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새로운 미래”…국민들은 “몰라요”
입력 2025.01.11 (21:50)
수정 2025.01.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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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1개에 1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비트코인을 사들인 나라가 바로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엘살바도르입니다.
정부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는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시항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을 박일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엘살바도르의 관문 산살바도르 국제공항.
공항 바로 앞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2달러 50센트 짜리 빵을 주문하고 결제는 비트코인 0.00002557개로 합니다.
1개에 10만 달러 정도인 비트코인의 2달러 50센트에 해당하는 조각입니다.
[음식점 직원 : "휴대전화로 QR 코드를 찍어서 결제를 할 수 있어요."]
시내 길거리 카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주고, 라테엔 비트코인 모양을 그려줍니다.
[지피와이 머니 : "법정화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 계속 비트코인을 쓸 겁니다."]
식당이나 커피 체인점, 동물 병원까지, 마음만 먹으면 현금 없이 비트코인만으로 생활이 가능합니다.
3년 전, 엘살바도르 정부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비트코인을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호르헤 크루스 루비오/비트카페 창업자 :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됐을 때 중소 상공인 70%가 은행과 거래할 수 없었어요. 비트코인은 자본에 빨리 접근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익이 됩니다."]
이젠 비트코인 비치라 불리는 서핑의 성지 엘 존테.
정부가 비트코인을 도입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비트코인이 사용된 곳입니다.
이 지역은 걸어서 30분이면 다 충분히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이 서른 곳이 넘게 있습니다.
길거리 빙수 장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빙수 장수 : "좋아요.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나니까요. 가격이 오를 때는요."]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단지 비트코인 해변라는 이유만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곳곳에선 새로운 식당과 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니하트/독일 관광객 : "당연히 (이곳이) 비트코인 비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왔어요. 저는 수년 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을 쓰는 지역의 지지자였어요."]
비트코인은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됐습니다.
현지 시각 6일 12시 현재 엘살바도르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은 약 6천 개, 6억 천만 달러 어치로, 수익률이 120%가 넘습니다.
하지만 법정화폐로의 도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약국 주인/산살바도르 : "(비트코인 받나요?) 안 받아요. (왜요?) 비트코인 받는 시스템이 없어요."]
[상점 주인/산살바도르 : "여기에서 비트코인 쓰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엘살바도르 사업장 가운데 비트코인을 받는 곳은 약 20% 정도, 실제 비트코인을 써봤다는 국민은 도입 이후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법정화폐로 도입 당시 비트코인 계좌를 만들라고 정부가 30달러씩 나눠줬는데, 대부분 이 돈만 쓰고 더 이상 거래를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엘살바도르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해외로부터의 송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면 최대 10%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실제 이용 비중은 1%에 불과합니다.
[신티아/엘살바도르 주민 : "저희 가족은 믿지 않아요.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데 관심이 없어요."]
정부가 3년 전 야심차게 발표한 비트코인 시티 건설도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용하려던 콘차구와 화산의 지열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추차구아 지역 공무원 : "(비트코인 시티는) 지금 없어요. 아무 것도 없는데 뭘 찾으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정부와 일부 민간 단체들은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미래라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확산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레이나 치카스/비트코인 교육자 : "돈의 진화에 대해 가르치는 이유입니다. 물물교환을 할 때가 있었고, 인간으로서 거래하기도 했었고, 수표가 등장했고 지폐가 나왔죠. 지금 우리는 디지털 화폐를 갖게 됐어요."]
다만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으로는 가격을 표시할 수 없는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호세 루이스 마가냐/이코노미스트 : "변동성 때문에 그것(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격을 표시하는 단위가 될 수 없어요.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쓰자는 것은 한국에서 원화와 달러를 동시에 쓰자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비트코인처럼 생소한 것이라면 그 전환 과정은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산살바도르에서 박일중입니다.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1개에 1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비트코인을 사들인 나라가 바로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엘살바도르입니다.
정부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는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시항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을 박일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엘살바도르의 관문 산살바도르 국제공항.
공항 바로 앞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2달러 50센트 짜리 빵을 주문하고 결제는 비트코인 0.00002557개로 합니다.
1개에 10만 달러 정도인 비트코인의 2달러 50센트에 해당하는 조각입니다.
[음식점 직원 : "휴대전화로 QR 코드를 찍어서 결제를 할 수 있어요."]
시내 길거리 카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주고, 라테엔 비트코인 모양을 그려줍니다.
[지피와이 머니 : "법정화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 계속 비트코인을 쓸 겁니다."]
식당이나 커피 체인점, 동물 병원까지, 마음만 먹으면 현금 없이 비트코인만으로 생활이 가능합니다.
3년 전, 엘살바도르 정부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비트코인을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호르헤 크루스 루비오/비트카페 창업자 :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됐을 때 중소 상공인 70%가 은행과 거래할 수 없었어요. 비트코인은 자본에 빨리 접근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익이 됩니다."]
이젠 비트코인 비치라 불리는 서핑의 성지 엘 존테.
