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생활 스포츠의 천국’으로 잘 알려진 북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교수 인터뷰를 위해 스웨덴 스포츠과학대학을 찾았던 저는 인상적인 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교수들 대부분이 연구실에서 서서 일하고, 서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의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고, 책상도 서 있는 높이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 대학의 엘린 에크 블롬이라는 교수는 오랜 시간 생활 습관에 대해 연구했는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저녁에 30분에서 1시간 운동해도 낮에 오랜 시간 앉아있다면 운동 효과가 없습니다. 하루에 4시간 앉아 있게 되면, 몸에서는 해로운 신호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또, 앉아있는 시간이 길수록 더 살이 찌고,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며 오래 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에크 블롬 교수가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의 제목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치명적이고, 당신을 죽이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랜 시간 앉아 있게 되면 몸의 근육량이 부족해져 강도 높은 운동을 해도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전조증상이라 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위험이 26%나 높아진다고 합니다.
에크 블롬 교수가 스웨덴의 70대 노인 3천8백 명을 12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역시 인상적입니다. 규칙적인 운동 없이도 정원 가꾸기나 자동차 수리 등 집안일을 하면서 움직임이 많았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허리둘레가 적었고,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률도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하는 가사가 운동 효과를 낸 것이지요.
스웨덴 과학대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습관’ 역시 마음속에 새겨볼 만합니다. TV를 볼 때 광고 시간만이라도 일어나 걷고, 집에서는 진공 청소기를 돌리거나 바닥에 걸레질을 하며 몸을 움직일 것을 제안했습니다. 직장에서는 가까이 있는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보다는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50분 넘게 일할 경우 꼭 5분씩은 일어나서 움직이라고 충고하네요. 또, 엘리베이터 대신 자주 계단을 오르내리고, 전화 통화는 서서 하는 습관을 갖자고 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직장에서 거의 모든 시간 앉아서 일하고, 집에서도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는 등 우리들의 삶은 ‘좌식 생활’ 그 자체입니다. 하루하루 바쁜 삶 속에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는 노력 자체가 실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습관을 가지면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대부분 앉아 계실 것 같네요. 지금이라도 잠시 일어나서 스트레칭하고, 점심시간에는 가까운 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