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보험사, 고객 속여도 시간만 지나면 ‘면죄부’

입력 2007.12.14 (22:11) 수정 2007.12.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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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험사의 횡포중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제멋대로 보험 계약을 바꾸는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고객을 속이거나 심지어 서명을 위조하면서까지 보험계약을 바꾸고 있지만 감독 당국은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박종훈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회사원 강해운 씨는 지난 91년과 93년 푸르덴셜 생명보험에 두 건의 유배당 종신보험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에 확인한 결과 자신도 모르게 무배당 보험으로 전환돼 있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누군가가 지난 1999년 자신의 서명을 위조해 전환계약서를 작성한 것입니다.

강씨는 보험사 측에 진상 규명과 원상 회복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강해운(푸르덴셜 생명 보험 가입자): "법으로 가서 필적 감정을 하기 전에는 해당 직원에 대한 제재나 고객에 대한 민원 서비스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으니 법적으로 하라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강 씨는 경찰에 고발하고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그리고 금감원은 필적 감정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강 씨는 150만 원을 들여 서명이 위조됐다는 필적 감정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필적 감정서를 제출했는데도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한문철(변호사): "5년이 지날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인 감사를 통해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이 필요하겠습니다."

지난 1998과 99년 뇌경색 치료비까지 보장된다는 교보생명의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주부 이인숙 씨.

이 씨는 지난해 보장 내용은 같지만 보장 금액이 훨씬 많다는 설계사의 설명을 믿고 보험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정작 뇌경색에 걸리자 새로 가입한 보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설계사의 말과는 달리 보장 내용에서 뇌경색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인숙(보험 가입자): "설계사만 믿고 했는데, 저한테는 옛날 보장이 없어진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전혀 몰랐고."

문제는 보험 설계사의 말에 속아 보험을 바꿨더라도 여섯 달이 지나면 보험업법상 계약을 되돌릴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인터뷰>강길만(금감원 보험계리실장): "설계사가 다르게 설명하거나 본인이 처음에 듣던 얘기하고 다르게 설명을 들을 수가 있어요.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그 기간을 준 겁니다."

지난 2001년 이후 3대 생명보험사의 보험 전환 계약은 모두 145만여 건.

이 가운데 고객이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설계사의 말만 믿고 전환한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게 보험소비자단체들의 추산입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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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보험사, 고객 속여도 시간만 지나면 ‘면죄부’
    • 입력 2007-12-14 21:29:26
    • 수정2007-12-14 22: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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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보험사의 횡포중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제멋대로 보험 계약을 바꾸는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고객을 속이거나 심지어 서명을 위조하면서까지 보험계약을 바꾸고 있지만 감독 당국은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박종훈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회사원 강해운 씨는 지난 91년과 93년 푸르덴셜 생명보험에 두 건의 유배당 종신보험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에 확인한 결과 자신도 모르게 무배당 보험으로 전환돼 있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누군가가 지난 1999년 자신의 서명을 위조해 전환계약서를 작성한 것입니다. 강씨는 보험사 측에 진상 규명과 원상 회복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강해운(푸르덴셜 생명 보험 가입자): "법으로 가서 필적 감정을 하기 전에는 해당 직원에 대한 제재나 고객에 대한 민원 서비스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으니 법적으로 하라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강 씨는 경찰에 고발하고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그리고 금감원은 필적 감정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강 씨는 150만 원을 들여 서명이 위조됐다는 필적 감정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필적 감정서를 제출했는데도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한문철(변호사): "5년이 지날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금융감독원이 적극적인 감사를 통해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이 필요하겠습니다." 지난 1998과 99년 뇌경색 치료비까지 보장된다는 교보생명의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주부 이인숙 씨. 이 씨는 지난해 보장 내용은 같지만 보장 금액이 훨씬 많다는 설계사의 설명을 믿고 보험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정작 뇌경색에 걸리자 새로 가입한 보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설계사의 말과는 달리 보장 내용에서 뇌경색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인숙(보험 가입자): "설계사만 믿고 했는데, 저한테는 옛날 보장이 없어진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전혀 몰랐고." 문제는 보험 설계사의 말에 속아 보험을 바꿨더라도 여섯 달이 지나면 보험업법상 계약을 되돌릴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인터뷰>강길만(금감원 보험계리실장): "설계사가 다르게 설명하거나 본인이 처음에 듣던 얘기하고 다르게 설명을 들을 수가 있어요.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 그 기간을 준 겁니다." 지난 2001년 이후 3대 생명보험사의 보험 전환 계약은 모두 145만여 건. 이 가운데 고객이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설계사의 말만 믿고 전환한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게 보험소비자단체들의 추산입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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