정부가 비트코인을 도입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비트코인이 사용된 곳입니다.
이 지역은 걸어서 30분이면 다 충분히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이 서른 곳이 넘게 있습니다.
길거리 빙수 장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빙수 장수 : "좋아요.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나니까요. 가격이 오를 때는요."]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단지 비트코인 해변라는 이유만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곳곳에선 새로운 식당과 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니하트/독일 관광객 : "당연히 (이곳이) 비트코인 비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왔어요. 저는 수년 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을 쓰는 지역의 지지자였어요."]
비트코인은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됐습니다.
현지 시각 6일 12시 현재 엘살바도르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은 약 6천 개, 6억 천만 달러 어치로, 수익률이 120%가 넘습니다.
하지만 법정화폐로의 도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약국 주인/산살바도르 : "(비트코인 받나요?) 안 받아요. (왜요?) 비트코인 받는 시스템이 없어요."]
[상점 주인/산살바도르 : "여기에서 비트코인 쓰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엘살바도르 사업장 가운데 비트코인을 받는 곳은 약 20% 정도, 실제 비트코인을 써봤다는 국민은 도입 이후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법정화폐로 도입 당시 비트코인 계좌를 만들라고 정부가 30달러씩 나눠줬는데, 대부분 이 돈만 쓰고 더 이상 거래를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엘살바도르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해외로부터의 송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면 최대 10%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실제 이용 비중은 1%에 불과합니다.
[신티아/엘살바도르 주민 : "저희 가족은 믿지 않아요.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데 관심이 없어요."]
정부가 3년 전 야심차게 발표한 비트코인 시티 건설도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용하려던 콘차구와 화산의 지열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추차구아 지역 공무원 : "(비트코인 시티는) 지금 없어요. 아무 것도 없는데 뭘 찾으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정부와 일부 민간 단체들은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미래라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확산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레이나 치카스/비트코인 교육자 : "돈의 진화에 대해 가르치는 이유입니다. 물물교환을 할 때가 있었고, 인간으로서 거래하기도 했었고, 수표가 등장했고 지폐가 나왔죠. 지금 우리는 디지털 화폐를 갖게 됐어요."]
다만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으로는 가격을 표시할 수 없는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호세 루이스 마가냐/이코노미스트 : "변동성 때문에 그것(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격을 표시하는 단위가 될 수 없어요.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쓰자는 것은 한국에서 원화와 달러를 동시에 쓰자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비트코인처럼 생소한 것이라면 그 전환 과정은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산살바도르에서 박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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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1-11 21:50:57
- 수정2025-01-11 22:18:53
[앵커]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1개에 1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비트코인을 사들인 나라가 바로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엘살바도르입니다.
정부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는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시항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을 박일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엘살바도르의 관문 산살바도르 국제공항.
공항 바로 앞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2달러 50센트 짜리 빵을 주문하고 결제는 비트코인 0.00002557개로 합니다.
1개에 10만 달러 정도인 비트코인의 2달러 50센트에 해당하는 조각입니다.
[음식점 직원 : "휴대전화로 QR 코드를 찍어서 결제를 할 수 있어요."]
시내 길거리 카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주고, 라테엔 비트코인 모양을 그려줍니다.
[지피와이 머니 : "법정화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 계속 비트코인을 쓸 겁니다."]
식당이나 커피 체인점, 동물 병원까지, 마음만 먹으면 현금 없이 비트코인만으로 생활이 가능합니다.
3년 전, 엘살바도르 정부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비트코인을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호르헤 크루스 루비오/비트카페 창업자 :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됐을 때 중소 상공인 70%가 은행과 거래할 수 없었어요. 비트코인은 자본에 빨리 접근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익이 됩니다."]
이젠 비트코인 비치라 불리는 서핑의 성지 엘 존테.
정부가 비트코인을 도입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비트코인이 사용된 곳입니다.
이 지역은 걸어서 30분이면 다 충분히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이 서른 곳이 넘게 있습니다.
길거리 빙수 장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빙수 장수 : "좋아요.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나니까요. 가격이 오를 때는요."]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단지 비트코인 해변라는 이유만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곳곳에선 새로운 식당과 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니하트/독일 관광객 : "당연히 (이곳이) 비트코인 비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왔어요. 저는 수년 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을 쓰는 지역의 지지자였어요."]
비트코인은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됐습니다.
현지 시각 6일 12시 현재 엘살바도르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은 약 6천 개, 6억 천만 달러 어치로, 수익률이 120%가 넘습니다.
하지만 법정화폐로의 도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약국 주인/산살바도르 : "(비트코인 받나요?) 안 받아요. (왜요?) 비트코인 받는 시스템이 없어요."]
[상점 주인/산살바도르 : "여기에서 비트코인 쓰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엘살바도르 사업장 가운데 비트코인을 받는 곳은 약 20% 정도, 실제 비트코인을 써봤다는 국민은 도입 이후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법정화폐로 도입 당시 비트코인 계좌를 만들라고 정부가 30달러씩 나눠줬는데, 대부분 이 돈만 쓰고 더 이상 거래를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엘살바도르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해외로부터의 송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면 최대 10%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실제 이용 비중은 1%에 불과합니다.
