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모자 실종’ 둘째 아들 다시 체포…왜?

입력 2013.09.24 (08:35)

수정 2013.09.24 (10:38)

<앵커 멘트>

수사가 난항을 겪었던 인천 모자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둘째 아들이 다시 체포됐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런 가운데 실종된 어머니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가 강원도 정선에서 발견됐습니다.

김기흥 기자 나와있습니다.

수사가 급진전 된 이유가 체포된 둘째 아들의 부인 때문이라고요?

<기자 멘트>

그러니깐 실종된 김모 씨의 둘째 며느린데요. 경찰의 수색 현장에는 이 둘째 며느리가 함께 했습니다.

둘째 아들은 실종 수사 초기 단계부터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긴급 체포됐지만 정황만 있을 뿐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서 풀려나고 말았는데요.

하지만 범행은 남편의 소행이라고 둘째 며느리의 진술을 경찰이 확보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모자 실종사건, 그 수사과정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실종된 모자 가운데 어머니 김 모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건 어제 오전, 강원도 정선의 한 야산에서였습니다.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이불과 비닐, 청 테이프 등을 이용해 시신을 싸둔 상태였습니다. 옷은 같이 나왔습니다. 시신에서 같이 나왔고, 청 테이프에 의해 손과 발이 결박이 된 상태였습니다."

시신은 성별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부패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체구나 치아 상태 등을 미뤄 볼 때, 발견된 시신이 김 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실종자 김 씨가 평소 이용하던 치과 진료 결과와 시신의 치아 진료 상태를 확인해 본 결과, 임플란트 (치아) 5개, 금니 1개 이것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둘째 아들 정 모 씨를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데요.

김 씨 모자가 실종된 건 지난달 13일.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김 씨가) 8월 8일 날에 와서 (노래교실) 회비를 내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못 봤어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여기 안 나온다니까... 일주일에 두 번씩 보는데 (김 씨가) 안 와서 이상한 거야, 지금... 경찰은 실종 직후부터 둘째 아들 정 씨를 의심해 왔습니다."

모자가 같은 날 동시에 사라졌지만 정 씨가 ‘어머니가 사라진 뒤에 형을 봤다’고 거짓 진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또 모자가 실종된 다음날, 정 씨는 형의 차를 타고 강원도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고속도로 영수증에서 지문까지 나왔지만 정 씨는 이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 "강원도에 갔다 온 것이 확인이 됐잖아요. 그런데 본인은 지금 강원도에 간 사실이 없다, 그럼 앞뒤가 안 맞잖아요."

경찰은 이를 근거로 실종 열흘째인 지난달 22일, 정 씨를 긴급 체포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풀어줘야만 했습니다.

사건 발생 시각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는 정 씨의 주장을 뒤집지 못한 겁니다.

<녹취> 정00(실종자 둘째 아들) : "(형하고 어머니하고 지금 열흘 째 안 보이잖아요.) 놔주세요, 제발요. 부탁드립니다."

미궁에 빠졌던 실종 사건.

하지만 이후 보강 수사에서 보다 구체적인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먼저 CCTV에 잡힌 차량의 주행 모습을 면밀히 분석했는데요.

실종자 두 명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짐을 싣고 실험한 결과, 차량의 내려앉은 정도가 당시 주행 중인 차량의 높이와 같다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그 차가 빈 차인지 운전자가 타고 있는 상태인지 아니면 어떤 적재물이 실려 있었는지 이것을 실험했습니다. 125kg 상당의 적재물이 실려 있다는 것이 국과수 감정 결과입니다."

어머니 김 씨는 10억 원 상당의 원룸 건물을 소유한 재력가로 알려졌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방을 빌려주고 학생들한테 세를 받아서... 그런 것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

지난해부터 둘째 아들 정 씨와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합니다.

동네에 소문이 날 정도였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큰 아들하고는 뭐가 없는데 작은 아들하고 많이 싸웠어요. 집을 사줬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팔고 다른 데로 옮겨가고, 돈 문제 이런 것 때문에 다툰 것 같아요."

특히 경찰은 둘째 아들 정 씨가 카지노를 드나들며 8천여 만 원의 빚을 졌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지인과 친척들을 조사한 결과, 최근 정 씨는 어머니에게 큰돈을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김 씨는 이런 아들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둘째 아들이 아무 말 없이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5천만 원을 해달라고 했다, 돈을 해주지 않으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꿨다... 여러 가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정 씨가 범행을 미리 계획적으로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29편의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살인, 실종 등과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컴퓨터에서 '가족 간 명의 이전,' '가족 명의 주택 담보 대출,' '뉴질랜드 달러 환전' 이런 검색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황들은 직접적인 증거가 아닌 만큼 혐의를 입증하기엔 쉽지 않았던 상황.

바로 이때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건 정 씨의 아내 김 모 씨였습니다.

모든 범행이 ‘남편의 소행’이고 정 씨가 시신을 유기한 장소 두 곳에 함께 갔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겁니다.

<녹취> 김00 (정 모 씨 부인) : "(남편이 시신을 유기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

결국 정 씨는 다시 긴급 체포됐고 다음날인 어제, 정 씨가 자주 다녔던 카지노 인근에서 어머니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아내 김 씨의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녹취> 윤정기(경정/인천남부경찰서 형사과) : "(아내 김 씨는)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차 안에) 시신이 있는 사실은 몰랐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생각해보니까 그것이 시신인 것 같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내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경북 울진에서 나머지 시신 한 구를 찾고 있는데요.

혐의를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정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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