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구 귀갓길 30대 여성 납치…누가 왜?

입력 2015.04.02 (08:10)

수정 2015.04.02 (10:32)

<앵커 멘트>

어제 뉴스를 통해 전해드렸습니다만, 귀가하던 30대 여성이 3명의 괴한에 의해 승합차로 납치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여성은 19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가 됐는데요.

이승훈 기자와 함께 사건 내막을 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피의자가 일단 검거가 된거죠?

<기자 멘트>

네, 구조 당시 피해 여성과 함께 있었는데요 주범은 곧바로 현장에서 검거가 됐고, 나머지 2명도 오늘 새벽 잇따라 붙잡혔습니다.

피의자는 검거 직후, 경찰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조사해봤더니 피해 여성과는 2년 정도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원한이나 채무관계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남성은 왜 여성을 납치한걸까요?

긴박했던 19시간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재구성해봤습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아파트.

난데없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건, 사흘 전인 지난 30일 밤이었습니다.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비명 소리가 났어요. 그래서 베란다 창문을 여니까 소리가 안 나더니 그 소리가 멎고 바로 차가 움직였어요.”

비명소리가 들린 직후, 아파트 입구 쪽에서 목격된 수상한 승합차 한 대.

그 시각, 112에는 30대 여성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주거지 집 앞에서 납치된 거죠. 그 경비실 직원이 남자 두 명이서 강제로 차 트렁크에 태우는걸 보고 신고를 하게 됐죠.”

당시 촬영된 아파트 CCTV입니다.

밤 9시 7분쯤, 귀가한 여성이 아파트 출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주차된 승합차의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성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 뒤따라갑니다.

이어서, 한 명의 남성이 더 내리더니, 아파트 입구로 따라가는데요.

잠시 뒤 두 남성은 조금 전에 들어갔던 여성을 강제로 끌고 나와 승합차 뒷좌석에 태우고는 쏜살같이 아파트를 빠져나갔습니다.

<녹취> 주민(목격자/음성변조) : "여기 (아파트 입구)에 승합차가 한 대 서있었거든요. 그런데 승합차 트렁크가 약간 열려있었어요. 꽉 안 닫혀있고 이렇게 열려있더라고요."

최소 3명의 괴한들에게 납치 당해 사라진 30대 여성.

신고를 받은 경찰은 황급히 전담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우선, 아파트에서 사라진 승합차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은 경찰.

다행히 사라진 승합차는 사건 3시간이 경과한 시점에서, 부산의 한 톨게이트를 지난 게 확인됩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대구에서 부산으로) 공조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에 비상이 걸려서 수사가 시작됐죠.”

대구와 부산 경찰의 공조 수사.

무엇보다 급한 건, 사라진 승합차의 위치 확보였습니다.

그런데, 금방 꼬리가 잡힐듯하던, 승합차가 경찰의 추적망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립니다.

도대체 왜일까?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차량) 번호판 앞 뒤 번호가 다르더라고요. 그것도 위장하기 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납치범들은 도주를 하는 동안, 훔친 다른 차의 번호판을 바꿔 달아가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용의 주도한 납치범들의 수법에, 경찰은 승합차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실패합니다.

자칫, 납치된 여성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

그런데 이때, 피해 여성의 친구에게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사라진 피해 여성 김 모 씨였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문자로 설명한 김 씨.

경찰은 이 메시지를 통해 납치극을 주도한 용의자가 김 씨와는 잘 알고 지내던 30대 남성인 사실을 파악하게 됩니다.

경찰은 신속하게 이 남성의 통화기록과 주변을 탐문했고, 용의자가 머물만한 곳을 추정하는데 성공합니다.

경찰이 지목한 은신처는 부산 남구에 있는 한 2층짜리 전세방이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4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하게 되죠. 결론적으로 용의자가 계획적으로 자기 친구 명의를 빌려가지고 얻어놨던 거죠. 친구는 (내막을) 전혀 모르고. (친구)얘기를 들어보니까 정황이 맞아 떨어진다 이상하다 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 보자...”

그렇게 형사들이 급파된 용의자의 은신처.

승합차는 보이지 않았지만, 다행히 인기척이 있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가보니까 인기척이 있다. 신발 두 켤레가 있더라고요. 슬리퍼하고 일반 운동화인데...”

집 안으로 신속하게 들이닥친 경찰. 방안에는 납치 용의자와 피해 여성이 함께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큰 부상 없이 구조됐고, 용의자도 큰 저항 없이 순순히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납치 사건이 발생한 지 19시간만입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승합차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대구에서 내려와서 새벽 4시쯤 내려주고 가버렸어요. 용의자랑 납치 여성 놔두고. 나머지 둘은 차를 타고 가버렸죠."

그렇다면, 경찰에 붙잡힌 남성은 왜 이런 일을 꾸민 걸까?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가는데요.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가 부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운영할 때 여자가 그 일대에서 교통사고가 나면서 용의자가 그 교통사고를 목격하면서 옆에서 도움을 좀 준 모양입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가깝게 지내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기게 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친해지니까 너무 집착하고 스토킹하고 그러더라. 그 기간이 한 1년? 그러니까 피한 거죠. 남자가 집착이라든지 스토커처럼 하다 보니까 여자가 못 만나겠다고 회피하게 되면서 용의자가 이런 계획을 했던 것 같아요.”

결별을 통보했지만, 피해 여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던 피의자.

결국, 귀갓길의 여성을 납치하려는 계획에까지 이르게 된겁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수갑을 1월 달인가 2월 달에 구입했더라고요. 조사를 해봐야 알 텐데...(피해 여성과) 같이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는 포기를 안 한 것 같습니다.”

수갑에 차량, 그리고 납치 이후에 머물 집까지 꼼꼼하게 준비를 마쳤던 피의자.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젊은 사람들이 이사 온다고 했는데... 신혼부부라고 그러더라고요.”

하지만 납치극은 사건 발생 19시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어젯밤과 오늘 새벽 달아난 공범 2명을 붙잡아 범행 가담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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