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한미관계 뒤흔든 ‘코리아게이트’…핵심 박동선 별세

입력 2024.09.20 (21:39)

수정 2024.09.20 (21:52)

[앵커]

1970년대 한미관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코리아 게이트 사건의 핵심인물.

박동선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굴곡진 삶을 산 그의 자취를 김영은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1976년 10월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1면에 '한국 정부가 미국 관리에게 수백만 달러를 줬다'는 기사가 크게 실렸습니다.

한국인 박동선씨가 당시 박정희 정부 지시를 받아 상·하원 주요인사들에게 뇌물을 주고 불법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코리아 게이트'로 알려진 사건의 서막이었습니다.

이후 '연루된 상·하원 의원이 백 명 이상이다', '박 대통령이 박 씨에게 로비를 지시한 정황이 나왔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미국 내 반한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박동선/2013년 KBS 1TV '한국 현대사 증언 TV자서전' 인터뷰 : "한국 정부가 저한테 로비해 달라는 얘기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이건 오히려 미국 국회의원들이 자기 생명, 정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국 인권 상황을 문제 삼던 카터 행정부와 주한미군 철수 압박을 받던 박정희 정부.

이미 틈이 벌어졌던 한미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걸어야 했습니다.

박 씨는 면책을 보장 받은 뒤인 1978년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전·현직 의원 32명에게 선거자금 85만 달러를 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애국심과 양국 친선때문에 한 일이라며 한국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동선/2013년 KBS 1TV '한국 현대사 증언 TV자서전' 인터뷰 : "개인으로서 모국을 위해서 했다는 것을 계속 주장했고, 미국 국회의원들이 부탁을 해가지고…."]

코리아 게이트 사건은 결국 흐지부지 마무리됐고, 현대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박 씨는 2008년 귀국해 조용히 지내다가 89살 나이에 하늘로 떠났습니다.

KBS 뉴스 김영은입니다.

영상편집:김철/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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