 카드냐에 따라 값이 다르다는 겁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집니다.
<녹취> "13만 5천 원인데 현금 하신다면 13만 원까지 해드릴 수 있어요."
현금으로 살 테니 영수증도 달라고 하자 당연하다는 듯 거절합니다.
부가가치세 안 내려고 싸게 해 주는 건데 영수증을 발급하면 세원이 노출돼 안 된다는 겁니다.
<녹취> "(현금영수증은요?) 어차피 부가세 빼 드리는 거기 때문에 이것저것 하면 안 돼고…"
비단 소매단계뿐 아니라 그 전 단계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이뤄집니다.
이 중형 타이어를 타이어 가게가 제조사에서 구입하면 12만 800원이지만 일부 도매상에서 현금을 주고 사면 만 3천 원 가까이 싸진다는 겁니다.
세원이 노출되지 않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입니다.
<녹취> 타이어소매점 운영자 : "제조사에서 정상적으로 부가세 내서 사온 타이어로는 고객 요구를 못 맞춰 주거든요. 그러면 저도 무자료로 사다가 이제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리는 거죠."
도매상에서 소매상으로, 그리고 다시 소비자로 이어지는 현금 거래가 탈세를 이어주는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이 골목 가게들을 볼까요?
부동산 중개업소와 실내 인테리어 가게, 교습학원, 피부미용업소 등은 모두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야 합니다.
현금 거래가 많을수록 탈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데 변호사 사무실, 성형외과, 치과 등 고소득 업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이 안에서도 현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런 방법으로 매출을 누락시키는 곳이 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용카드 고객이 많아 매출이 대부분 드러나는 이런 주유소는 어떨까요?
일부 주유소에서는 미등록 유통업자로부터 싸게 기름을 공급받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를 이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는 유령회사, 이른바 '자료상'이 끼는데요.
시중가에 기름을 산 것처럼 자료상에게 돈을 송금하면 자료상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고 수수료를 뺀 나머지 현금을 주유소에 되돌려주는 겁니다.
주유소뿐 아니라 귀금속이나 의료기기 도매상 등 여러 업종에서 쓰는 수법인데요.
한 해 적발된 가짜 세금계산서 규모만 5조 원이 넘습니다.
이런 무자료 거래나 현금 매출 누락을 통해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게 등을 탈루하는 건데,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임승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음식점에서 5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먹으면 부가가치세 500원이 붙어 5500원을 냅니다.
상품가격의 10%인 부가세는 원래 소비자가 내야하지만 물건을 판 상점 주인이 모아서 1년에 두 번 세무서에 대신 내는 간접세입니다.
그런데 상점 주인 입장에선 자기 돈 내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녹취> 음식점 주인 : "몇백만 원씩 내는데 생돈 나가는 것 같고 부담이죠. 경쟁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가능하면 현금을 받으려고 하죠."
부가세를 내기 전에 고의 폐업을 반복해 세금을 안내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새는 부가가치세만 한해 11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인터뷰> 김재진(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부가가치세 징수 행정을 개선함으로 인해서 추가적으로 더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 여력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7~8조 원은 충분히 걷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물건값만 상점 주인에게 주고 부가세는 국세청에 보내면 세금탈루를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현금 거래를 통한 탈세는 처벌을 강화해 탈세 의지를 꺾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생활 주변에 현금거래 유혹이 여전히 많아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에 따른 보완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