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코펜하겐, ‘초국경 도시’ 실험

입력 2015.07.04 (08:34)

수정 2015.07.05 (03:04)

<앵커 멘트>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늘 선정되는 곳이죠.

탄소 배출 제로를 선언한 친환경 도시이기도 합니다.

육아 환경도 좋아서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이삼십대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도시입니다.

더욱 살기 좋은 도시로 변신하기 위해 코펜하겐은 새로운 실험에 나섰습니다.

이웃 스웨덴 도시와 손잡고 이른바 초국경 신도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덴마크와 스웨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데요.

세계적 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의 새로운 실험 이랑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

대표작 인어공주가 바다를 내려다 보는 곳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그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인터뷰> 토마스(독일 여행객) : "기회가 된다면 돌아오고 싶어요. 덴마크 좋네요!"

<인터뷰> 정지훈(한국 여행객) : "일자리를 만약 덴마크에서 구할 수 있으면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살기 좋은 곳, 살고 싶은 곳, 덴마크 코펜하겐이 또 다른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인구 50만 명에 불과한 코펜하겐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만 15개.

'위대한 코펜하겐'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터뷰> 프랭크 옌센(코펜하겐 시장) : "코펜하겐시를 계속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자연 친화적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지속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비결이죠."

길게 뻗은 외레순 대교, 두 지역을 잇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두 나라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의 외레스타드 지역을 차량으로 오가는 시간은 불과 30분.

신원 확인도 차량 통제도 없습니다.

19세기까지도 끊임없이 전쟁을 계속했던 덴마크와 스웨덴.

덴마크 코펜하겐은 '젊은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앙숙이었던 스웨덴의 도시와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은 겁니다.

코펜하겐의 신도시격인 외래스타드 지역은 철저히 젊은층이 살고 싶어하는 곳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유치.

특이한 점은 아예 기업들이 도시 설계 과정에 참여토록 해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헨라이크 로슨버그 세이딩('람불'기업 도시성장 수석기획관) : "우리는 코펜하겐시 경제과와 함께 전략을 같이 세우는 등 사실 시의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분석과 계획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코펜하겐시가 함께 외래스타드에 편리한 교통, 쇼핑센터, 주거지 등을 배치하면서 실제 다양한 국가의 인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포르투갈인인 죠아오씨도 그런 외국인 입니다.

스웨덴 부인과 딸을 위해 스웨덴에서 거주하면서 일은 덴마크에서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죠아오 케타노('람불'기업 회사원) : "이전에는 대중 교통 수단으로 시 북쪽에 있는 회사에 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다른 나라에 사는데 출근 시간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시가 외레스타드를 개발하면서 얻은 교훈은 바로 '창생'입니다.

오래된 지역을 새롭게 하는 개념을 뛰어넘어 다시 태어나는 수준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것인데요.

특히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젊은 인재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교통과 자연, 문화가 핵심 유인 요소라는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인터뷰> 예스퍼 파그(덴마크 건축가 협회장) : "지금의 코펜하겐은 25년 전보다 사람들이 살고싶고,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됐어요. 오래된 낡은 지역을 개방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며 새로운 지역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큰 변화중 하나입니다."

초록빛 도시와 편리한 도시 네트워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코펜하겐이 선택한 것은 바로 자전거!

코펜하겐 시민의 10명 중 4명 이상이 회사를 가거나 학교를 갈 때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쉽고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1년 전 들어선 자전거 전용 고가 도로는 오로지 자전거만 다닐 수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인데요.

당국은 자동차 도로, 주차 공간을 매년 줄이는 대신 자전거 길은 늘려가고 있습니다.

차량을 이용하면 더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게 만들어서 자전거를 타게 만드는 겁니다.

<인터뷰> 마리에 코스트룹(코펜하겐시청 자전거 정책 담당관) : "자전거 전용 고가를 이용해서 아낄 수 있는 시간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보면 7년만에 고가를 짓는데 들어간 비용과 맞먹어요."

<녹취> "(다리가 만든어진 이후부터 사람들이 많이들 이용하고 있군요?) 하루 만 천 명 정도가 이용합니다."

자전거를 타면 매연이 줄고 시민은 건강해진다, 결국 시나 시민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 탄소 발생이 없는 풍력발전소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요한 아빌고(코펜하겐시청 기술환경본부 기후기획 담당관) : "98%의 건물 난방이 발전소의 냉각수를 이용한 지역 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벌써 53%의 열에너지는 재생이 가능합니다."

코펜하겐시는 올해 탄소중립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0년 뒤인 2025년에는 아예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화력 발전소를 모두 풍력발전소로 대체하겠다는 겁니다.

자연이 살아있는 도시는 특히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코펜하겐에는 가족 단위 유입이 몇 년 새 부쩍 늘었습니다

실제 2025년까지 0-18세 인구가 2만 2천명 이상 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데요.

코펜하겐이 젊은 아빠, 엄마를 사로잡기 위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동과 학생을 위한 원스톱 센터 입니다.

한마디로 교육은 물론 문화 인프라까지 갖춘 시설들인데요.

안더스 씨도 넉달 전 세 아이를 생각해 원스톱 센터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인터뷰> 안더스 비스고(회사원) : "이 곳은 기반 시설들과 가까워요.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점인데 특히 자연환경에 매우 가깝습니다."

코펜하겐의 젊은 도시 만들기 노력은 통계로 벌써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령별 인구 가운데 20대가 14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1만 여 명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도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2,30대인 셈입니다.

<인터뷰> 모튼 카벨(코펜하겐시청 기술환경본부장) : "우리는 도시가 가치 중심적이어야하고 또 성장만이 다가 아니다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자연친화적이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만 합니다. 또 시민들을 위해 건강해야 합니다."

'발전 가능한' 젊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책의 중심에는 그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철학이 들어있습니다.

<인터뷰> 얀 겔(도시학자. 건축가) : "우리는 도시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비결은 더 나은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 비결로) 지금껏 아침마다 일어났을 때 오늘의 코펜하겐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져 있었습니다."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 그곳에 자연스레 모여드는 인재들. 또 그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 선순환 모형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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