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약자’의 힘겨운 하루…“흙수저는 웁니다”

입력 2019.01.02 (07:20)

수정 2019.01.02 (07:28)

[앵커]

평범한 서민들 대부분은 지난 한 해 껑충 뛴 집값, 두둑한 연말 보너스 이런 게 모두 남의 얘기로만 느껴지실 겁니다.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적은 수입에, 막막한 미래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홍진아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살을 에는 한파가 몰아치는 날, 여든이 다 된 노인이 폐지를 줍습니다.

[나송남/79세 : "백 원이라도 벌려면 몸부림해야지. 추운 것 따지면 돈 버나."]

하루 종일 주운 폐지를 팔아 손에 쥔 돈은 1,300원.

다달이 받는 기초연금 25만 원만 갖고는 각종 약값에 끼니 해결하기도 벅찹니다.

["내가 폐지 주워서 과일이라도 사 먹으려고..."]

6남매를 키우며 30년간 생선 가게에 담배 가게에, 가리지 않고 장사를 했지만 형편이 나아진 적은 없었습니다.

["내가 돈이 없으니까 못 가르쳤어, 아이들을. 그러니까 (자식 형편이) 그래. 내가 열심히 벌었어도..."]

2018년 마지막 날 아침 평상시처럼 출근 준비를 하는 함혁민 씨, 지금 회사에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일하던 부서의 업무를 외주업체가 맡게 되면서 실직자가 돼 새해를 맞게 됐습니다.

[함혁민/40세 : "그쪽(타부서)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또 아웃소싱 업체에 남는 것도 포기하다 보니까 희망퇴직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남들보다 일찍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운전 강사, 보험설계사, 닥치는 대로 일하다 보니 어느덧 마흔, 결혼은 아직 꿈꾸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결혼하게 되면 자녀도 생길 텐데 그러면 경제적인 부담이 더…."]

이제 30대로 접어든 이 청년, 2년째 고시원에서 먹고 자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데 취직해서 중산층이 돼 보는 게 꿈입니다.

[손○○/30세/취업 준비생 :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서 그냥 잘 살고 싶어요. 지금 현실은 그럴 형편이 안 되니까."]

물려받을 것도, 물려줄 것도 없는 이른바 '흙수저'들을 더 힘들 게 하는 건, 노력해도 삶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절망감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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