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군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2년 가까이 식물인간 상태였던 이등병이 극적으로 깨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군 수사에서 단순 뇌출혈 환자로 처리됐던 이등병이 자신은 구타를 당했다며 주장하며 폭행 병사들의 이름과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군의 은폐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이영풍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구상훈 씨가 군에 입대해 육군 15사단에 배치된 건 지난 2012년초.
불과 19일 만에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없이 호흡만 해왔습니다.
구 씨는 지난해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고 실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1년 7개월간 식물인간으로 지냈던 구상훈 씨는 어눌한 말투로 당시 상황을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합니다.
<녹취> "사실대로 말해줘"
<인터뷰> 구상훈 : "(무엇으로 때렸습니까?) 각목 (어디를 때렸습니까?) 머리 (뭐라고 하면서 때렸습니까?) 기합"
특히 폭행을 했다는 선임병사 2명의 이름과 구타 장소를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구상훈 : "(누가 때렸습니까?) 000, 000 (어디로 끌고 갔습니까?) 연병장 위에, 연병장 위에."
군 수사는 허술했습니다.
사건 당일 구 씨의 뒤통수에선 큰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가족들이 구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욕창이라며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영현(구상훈 어머니) : "우리 아들 구타한 거 아니냐고 그랬을 때는 부인하셨어요."
취재진은 구상훈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제대 병사를 만났습니다.
당시 집단 설문 외에 직접적인 조사를 받지 않았던 이 선임병사는 구타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구타 가해 지목 선임병사 : "구타나 가혹행위 본 적도 없고 한 적도 없어요."
당시 15사단 관계자들은 KBS 취재진에, 뒤통수 상처가 욕창이라는 군의관의 말에 따라 수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군의관의 진술조서는 받지 않았습니다.
또 실신 당시 상황과 이동 경로에 대한 군 수사기록과 관련 병사들의 증언도 엇갈려 사건 은폐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