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멘트>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영종대교입니다.
어제 오전 이곳에서 무려 106대의 차량이 잇따라 추돌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고로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6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교량 위에서, 왜 이런 대형 참사가 벌어지게 된 건지, 사고 과정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11시.
인천 영종대교 상부 도로의 모습은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습니다.
승용차와 화물차, 택시와 버스 할 것 없이 수 십 대의 차량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는 상황.
<인터뷰> 박종만(사고 운전자) : “내가 운전 몇 십 년 해봐도 이런 사고는 처음이고...”
차체가 종잇장처럼 완전히 구겨진 승용차.
앞, 뒤, 옆면이 모두 부딪혀 일그러진 화물차.
버스도 어디가 앞인지 모를 정도로 크게 부서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망가진 차량의 행렬이 줄잡아 1km가 넘습니다.
<인터뷰> 이상헌(사고 부상자) : “그냥 전쟁터였죠. 영화에 나올 법한전쟁터요. (차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고 울부짖으시고 구해드릴 수도 없고 그런 상황이었어요.”
대체 어디서부터 사고가 시작됐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왕복 6차선의 교량 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고가 일어난 건 어제 오전 9시 40분 쯤이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사고 당시 한 차량에 찍힌 블랙박스 영상인데요.
당시 영종대교 주변은 보이는 것처럼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사고 운전자 (음성변조) : “거의 20m도 안 보였던 것 같은데 속도를 천천히 갔는데도 아무것도 안 보이다가 갑자기 보이니까...”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때 쯤.
여기저기서 쿵하는 굉음이 들여오기 시작합니다.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였습니다.
<녹취> 사고 운전자 (음성변조) : “차 부딪히는 소리 쿵, 쿵, 쿵! 뒤에서도 계속 쿵!쿵! 쿵! 했으니까... 진짜 지옥이죠, 뭐.”
이때부터 시작된 연쇄적인 차량 추돌.
교량 위는 순식간에 사고 차량들로 아수라장이 돼버렸습니다.
미리 속도를 줄여 가까스로 앞차와의 충돌을 피한 차량도
<녹취> “와 피했어! 아 피했어!”
어디선가 달려든 다른 차량에 부딪혀 속절없이 밀려나는 상황.
<녹취> "으아~!"
잇따르는 사고에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차량들이 혼잡스럽게 엉켜있어 구급차의 접근마저 쉽지가 않습니다.
역주행으로 간신히 환자가 있는 곳에 접근해도 이번엔 현장을 빠져나가는 게 또 문제입니다.
<녹취> 소방 구급대원 : "이 쪽 차량 다 빼라고 해"
이런 대혼잡 속에 일부 부상자는 한 시간 넘게 차안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려야했습니다.
<녹취> 부상자(음성변조) : “차량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응급실 가기 힘들었어요. 한 시간 기다렸어요."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로 부서진 차량이 모두 106대.
2명이 목숨을 잃었고, 6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1차 접촉사고가 난 뒤 차량 밖으로 나와 사고 상황을 확인하거나, 도로 위를 걸어서 이동하려다 2차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부상도 컸습니다.
<인터뷰> 부상자 : “갓길로 피했는데 버스가 와서 그냥 박은 거죠.”
그렇다면, 백 대가 넘는 차량이 한꺼번에 충돌하는 대형 참사가 빚어진 이유는 뭘까?
앞서 언급한대로 일차적인 이유는 안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인천공항은 가시거리가 6백미터 정도로 비교적 상황이 나았지만,
<녹취> 인천기상대 관계자(음성변조) : “7시 정도는 (가시거리가) 300m정도 까지는 떨어 졌지만 9시 이후로는 안개가 걷히는 그런 상황이었고요. 인근 인천공항은 가시거리 600m였습니다.”
바다 위 영종대교는 몇십 미터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짙은 안개가 그것도 군데군데 국지적으로 끼어 사고를 유발했습니다.
<녹취> 사고 운전자(음성변조) : “10m가 안 보여요. 한 7~8m 밖에 안 될 것 같아요, 시야가.”
<녹취> 인천기상대 관계자(음성변조) : “해상의 온도하고 그 (대교)위의 온도하고 좀 차이가 나거든요. 그러면 공기의 변화 차이에 의해서 안개가 발생하죠.”
하지만 일부 운전자들은 안개도 안개지만, 허술한 안전관리 시스템도 문제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녹취>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톨게이트 지붕에 보면 안개가 꼈다 도로상황을 알려주는데 (안개 때문에) 그런 거 자체가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제가 당황했던 건 그렇게 안개가 꼈으면 직원들이 좀 나와서 안내 좀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게 없이 무조건 차량이 통과할 수 있게 허가를...”
이에 대해 도로 관리 주최 측은 전광판 등을 통해 감속 운행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공항고속도로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안개주의보를 보내면 감속을 해야 되는데 사고 난 버스가 감속을 안 한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고가 나고 뒤따라온 차가 박아버린 거죠.”
지난 2006년, 무려 11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 역시, 안개 낀 교량 위에서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당시 사고 이후 이런저런 안전 대책이 쏟아졌지만, 9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사고는 또 되풀이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