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이슈] 메르켈 3선…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

입력 2013.09.23 (21:19)

수정 2013.09.23 (22:16)

<기자 멘트>

경제 강국 독일의 총선에서 집권 우파 연합을 이끌고 또다시 승리한 총리, 앙겔라 메르켈입니다.

지난 2005년 사상 첫 여성총리로, 그것도 51살의 최연소 총리가 된 이후 3번 연속 승리한 것입니다.

오는 2017년까지 12년의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는데 대처 전 영국 총리의 11년을 능가하는 유럽 최장의 여성총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더욱 관심인 것은 그녀가 옛 동독 출신으로 한때 공산당 청년 조직에도 가담했던 물리학자였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기반도 없던 여성이 남성 중심의 보수 정당을 이끌면서 연속 3번의 승리를 거둔데 대해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선택한 독일인들의 표심, 유럽의 현재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리포트>

독일의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예비개표 결과 집권 보수연합의 득표율은 41.5%. 야당인 사민당은 25,7%에 그쳤습니다.

보수 연합의 의석은 단독 과반엔 5석이 모자라지만 동서독 통일 이후 최대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앙겔라 메르켈(독일총리) : "앞으로 4년이 독일을 위한 성공적인 시간이 되도록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독일 언론들은 유로존 재정위기를 돌파해낸 메르켈 총리의 위기관리 능력을 승리의 원동력으로 꼽았습니다.

부채 위기국가에 긴축을 압박하면서 독일 납세자에겐 큰 부담을 지우지 않고 위기를 돌파한 데 따른 것입니다.

지난 2005년 11.7%이던 실업율은 지난해 6.8%까지 떨어져 통일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안정된 물가와 최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등 견고한 경제 운영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기민,기사당 연합에 표를 던진 유권자 가운데 40%는 메르켈 총리를 투표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었습니다.

지난 9일 노르웨이 총선에서도 8년 만에 우파정부가 들어서는 등 재정위기에 놓인 유럽에선 우파 정당의 강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메르켈은 대처 전 영국 총리에 견주어 '독일판 철의 여성'으로 불립니다.

대처는 식료품가게의 딸에서 메르켈은 시골 교회 목사의 딸에서 각기 총리가 됐죠.

대처가 만성적인 파업 등 '영국병' 극복에, 메르켈은 유로존 재정 위기 극복에 성공한 점도 닮은 꼴입니다.

그러나 대처는, 광산 노조 진압 등 비타협 강경 노선을, 메르켈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화합 노선을 대표하는 것은 다른 점입니다.

대처가 전통주의적 여성지도자, 메르켈이 중도주의적 지도자로 분류되는 이유죠.

메르켈은 특히 원전 폐기, 징병제 폐지 등 야당의 정책도 과감히 수용하는 실용주의적 리더십이 특징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른바 어머니 연금제 등 가정복지와 노동권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놓았죠.

그래서 독일 언론은 메르켈 스타일을 엄마 리더십으로 부릅니다.

문제가 생기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란 신뢰의 표현이죠.

1979년 영국 총리가 된 대처, 그리고 독일의 메르켈, 다음달 취임하는 노르웨이 보수당의 솔베르그 당수, 여기에 차기 프랑스 대선 출마가 유력한 라가르드 IMF 총재까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이른바 유리천장이 깨진 유럽에선 여성지도자의 탄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민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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