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말한다] 홍수 예방 시설 기준, 18년 전 일본 자료 베끼고 방치

입력 2024.07.05 (12:30)

수정 2024.07.08 (09:55)

[앵커]

장마에 따른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쏟아진 빗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10년 관련 시설 기준을 마련했는데, 일본 민간 자료 상당 부분을 베낀 수준인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슬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시간당 수십 밀리미터 이상의 폭우가 잦은 장마철.

빗물을 가뒀다가 흘려보내거나 땅에 흡수시켜야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정부는 이런 홍수 예방 시설의 설치 기준을 고시했습니다.

도시개발법 등 모두 31개의 국내법에 적용돼, 풍수해저감종합계획 등을 수립하는 데 쓰여왔습니다.

그런데, 전체 180여 쪽 가운데 70쪽 가량이 일본 민간 협회의 자료를 사실상 베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06년 일본우수저류침투기술협회가 마련한 지침입니다.

주요 문구가 유사한 건 물론 첨부된 표와 그래프가 똑같은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일본 지침에 있는 사진을 그대로 옮겨 실어 일본어가 눈에 띄기도 합니다.

토질에 따른 물 빠짐 정도를 제시한 수치 역시 대부분 동일합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은 토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본 측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는 건 실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 : "우리나라의 강우량, 우리나라의 토지 특성에 맞게 매뉴얼을 만들어야 되는데 이걸 단지 외국 것을 카피(복제)해서 쓴다면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기준 마련 이후 10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 핵심 내용에 대한 개정은 없었습니다.

[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 : "계속 더 큰 호우 피해가 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자체의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 자체의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당시 기준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일본 자료를 참고했다면서, 기준에 담긴 핵심 수치 일부는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것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변화한 시대에 맞게 재개정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김정은/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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