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이제 이틀뒤면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데요.
이번 수능에는 공부가 정말 하고싶어서 여든이 넘은 나이에 입시에 도전하는 특별한 수험생이 있습니다.
허솔지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만학도들도 수능시험이 떨리긴 마찬가지.
고3 교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 사이로 맏언니인 80대 여학생이 눈에 띕니다.
<녹취> "(조희옥 씨!) 네~~"
두꺼운 돋보기 안경을 썼지만,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꼼꼼하게 필기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고3 수험생입니다.
<인터뷰> 조희옥(할머니) :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것은 이해하기가 쉽더라고요. 학교가 좋긴 좋아요."
일제 강점기에 오빠들이 강제 징용을 당하면서, 조 할머니는 학교 대신 봉제 공장을 다녀야 했습니다.
1946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격동의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았던 할머니는 늘 학교가 그리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구 선생 돌아가셨을 때도 실제 가보고…. (친구들이) 교복 입고 다니는 거 보니까 '아, 내가 너무 잘못했구나' 생각이 그때서야 들잖아요."
할머니의 꿈은 봉제 공장에서 배운 기술로 전통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는 겁니다.
<인터뷰> 담임 선생님 : "단지 꿈을 성취하고 싶으신 거죠. 꿈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봉사하고 싶으신 거예요."
빛바랜 흑백 사진 속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이….
하얗게 머리카락이 셀 만큼 60년을 돌아왔지만, 조 할머니는 올해 가장 행복한 고3 수험생입니다.
<녹취> "배우지 않는 사람은 밤길 걷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죽을 때까지 배워야지..행복이라는 게 마음먹기에 달린 거예요."
KBS 뉴스 허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