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관급공사의 최저 가격을 해킹으로 조작한 뒤, 이보다 불과 몇 천 원 높은 금액을 써내 900억 원대 공사를 따낸 입찰 브로커가 수배 2년 만에 태국에서 붙잡혔습니다.
태국 사법 당국과의 국제 공조가 빛을 발했습니다.
남승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년 전, 경북 의성군이 발주한 하천 정비 공사 현장입니다.
당시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공사비의 하한가는 16억 6천3백만 원이었는데, 한 업체가 이 금액보다 불과 3천 3백 원 높게 입찰해 공사를 따냈습니다.
비결은 '해킹'이었습니다.
입찰 브로커 43살 홍 모 씨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담당자와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의 컴퓨터에, 낙찰 하한가를 조작할 수 있는 악성 코드를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작한 하한가보다 몇 천 원정도 높은 금액을 써내 손쉽게 공사를 따냈습니다.
2011년부터 1년여 동안 불법 해킹으로 따낸 공사는 57건, 전체 공사 대금은 919억 원에 달합니다.
2년 전 수사가 시작되자 홍 씨는 태국으로 달아났고 검찰은 태국 사법 당국에 공조를 요청했습니다.
검찰과 태국 당국은 교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끈질기게 추적해 마침내 지난달 홍 씨를 붙잡았습니다.
검찰은 홍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사기 낙찰에 연루된 브로커와 건설업자 등 40여명도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해외 도피중인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