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톰’ 대응법…현대차, ‘만찬’ 티케팅?

입력 2025.01.13 (06:00) 수정 2025.01.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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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팅', 들어보셨나요? 피 튈 정도로 표를 구하기 어려운 인기 공연 티케팅을 말합니다.

요즘 업계에서 피케팅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구하려는 티켓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현지 시각 19일 만찬이 열리는데 취임식 기금에 약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4억 7천만 원을 기부하면 참석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이 티켓을 얻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업들이 십수억 원을 써가며 트럼프 만나기에 혈안인 이유를 짚어봅니다.

■ "트럼프 2기 통상 환경은 풍파와 같을 것"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통상 환경을 ' 풍파(STORM)'에 비유했습니다.

'풍파'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 경제안보(Security & Survival)관세(Tariff), 중국발 공급과잉(Oversupply), 자원(Resources), 제조업 부흥(Manufacturing Renaissance)의 앞 글자를 딴 건데요.

특히 경제안보(Security & Survival)는 트럼프 1기보다 2기에서 대상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만들어내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많이 연관된 기업일수록 미국에서의 투자 심사가 까다로워질 확률이 높습니다. 또 철강·자동차·방위·에너지·AI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대해 법인세를 낮출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Tariff)도 트럼프 1기에 비해 더 강하고 빨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2기 내각은 1기보다 '로열티'가 높은 인사들로 지명됐고,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임기 첫 2년 동안 관세 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무역협회 설명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는 새로운 장비를 쥘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에게 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입니다. 미국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입니다.

무역협회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적 요건이 간소해 관세 부과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 "공화당에 기부할수록 관세 경감 효과 커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맘 편히 미국과 무역을 하려면, 중국과 민감하게 얽혀있지 않아야 하고 핵심 자재 공급망에서 중국·멕시코·베트남 등이 빠져있어야 하며 미국 내 고용 창출에 기여해야 할 뿐 아니라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지구상에 없을 겁니다. 관세와 무역장벽은 어떻게 피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줄이느냐의 싸움입니다. 각국 기업과 협회들이 워싱턴으로 가 대관, 즉 '로비'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트럼프 1기에서 관세 면제를 신청한 7천 건을 분석해 보니, 공화당에 '기여'를 많이 한 기업이 관세를 면제받을 확률이 높았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재무 및 정량 분석 저널(JFQA)에 실린 한 논문인데요.

논문은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기부가 표준편차 한 단위만큼 늘어날 때마다 기업에는 3,900만 달러, 약 570억 원어치만큼 이익이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이 민주당에 기부를 한 단위씩 늘릴 때마다 3,400만 달러 손해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관세 면제 승인은 한 건당 5,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752억 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추산했습니다. 트럼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들이는 십수억 원이 전혀 밑지는 장사가 아닌 겁니다.

■ '만찬 티케팅'부터 '미국통' 사장 영입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보도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차 관계자들이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측 관계자들과 꾸준히 접촉해왔다며 이런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 현대차가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티케팅' 뿐만이 아닙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관 조직을 사업부급으로 격상시켰고, 올해 1월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호세 무뇨스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도 미국에 고객사가 많은 파운드리 사업부장으로 반도체 부문 미주 총괄을 지낸 한진만 사장을 영전시켰습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관 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를 통해 미국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LG그룹은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워싱턴사무소장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 소장을 임명했습니다.

SK그룹 역시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SK 아메리카스'의 부사장으로 전 미 상원 재정위원회 국제무역 고문이자 미 무역대표부(USTR) 부비서실장을 지낸 통상전문가 폴 딜레이니를 영입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금 우리 정치권은 권한대행 체제여서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 대상'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 리더십 공백을 메울 때까지, 우리 통상이 기업들의 개인기에 달린 겁니다. 비싸디 비싼 '티케팅'의 결과가 기업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길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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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팅', 들어보셨나요? 피 튈 정도로 표를 구하기 어려운 인기 공연 티케팅을 말합니다.

요즘 업계에서 피케팅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구하려는 티켓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현지 시각 19일 만찬이 열리는데 취임식 기금에 약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4억 7천만 원을 기부하면 참석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이 티켓을 얻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업들이 십수억 원을 써가며 트럼프 만나기에 혈안인 이유를 짚어봅니다.

■ "트럼프 2기 통상 환경은 풍파와 같을 것"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올해 통상 환경을 ' 풍파(STORM)'에 비유했습니다.

'풍파'를 구성하는 5가지 요소, 경제안보(Security & Survival)관세(Tariff), 중국발 공급과잉(Oversupply), 자원(Resources), 제조업 부흥(Manufacturing Renaissance)의 앞 글자를 딴 건데요.

특히 경제안보(Security & Survival)는 트럼프 1기보다 2기에서 대상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만들어내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많이 연관된 기업일수록 미국에서의 투자 심사가 까다로워질 확률이 높습니다. 또 철강·자동차·방위·에너지·AI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대해 법인세를 낮출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Tariff)도 트럼프 1기에 비해 더 강하고 빨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2기 내각은 1기보다 '로열티'가 높은 인사들로 지명됐고,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임기 첫 2년 동안 관세 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무역협회 설명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는 새로운 장비를 쥘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에게 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입니다. 미국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 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입니다.

무역협회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차적 요건이 간소해 관세 부과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 "공화당에 기부할수록 관세 경감 효과 커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맘 편히 미국과 무역을 하려면, 중국과 민감하게 얽혀있지 않아야 하고 핵심 자재 공급망에서 중국·멕시코·베트남 등이 빠져있어야 하며 미국 내 고용 창출에 기여해야 할 뿐 아니라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지구상에 없을 겁니다. 관세와 무역장벽은 어떻게 피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줄이느냐의 싸움입니다. 각국 기업과 협회들이 워싱턴으로 가 대관, 즉 '로비'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트럼프 1기에서 관세 면제를 신청한 7천 건을 분석해 보니, 공화당에 '기여'를 많이 한 기업이 관세를 면제받을 확률이 높았더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재무 및 정량 분석 저널(JFQA)에 실린 한 논문인데요.

논문은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기부가 표준편차 한 단위만큼 늘어날 때마다 기업에는 3,900만 달러, 약 570억 원어치만큼 이익이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이 민주당에 기부를 한 단위씩 늘릴 때마다 3,400만 달러 손해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관세 면제 승인은 한 건당 5,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752억 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추산했습니다. 트럼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들이는 십수억 원이 전혀 밑지는 장사가 아닌 겁니다.

■ '만찬 티케팅'부터 '미국통' 사장 영입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보도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차 관계자들이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측 관계자들과 꾸준히 접촉해왔다며 이런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 현대차가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티케팅' 뿐만이 아닙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관 조직을 사업부급으로 격상시켰고, 올해 1월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현대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호세 무뇨스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도 미국에 고객사가 많은 파운드리 사업부장으로 반도체 부문 미주 총괄을 지낸 한진만 사장을 영전시켰습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관 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를 통해 미국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과의 만남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LG그룹은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워싱턴사무소장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 소장을 임명했습니다.

SK그룹 역시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SK 아메리카스'의 부사장으로 전 미 상원 재정위원회 국제무역 고문이자 미 무역대표부(USTR) 부비서실장을 지낸 통상전문가 폴 딜레이니를 영입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금 우리 정치권은 권한대행 체제여서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 대상'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 리더십 공백을 메울 때까지, 우리 통상이 기업들의 개인기에 달린 겁니다. 비싸디 비싼 '티케팅'의 결과가 기업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길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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