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우리 담뱃갑에도 이런 섬뜩한 경고 사진이 등장할 예정이었습니다.
유예기간을 뒀으니 내년 9월쯤이 됬겠네요.
이미 디자인 개발도 끝났고, 담뱃갑 앞뒷면, 30% 이상을 채우겠다는 비율도 확정됐습니다.
법안 제출 13년 만에 가까스로 국회 소위를 통과했던 흡연 경고 그림 의무화법이 결국 법사위 문턱에서 다시 좌절됐습니다.
먼저 정성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담뱃갑의 절반 이상을 경고 그림과 문구로 채우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점쳐졌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녹취> 이상민(국회 법제사법위원장) : "(흡연 경고그림은) 심도있는 심사를 위해서 법안심사 제2소위에 회부하고자 합니다. 이의 없으시죠?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김진태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토론도 없이 법안 처리를 보류한 겁니다.
<녹취> 김진태(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 "흡연자라고 해서 그렇게 혐오감 나는 그림을 맨날 보면서 담배를 피워야 되겠습니까. 이건 흡연권, 행복추구권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위 여야 의원들도 법사위가 도를 넘는 권한을 행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김현숙(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 "해당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가 끝난 사항에 대해 법안소위로 회부시키며 무산시킨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입니다."
비가격정책의 핵심 법안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못넘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류근혁(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회에서 이 부분을 조속히 논의해 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흡연경고그림 도입은 4월 국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지만, 국회 법사위가 국민건강권을 외면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
<앵커 멘트>
백문이 불여일견, 백 마디 경고문보다 흡연 경고 사진 한 컷이 더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는 건 여러 연구 결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애연가들사이에서조차 흡연 경고 그림 가려주는 케이스를 만들어 팔면 장사가 될 거란 얘기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이런 효과적인 금연 정책은 왜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되는걸까요?
안 그래도 담배값 인상으로 담배 판매가 줄어 세수가 줄게 된 마당에 더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가 있었고, 담배 농가와 담배회사의 반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흡연 경고 그림 위반시 담배 제조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 벌금, 담배사업법에 따라 제조허가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번 국회 논의 결과는 올 초 담배값 인상으로 여론이 들끓었을때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내세웠던 국민건강권과는 동떨어진 결과임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