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의료법 25조 ‘유인알선’의 함정

입력 2008.06.26 (22:11) 수정 2008.06.2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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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의료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외국인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25조가 수정될 예정인데, 이 법이 가진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갖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현경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행 의료법 25조, 환자의 유인알선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딱 한줄짜리 구절에 담긴 파괴력은 엄청납니다.

어떤 의미일까?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치료중인 여성 상당수가 외국인입니다.

한달 100명이 넘는 외국인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예친(독일인/중국계) : "한국이 아시아계 여성의 성형수술로는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듣고 이곳에서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관광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정작 관광은 다른데서 합니다.

<인터뷰> 스탠리 도(미국인/베트남계) : "성형수술을 받은 뒤 곧장 일본과 중국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의료법 25조가 환자의 유인알선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제발로 병원을 찾기 전에는 이들을 유인할 수 없고 관광과 연계된 상품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에 한해 유인알선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인터뷰> 전병왕(보건복지부 의료제도과장) : "외국환자의 유인 알선 허용은 의료 서비스에 경쟁력을 높이고. 외화수입을 어떤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유인알선을 내국인으로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결국은 대상이 국내 환자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녹취>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 "외국인 유인알선 허용은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이다."

국내 환자로까지 확대된다면 현재 잡지 등으로 제한된 의료광고가 공중파 TV 전파까지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 현재 광고에서 금지한 가격까지도 밝힐수 있게돼 쌍꺼풀 수술 2만 9천 800원, 암수술 99만 9천원, 이런 상품이 나올수 있습니다.

또 의료진료시 의사가 환자에게 이런 건강식품이 나왔으니 먹어보라고 권유할 수도 있게됩니다.

가격경쟁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광고비용은 고스란히 환자의 진료비로 전가돼 의료비 지출은 크게 늘어나 의료의 공공성이 후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환자로까지 유인알선이 허용될 경우 민간보험회사와 연계된 여러 변화가 가능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만약 유인의 주체가 민간보험회사라면 보험회사는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며 특정 병원에 갈 것을 권유할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임준(가천의대 교수) : "민간보험회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환자가 유인되는 것이죠. 그럴 경우 이윤이 남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국인 유인알선 허용이 병원의 영리법인화로, 민간보험의 활성화로, 건강보험의 기능축소로, 도미노 현상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법 25조,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를 뒤흔들수 있는 이 조항에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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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의료법 25조 ‘유인알선’의 함정
    • 입력 2008-06-26 21:16:19
    • 수정2008-06-26 22: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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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의료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외국인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25조가 수정될 예정인데, 이 법이 가진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갖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현경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행 의료법 25조, 환자의 유인알선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딱 한줄짜리 구절에 담긴 파괴력은 엄청납니다. 어떤 의미일까?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치료중인 여성 상당수가 외국인입니다. 한달 100명이 넘는 외국인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예친(독일인/중국계) : "한국이 아시아계 여성의 성형수술로는 세계 최고라는 말을 듣고 이곳에서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관광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정작 관광은 다른데서 합니다. <인터뷰> 스탠리 도(미국인/베트남계) : "성형수술을 받은 뒤 곧장 일본과 중국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의료법 25조가 환자의 유인알선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가 제발로 병원을 찾기 전에는 이들을 유인할 수 없고 관광과 연계된 상품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에 한해 유인알선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인터뷰> 전병왕(보건복지부 의료제도과장) : "외국환자의 유인 알선 허용은 의료 서비스에 경쟁력을 높이고. 외화수입을 어떤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유인알선을 내국인으로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결국은 대상이 국내 환자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녹취>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 "외국인 유인알선 허용은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이다." 국내 환자로까지 확대된다면 현재 잡지 등으로 제한된 의료광고가 공중파 TV 전파까지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또 현재 광고에서 금지한 가격까지도 밝힐수 있게돼 쌍꺼풀 수술 2만 9천 800원, 암수술 99만 9천원, 이런 상품이 나올수 있습니다. 또 의료진료시 의사가 환자에게 이런 건강식품이 나왔으니 먹어보라고 권유할 수도 있게됩니다. 가격경쟁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광고비용은 고스란히 환자의 진료비로 전가돼 의료비 지출은 크게 늘어나 의료의 공공성이 후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환자로까지 유인알선이 허용될 경우 민간보험회사와 연계된 여러 변화가 가능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만약 유인의 주체가 민간보험회사라면 보험회사는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며 특정 병원에 갈 것을 권유할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임준(가천의대 교수) : "민간보험회사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환자가 유인되는 것이죠. 그럴 경우 이윤이 남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국인 유인알선 허용이 병원의 영리법인화로, 민간보험의 활성화로, 건강보험의 기능축소로, 도미노 현상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의료법 25조, 대한민국의 의료체계를 뒤흔들수 있는 이 조항에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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