[신티아/엘살바도르 주민 : "저희 가족은 믿지 않아요.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데 관심이 없어요."]
정부가 3년 전 야심차게 발표한 비트코인 시티 건설도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용하려던 콘차구와 화산의 지열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추차구아 지역 공무원 : "(비트코인 시티는) 지금 없어요. 아무 것도 없는데 뭘 찾으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정부와 일부 민간 단체들은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미래라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확산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레이나 치카스/비트코인 교육자 : "돈의 진화에 대해 가르치는 이유입니다. 물물교환을 할 때가 있었고, 인간으로서 거래하기도 했었고, 수표가 등장했고 지폐가 나왔죠. 지금 우리는 디지털 화폐를 갖게 됐어요."]
다만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으로는 가격을 표시할 수 없는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호세 루이스 마가냐/이코노미스트 : "변동성 때문에 그것(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격을 표시하는 단위가 될 수 없어요.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쓰자는 것은 한국에서 원화와 달러를 동시에 쓰자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비트코인처럼 생소한 것이라면 그 전환 과정은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산살바도르에서 박일중입니다.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1개에 10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하고 정부가 나서서 비트코인을 사들인 나라가 바로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엘살바도르입니다.
정부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는데,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시항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을 박일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엘살바도르의 관문 산살바도르 국제공항.
공항 바로 앞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2달러 50센트 짜리 빵을 주문하고 결제는 비트코인 0.00002557개로 합니다.
1개에 10만 달러 정도인 비트코인의 2달러 50센트에 해당하는 조각입니다.
[음식점 직원 : "휴대전화로 QR 코드를 찍어서 결제를 할 수 있어요."]
시내 길거리 카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주고, 라테엔 비트코인 모양을 그려줍니다.
[지피와이 머니 : "법정화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 계속 비트코인을 쓸 겁니다."]
식당이나 커피 체인점, 동물 병원까지, 마음만 먹으면 현금 없이 비트코인만으로 생활이 가능합니다.
3년 전, 엘살바도르 정부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비트코인을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호르헤 크루스 루비오/비트카페 창업자 :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됐을 때 중소 상공인 70%가 은행과 거래할 수 없었어요. 비트코인은 자본에 빨리 접근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익이 됩니다."]
이젠 비트코인 비치라 불리는 서핑의 성지 엘 존테.
정부가 비트코인을 도입하기 이전인 2019년부터 비트코인이 사용된 곳입니다.
이 지역은 걸어서 30분이면 다 충분히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이 서른 곳이 넘게 있습니다.
길거리 빙수 장수도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빙수 장수 : "좋아요.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나니까요. 가격이 오를 때는요."]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단지 비트코인 해변라는 이유만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곳곳에선 새로운 식당과 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니하트/독일 관광객 : "당연히 (이곳이) 비트코인 비치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왔어요. 저는 수년 간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을 쓰는 지역의 지지자였어요."]
비트코인은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됐습니다.
현지 시각 6일 12시 현재 엘살바도르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은 약 6천 개, 6억 천만 달러 어치로, 수익률이 120%가 넘습니다.
하지만 법정화폐로의 도입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약국 주인/산살바도르 : "(비트코인 받나요?) 안 받아요. (왜요?) 비트코인 받는 시스템이 없어요."]
[상점 주인/산살바도르 : "여기에서 비트코인 쓰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엘살바도르 사업장 가운데 비트코인을 받는 곳은 약 20% 정도, 실제 비트코인을 써봤다는 국민은 도입 이후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법정화폐로 도입 당시 비트코인 계좌를 만들라고 정부가 30달러씩 나눠줬는데, 대부분 이 돈만 쓰고 더 이상 거래를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엘살바도르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해외로부터의 송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송금하면 최대 10%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실제 이용 비중은 1%에 불과합니다.
[신티아/엘살바도르 주민 : "저희 가족은 믿지 않아요.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데 관심이 없어요."]
정부가 3년 전 야심차게 발표한 비트코인 시티 건설도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용하려던 콘차구와 화산의 지열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추차구아 지역 공무원 : "(비트코인 시티는) 지금 없어요. 아무 것도 없는데 뭘 찾으려고 하는 거죠?"]
하지만, 정부와 일부 민간 단체들은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미래라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확산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레이나 치카스/비트코인 교육자 : "돈의 진화에 대해 가르치는 이유입니다. 물물교환을 할 때가 있었고, 인간으로서 거래하기도 했었고, 수표가 등장했고 지폐가 나왔죠. 지금 우리는 디지털 화폐를 갖게 됐어요."]
다만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으로는 가격을 표시할 수 없는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호세 루이스 마가냐/이코노미스트 : "변동성 때문에 그것(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격을 표시하는 단위가 될 수 없어요. 기술적으로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쓰자는 것은 한국에서 원화와 달러를 동시에 쓰자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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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살바도르에서 박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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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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