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오늘 같은 날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은 더 저려옵니다.
특히 피해자 중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분들도 계신데요.
타향에서 외로이 살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정아연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공장에 취직시켜준단 말에 속아 18살에 고향을 떠난 할머니.
도착한 곳은 중국 난징에 있는 위안소였습니다.
이제는 우리말도 다 잊었지만 고향 이름은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녹취> 박차순(할머니) : "(고향은)남조선이에요. 전라북도 남.."
증손자까지 뒀지만 아픈 과거는 여태껏 가족들에게 숨기고 살았습니다.
<녹취> "어릴 때 끌려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녔어요..이제는 하루하루 살면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수단 할머니.
정신분열증으로 과거 기억을 모두 잃었지만, 일본군에 대한 분노는 꿈에서도 잊질 못합니다.
<녹취> 양아들 : "가끔 주무시다가 잠꼬대로 일본군을 욕하세요. 원통해 죽겠다고요."
피붙이 하나 남지 않은 고향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낯선 곳이 됐습니다.
70년 한 맺힌 삶, 이들이 바라는 건 이제 일본의 사죄 한마디 뿐입니다.
<녹취> "'잘못했다, 우리나라에 나쁜짓했다' 그 말만 들으면 시원해요. 가슴이 시원하겠어요."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5명.
망향의 한은 가슴 속 깊은 응어리로 남았습니다.
KBS 뉴스 정아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